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이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 콘텐츠를 끌어 들였다. 단순 자연 탐방을 넘어 '이야기 있는 관광'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시도다. 최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흐름과도 맞물린다.
국립공원공단 서부지역본부(이하 서부지역본부)는 지난 25일,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 건국대학교와 함께 ‘조선왕조실록 보존의 공간, 국립공원 팸투어’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국립공원의 생태자원에 ‘조선왕조실록 보존 유적지’라는 역사적 의미를 결합한 문화탐방 프로그램 발굴을 목적으로 기획됐다.
팸투어에는 관계기관과 일반 참가자 등 30여 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조선시대사 전문가인 신병주 교수가 동행해 해설을 맡았다. 참가자들은 '전주사고'를 시작으로 내장산국립공원 용굴, 덕유산국립공원 적상산사고 등을 둘러보며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실록 보존의 현장을 따라가는 탐방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자연+역사’ 결합형 콘텐츠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단순히 경관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선왕조실록이 왜 산속 깊은 곳에 보관됐는지, 전란 속에서도 기록을 지켜낸 배경이 무엇인지까지 체험형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다.
이는 최근 콘텐츠 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는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역사적 사건이 아닌 '사람과 이야기' 중심으로 조선을 재해석하며 흥행과 화제를 동시에 끌어낸 것처럼, 공공 관광 프로그램 역시 ‘스토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서부지역본부는 이번 팸투어를 계기로 전주–정읍–무주를 잇는 광역 생태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향후 관광 상품화까지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통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종식 서부지역본부장은 "국립공원의 자연환경에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역사·문화 자원을 결합해 새로운 생태관광 모델을 제시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4일,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소속 '전북향토역사문화답사반'은 '실록 이안의 길' 주제로 전주사고에서 출발해 정읍 남천사→남고서원→보림사→내장산 용굴→전주로 이어지는 경로를 답사했다.
'실록 이안의 길'은 1592년에 발생한 임진왜란 때 전북 정읍의 선비인 안의와 손홍록 선생을 비롯한 민초들이 전주 경기전에 있는 전주사고에 보관돼 있던 <조선왕조실록>과 <태조어진>을 정읍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기는 경로를 말한다.
국보 151호인 <조선왕조실록>은 태조 때부터 철종까지 25대에 걸친 임금과 472년 역사를 담은 총 1893권의 기록물로 1997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다.
답사를 안내한 권윤아 교육문화국장은 "요즈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덕분에 강원도 영월이 관광지로 붐비고, 젊은 세대들을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전북 지역의 자랑스러운 ‘실록 이안의 길’도 영화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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