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이스라엘 갈등 문제? 세계 각국 수반 3년 전부터 '가자지구 집단 학살' 경고

중남미·아프리카·동남아시아 거센 규탄, 서유럽·동아시아 오랜 침묵

세계 각국의 수반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불법 침공한 2023년 10월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국제법 위반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이 중엔 이스라엘의 침공을 "집단 학살"이라 규정하는 강경한 비판도 적지 않다.

산체스 페드로 스페인 총리는 지난해 7월 스페인 의회 발언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이번 세기 최대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라고 불렀다.

침공 초기부터 이스라엘을 비판해온 페드로 총리는 2023년 11월 가자지구의 사망자 수를 언급하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수천 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의 죽음"이 발생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엔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러시아와 이스라엘 모두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명되었는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침공 이후에도 제명되지 않는 것인가?"라 물으며 서구 사회의 편향적인 대응을 꼬집었다.

몰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폴란드 등의 유럽 대륙 국가수반들도 이스라엘의 침략을 명시적으로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지도자들은 침공 3년 차에 접어든 지난해부터 비판 목소리를 냈다.

▲2023년 11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당시 총리가 자신의 X에 올린 글. ⓒX
▲로버트 아벨라 몰타 총리는 지난해 3월 자신의 X에 올린 글. ⓒX

2023년 11월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당시 총리는 "계속되는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아이슬란드는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고 자신의 X 계정에 글을 썼다.

리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도 2023년 11~12월 동안 "지금 상황은 단순히 (이스라엘의) 자위권 발동이 아니라, 복수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유럽연합)의 이중잣대 모습 때문에 사실상 세계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발도상국에서 신뢰를 잃었다"고 밝혔다.

로버트 아벨라 몰타 총리는 지난해 3월 자신의 X에 글을 올려 "몰타 정부를 대표해 (이스라엘의) 야만적인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그 너머의 평화를 향한 몰타의 간절한 염원을 다시 한번 강력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지난해 8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서안 지구를 "불법 점령"하고 있고 이번 침공에서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으며, "그 누구도 어린이들을 굶주리게 할 권리가 없다"고 가자지구에 기근을 조장하는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해 5월 의회 연설에서 "가자지구 민간인의 고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동맹국들도) 이스라엘의 도발적인 행동에 경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이스라엘의 계속된 침공을 "전례 없는 재앙이자 영구 전쟁으로 치닫는 무모한 행보"라며 "이 전쟁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고 발언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달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은 것을 규탄한다"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비난하며, 우리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럽연합의 제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해 5월 의회 연설에 참석해 "가자지구 민간인의 고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 ⓒRoya News English 유튜브

남미·아프리카, 초기부터 "학살" 규탄

중남미와 아프리카 대륙에선 대부분의 국가가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비판해왔다.

아프리카 대륙 55개국이 모두 가입한 아프리카 연합(AU)은 지난해 2월 제38차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시온주의(이스라엘) 정권이 가자지구 주민에게 자행한 범죄와 잔혹한 침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 범죄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2월 제39차 정상회의에서도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 AU 의장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은 우리의 양심에 도전하는 문제"라며 "이 민족에 대한 말살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은 국제사회의 근간"이라며 "봉쇄된 팔레스타인 영토로 인도적 물자 반입을 막는 이스라엘의 봉쇄 조치를 해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23년 12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이 '집단 학살 협약'을 위반했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을 직접 제소했다. 이스라엘은 이 주장이 "근거없다"며 남아공이 "이스라엘 국가 파괴를 꾀하는 테러조직과 협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칠레, 온두라스, 콜롬비아 등은 침공 직후인 2023년 10~11월 동안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이유로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각각 소환했다.

남미에서 가장 활발히 비판 입장을 내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2023년 11월 자신의 X에 "이것은 대량학살이라 불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차지하려고 이런 짓을 한다"며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국가 원수는 반인도적 범죄자다. 그들의 동맹국은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고 글을 썼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2024년 2월 아프리카 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집단 학살"이라며 "이런 일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기로 결정했을 때나 있었던 일"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자신의 X에 작성한 글. ⓒX

아시아권, 미국 동맹은 침묵

중동 이외의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슬람권 국가들은 침공 초기부터 이스라엘을 향한 규탄 목소리를 높여 왔다.

말레이시아는 외교부 등의 명의로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지난해 1월 외교부는 "끊임없는 공습, 강제 대피, 주거단지 및 지정된 안전지대에 대한 조직적인 공격은 명백한 집단 학살 행위"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11일에도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불법 점령을 즉시 종식하도록 구체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에 요구했다.

방글라데시 외교부도 지난해 4월 성명에서 '인종 청소'의 의도로 가자지구 민간인 지역을 무차별 공습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모하메드 무이즈 몰디브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이스라엘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비준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에 대한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 밝혔다.

지난해 9월 기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 UN 회원국은 157개국이다. UN 회원국의 81%에 해당한다.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대륙은 대부분의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있다. 오랜 기간 유보적인 입장이었던 스페인, 노르웨이, 영국,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2024~2025년 동안 국가 인정에 동참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과 동맹 관계인 소수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면, 동북·동남 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권의 국가 대부분이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한다. 주요 OECD 국가 중에선 미국, 독일,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국가들 분포 지도. 초록색은 인정하는 국가이고, 회색은 인정하지 않는 국가이다. ⓒ위키미디어커먼스(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8142310)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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