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홍천 양수발전 예상 전력량 6000분의 1 썼는데…기후부는 건설 승인

'부실검토', '졸속고시' 논란… 8년 싸운 반대 주민들 "밀실 행정하더니"

8년째 주민 반대가 이어지고 있는 강원 홍천양수발전소 건설 사업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예상 전력 생산량을 틀리게 기재한 실시계획 신청서를 제출했고, 기후에너지환경부(전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바탕으로 승인 고시를 낸 사실이 확인됐다. 예비타당성 조사 수치의 6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전력 생산량을 기재했는데도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한수원이 인허가 서류 대부분을 비공개한 '깜깜이 절차' 속에서 일어난 "터무니 없는" 오류이며, 공기업과 주무부처가 사업 밀어붙이기에만 급급하다는 주민들의 비판이 거세다.

터무니 없이 적은 전력량한수원 "수치 실수로 적은 것"

한수원이 지난해 작성해 산자부에 제출한 '전원개발사업(홍천양수발전소 1·2호기) 실시계획 승인신청서'를 보면, 한수원은 이 발전소를 통해 "연간 148.2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국가 에너지 정책의 일익 담당 및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발전소 개발 사업 개요를 설명한 대목 중 사업 효과 부분에서다.

148.2메가와트시는 보통 한 해 30여 가구가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과 비슷하다. 홍천양수발전소로 인해 수몰될 수 있는 가구 수만 50여 개다. 예비타당성 조사 수치인 1000기가와트시와는 6000여 배, 규모가 유사한 청송양수발전소의 연평균 발전량 483기가와트시와는 3200여 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기후부는 지난해 8월, 한수원이 작성한 홍천양수발전소 실시계획 승인신청서를 그대로 승인해 고시했다. 설계도에 엉터리 수치가 포함됐는데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건설 허가증을 내준 셈이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사업을 시작할 법적 권한을 얻게 됐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산업통산자원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신청해 승인받은 전원개발사업(홍천양수발전소 1·2호기) 실시계획 승인신청서 중 관련 내용.

한수원과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 담당자는 지난 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해당 오류는 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 땐 올바르게 작성했다. 지난해 신청을 하면서 오타를 낸 게 이번에 확인됐고, 수정해서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며 "약 1000기가와트시(GWh)가 맞는다"고 했다.

기후부 전력산업정책과 관계자는 "오류는 사업효과 부분에 있는데, 실시계획 고시에 있어서 사업효과 부분은 크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시설용량, 위치 등의 설비계획을 주로 살펴본다"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이기 때문에 주요 설비계획 등을 보고 승인을 해준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상 전력 생산량이 왜 비공개 정보냐'고 묻자, 한수원 관계자는 "주민이 물으면 답할 수 있는 정보"라고 답했다. 그러나 예상 전력 생산량을 담은 발전사업 인허가 관련 자료 전체에 대해선 "정보공개법 제9조 1항의 4·5호 등에 따라 비공개한다"고 주장했다. 4호는 수사·소송과 관련돼, 공개되면 재판 공정성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다. 5호는 감사·감독 등과 관련해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 공개되면 업무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정보다.

실제 한수원과 기후에너지부는 홍천양수발전소의 인·허가 관련 서류를 지역 주민에게 일절 비공개해 왔다. 이번 실시계획 승인신청서를 포함해 △환경영향평가서 △기후변화영향평가서 △재해영향평가서 △지하안전평가서 △군관리계획.농지전용·산지전용협의서 △송전선로 검토용역보고서 등이다.

주민들의 반대 투쟁 7년째인 지난해 8월경, 한수원은 일부 자료를 열람케 해줬으나 촬영, 복사는 금지하고 자필 메모만 허락했다. 이때도 실시계획 승인신청서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최근 주민들이 우연한 기회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한수원과 기후부가 양수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강원 홍천 풍천리 숲 일대.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행정처분 준하는 중요한 고시인데…오류, 밀실 행정 말이 되나"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의 박성율 목사는 지난 4일 통화에서 "이런 터무니 없는 내용을 적은 한수원도 문제고, 말도 안 되는 내용을 허가해 준 산자부(기후에너지부)도 문제"라며 "이렇게 조잡하게 인허가 서류를 작성하니 모든 걸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인가? 발전 사업자와 산자부가 결탁해서 벌이는 밀실 행정이자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의 정보 비공개 방침에 대해서도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는 "정보공개법 취지를 위반한다"며 "실시계획 고시까지 났는데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보기 힘들 뿐더러, 그렇다 해도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해야만' 비공개할 수 있고, 이는 또 한수원이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정보는 공개해야 하는 게 정보공개법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발전소 개발 실시계획 승인은 행정처분에 준하는 굉장히 중요한 고시"라며 "이런 고시에 오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단순 실수라고 할 게 아니라, 명확한 진상조사나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밝힌 한해 예상 전력생산량 '1000기가와트시' 자체도 재검토 대상이다. 홍천양수발전소의 시설용량은 총 600메가와트(MW)로, 경북 청송양수발전소와 시설용량이 같다. 그런데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청송양수발전소의 평균 연간 전력생산량은 약 483기가와트시다. 2025년에 292.6기가와트시로 최솟값이었고, 2023년에 615.2기가와트시로 최대를 생산했다.

하 변호사는 "정부가 양수발전소를 건립하려는 홍천 풍천리는 주민 반발이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으로, 오히려 한수원과 기후부가 더 많은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점이 있으면 제대로 확인하고 고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경 풍천리 주민들이 시내에서 양수발전소 건립 계획 철회 집회를 열고 있다. ⓒ풍천리양수발전소반대대책위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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