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력 계통의 병목이 현실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과 산업 전동화가 맞물리며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전북 지역은 이미 공급·수송 인프라 한계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확충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선제적 투자를 주문한다.
24일 한국전력 고창전력시험센터를 방문해 '전북지역 전력 인프라 건설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전력 계통은 '발전-송전-배전'을 하나로 묶는 국가 핵심 인프라다.
생산된 전력을 실시간으로 수요에 맞춰 공급해야 하는 특성상, 단 한순간의 불균형도 허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대륙과 연결되지 않은 사실상 '전력 섬' 구조로, 설비 밀도와 운영 복잡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부 전력에 의존할 수 없는 만큼 내부 계통 안정성이 절대적이다.
문제는 지역 간 불균형이다.
전북은 자체 발전으로 전체 소비량의 약 72%만 충당하고, 나머지는 외부 계통에 의존한다.
특히 전남 영광읜 '한빛 원전' 비중이 높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154kV급 변전소들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일부 지역은 신규 접속 자체가 어려운 '계통 포화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병목은 산업 전략과도 직결된다.
새만금 개발지구에는 현재 30여 개가 넘는 전력 연계 사업이 추진 중이며, 특히 2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배터리 공정은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산업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 없이는 기업 유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전력망이 곧 입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도 이런 맥락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 변동성을 흡수할 계통 보강과 장거리 송전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단순한 설비 증설을 넘어, 전력 흐름을 정밀 제어하는 보상 설비와 스마트 그리드 기술 투자도 병행되고 있다.
지역 현안도 긴박하다.
정읍에서는 신정읍 변전소 건설이 추진되며, 기존 신김제 변전소의 과부하를 분산하는 역할이 기대된다.
고창은 태양광 발전 급증으로 송전선로 포화 문제가 심각해, 345kV급 대형 변전소 신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력망 다변화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주민 수용성도 관건이다.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과정에서 반복되는 전자파 우려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전력 당국은 사업 정보를 공개하고 직접 설명에 나서는 등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전주시 KTX역 일대에는 이동형 홍보 거점이 설치돼 전력망 구축 필요성과 안전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을 전력망 확충과 함께, 지역 간 계통 불균형을 해소하는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
전북 전력업종 관계자는 "전력 인프라는 한 번 병목이 발생하면 산업 전체를 제약하는 '보이지 않는 천장'이 된다"며 "AI와 첨단 제조 경쟁이 본격화한 지금, 전력망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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