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개정안, 국민의힘 불참으로 또 '투표불성립'

우원식 막판 촉구에도…국힘 "일방적 개헌은 국민 배신"

더불어민주당 등 원내6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헌법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국민의힘 측 불참으로 불성립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 진행 시까지 국민의힘의 표결 참여를 촉구했지만, 국민의힘이 '표결 거부' 당론을 물리지 않고 별도의 이탈표도 발생하지 않은 채 투표는 종료됐다.

7일 국회 본회에 상정된 개헌안은 재적 의원 286명 중 178명의 참여로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191명)에 미치지 못해 투표불성립이 선언됐다. 표결 거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 106명이 모두 투표에 불참한 결과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 직전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의힘 측의 표결 참여를 재차 요청했지만, 송 원내대표는 "개헌 자체에 반대하진 않는다"면서도 이번 개헌안은 "졸속", "누더기 개헌"이라고 비판하며 당론을 고수했다.

송 원내대표는 우 의장과의 회동에서 "일부 내용을 가지고 군더더기 식으로 선거에 맞춰 개헌하게 되면 대한민국 헌법을 굉장히 우습게 만들 수 있다"며 "졸속 누더기 개헌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또한 "집권여당에선 다수의 힘으로 개헌안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공소취소 특검도 밀어붙이려 한다"는 등, 최근 여당의 공소취소 특검법안 발의를 개헌 반대의 명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불참하며 발표한 의원총회 결의문에서 "정부와 여당은 사법체계를 무너뜨리는 공소취소 특별검사법 등을 강행하며 사법파괴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며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주권자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4시께까지 국민의힘 의원들의 참여를 기다리며 투표를 진행했지만, 해당 시간까지 별도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자 결국 투표불성립을 선포했다.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으로 그 큰 고통과 혼란을 겪고 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도록 헌법을 고치자는 것이었다"며 "이대로 헌법에 안전장치를 만들지 못한 채로 다시 12.3과 같은 일이 생긴다면 22대 국회 우리 모두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 측 표결 불참을 강력 비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개헌안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고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 오로지 국민의힘만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원내대표는 특히 국민의힘 측이 주장하고 있는 개헌 반대 이유를 두고 "개헌이 선거용이라고 비판하는데 균형발전이 선거용인가, 민주화운동 전문수록이 선거용인가. 대체 어느 내용이 선거용인지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한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의힘은 대통령 연임·중임을 언급하며 영구독재도 입에 올린다"며 "독재를 꿈꾼 건 내란수괴 윤석열 아닌가. 불법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 강화는 오히려 독재를 막기 위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개헌에 반대하는 사람은 국민 눈에는 불법계엄 옹호론자로 보일 것"이라며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금 내란과 극우선동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커녕 '윤어게인 공천'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난했다.

우 의장과 민주당은 이튿날인 8일 오후 다시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 표결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분은 정말로 깊고 진지하게 다시 한 번 고민해 달라"며 "내일은 반드시 이 표결에 참여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본회의가 다시 이어지더라도 개헌 반대 입장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당 의원총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8일 본회의 표결 불참'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마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도 이날 개헌안 투표불성립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본회의 재개최 입장을 두고 "민주당이 자행하고 있는 헌법파괴부터 멈춰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이날 국회는 개헌안 투표불성립 선포 이후 △항공우주산업개발촉진법 개정안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여성폭력방지기본법 개정안 등 비쟁점 민생법안 115건에 대해선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5월 임시국회 제1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해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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