"저는 미셸 박 스틸 주한미대사 지명자가 한미 극우 세력이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트로이 목마'이자, '제2의 존 볼턴'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1년 넘게 공석이던 주한미대사에 미셸 박 스틸(한국이름 박은주)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명됐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양국 간 외교 인사가 마침내 진행되는 것이지만, 정작 한국·미국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민주참여포럼 법률위원장, 이민자 보호교회 네트워크 고문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는 박동규 변호사(뉴욕주)는 프레시안TV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외교 인사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반대 이유를 밝혔다.
"대만 침공 시 한국이 도와야 한다"… 스틸 지명자는 누구인가
스틸 지명자는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다 1975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평범한 주부로 지내다가 캘리포니아주 조세형평국 위원,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를 거쳐 202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24년 선거에서 낙선할 때까지 4년간 의원직을 수행했다.
한국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계 대사가 오면 더 좋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박동규 변호사는 정치인 스틸의 구체적인 행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르다면서 대표적인 극우 행보 6가지를 꼽았다.
첫째, 윤석열 전 대통령 공개 지지. 그는 심지어 윤석열을 만난 날을 '내 생애 가장 위대한 날'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극우세력이 만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영화 <건국전쟁>의 미 의회 상영을 주선했다.
셋째, 35명의 공화당 의원이 참여했던 종전선언 반대 서한을 주도하는 등 미국의 한반도 평화법안 추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왔다.
넷째, 한미일 3각 동맹 강화와 대중국 강경 노선. 그는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이 대만 방어를 도와야 한다'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특히 '중국'을 '중공(CCP)라고 표현한다.
다섯째, 한반도 평화 노선에 대한 노골적 비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노력을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굴복'이라고 비판했다.
여섯째, 극우 인사들과 네트워크. 고든 창, 애니 챈, 모스 탄, 스티브 배넌 등 미국의 극우 인사들과 연계돼 있다. 박 변호사는 "이들은 일관되게 촛불혁명 시민들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를 친북이다, 공산주의화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며 "최근 이들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이야기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의 정권교체까지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트 깅리치, 윤석열 탄핵 직후 스틸을 추천했다"
박 변호사는 스틸 지명을 단독 사건이 아니라 한미 극우 세력의 초국적 연대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연계가 한미 관계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는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다. 지난 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발언을 SNS에 올린 일, 김민석 국무총리 방미 시 J.D 밴스 부통령이 첫 마디로 쿠팡 문제를 꺼낸 일 등이 대표적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인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 깅리치가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것은 2024년 12월 29일 친트럼프 매체 <뉴스맥스>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미묘한 것은 이 타이밍입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가 윤석열을 탄핵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거든요. 미국 극우 세력으로서는 한국의 촛불시민들과 민주당 세력에 대항하는 충성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합니다."
깅리치라는 인물 자체도 문제다. 하원의장 시절부터 북한·이란·이라크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지지해온 그는 최근 이재명 정부에 대해 "너무 좌로 가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종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극우 네트워크의 목표 "이재명 정부 흔들기"
박 변호사는 또 고든 창, 모스 탄 같은 미국 극우 인사들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고든 창과 모스 탄은 보수성향의 한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친북, 반미 정치인" 더 나아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왔다고 한다. '빈손 외교'라고 빈축을 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방미도 이들 극우세력과의 국제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모스 탄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 내 유엔사령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계엄을 선포하고 이재명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고, 한국인들은 미국의 도움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이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박 변호사는 "미국 극우세력이 스틸 지명자를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미국 내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명 정부 흔들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과거에도 주한미대사가 한국정부와 미국의 입장이 다른 방향으로 갈 때 한국 정부 흔들기를 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그레망 거부할 수 있다"…국제법적 근거와 선례
아직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박 변호사는 국제법적 근거와 실제 선례를 들어 한국 정부가 스틸 지명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61년에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국제협약 4조 2항을 보면, 주재국이 외교 사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때 그 거부 사유를 파견국에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외교 사절 임명 여부가 전적으로 주재국의 주권적 판단 영역임을 확인해주는 국제법적 원칙입니다. 2015년 브라질이 정착촌 논란을 이유로 이스라엘 대사 지명자에 대해 사실상 아그레망을 거부한 선례도 있습니다. 최근인 2020년대 들어서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 또는 대사 후보에 대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수용을 미루거나 거부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
터커 칼슨,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트럼프에게 등 돌리는 마가 인사들
한편 이란전쟁, 엡스타인 파일 등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마가(MAGA) 진영이 분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지지층 분열의 상징적인 인물은 폭스뉴스 전 앵커 출신인 터커 칼슨이다. 그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박 변호사는 "칼슨은 트럼프가 원래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와 '새로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에서 벗어나 실제로는 중동에서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배경에 신보수주의 성향의 인사들과 정책적 영향이 있다고 인터뷰했다"며 "칼슨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 미국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터커 칼슨 외에도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 알렉스 존스 등 마가 진영의 핵심 스피커들이 잇달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란 전쟁, 그리고 엡스타인 파일 문제, 또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버리고 소수의 부자들, 이른바 올리가르히에게 트럼프가 포획되었다는 인식이 '배신'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트럼프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으로 급락했고,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뿐 아니라 연방 상원까지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 팽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멜라니아의 돌발 기자회견 "트럼프에겐 악재 중 악재"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달 5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엡스타인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선언한 일도 트럼프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워낙 돌발적인 회견이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추측과 분석이 무성합니다. 세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는 추가 폭로를 미리 차단하려는 선제 대응, 둘째는 자신의 법적 대응을 위한 명분 쌓기, 셋째는 백악관 내부의 메시지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분석들은 멜라니아의 관점에서 본 것이고, 트럼프의 관점에서는 이 기자회견이 명백히 악재 중의 악재였다는 점입니다."
이어진 폭로들도 심각했다. 피해자이자 생존자임을 자처하는 아만다 웅가로의 폭로가 터져나왔다.
"웅가로는 자신이 멜라니아와 20년 가까이 알고 지냈다, 트럼프·멜라니아·엡스타인 주변에서 많은 것을 봤다, 그들의 부패한 시스템을 폭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를 '소아성애자'라고 부르면서 법적 대응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트럼프에게 엡스타인 게이트는 무덤입니다. 멜라니아의 기자회견은 트럼프의 관에 못을 박는 것과 같은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플로리다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 동상을 세우는 등 지지자 결집을 꾀하려 하지만 이런 꼼수로 벗어날 수 있는 위기가 아니라고 박 변호사는 단언했다.
"이란 전쟁과 엡스타인 파일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은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이 아닙니다. 중간선거, 그리고 다음 대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