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이 계속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의 참상을 알리고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해 가자 선단에 합류하려는 한국인 활동가 해초의 여권이 최근 한국 정부에 의해 무효화되었다. 국경을 넘는 연대가 제지당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의 비극은 참혹한 숫자로 갱신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날(4월 5일)'을 맞아 팔레스타인 중앙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로 18세 미만 아동 2만 1283명이 숨졌다(관련기사). 이는 가자지구 전체 사망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중 5세 미만은 6031명, 신생아는 450명에 달하며, 부상자 또한 4만 4486명으로 집계되었다.
이스라엘의 폭력은 팔레스타인을 향한 죽음의 정치에 그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권리단체(Addameer)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이스라엘은 점령 교도소 및 구금 시설에 1만 1000명의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구금하고 있으며, 그중 450명은 18세 미만 아동이다(군사 캠프에 수용된 구금자 수는 제외). 구금자들은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고문, 학대, 강간 등 끔찍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 이스라엘은 체계적인 표적화, 범죄화, 인종화, 비인간화를 통해 아동들을 고립시키고 정치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매년 4월 17일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날(Palestinian Prisoners Day)이다. 이날을 맞아 팔레스타인 어린이 구금을 분석한 캐나다 칼튼 대학교 알사피의 연구를 소개하려고 한다(☞논문 바로가기: 정착 식민주의와 이스라엘: 이스라엘 정착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핵심 기제로서 팔레스타인 아동 구금). 정착민 식민주의는 원주민 인구를 파괴하고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조적 과정이다. 선주민에 대해 자의적 체포와 과잉 수감은, 식민 국가가 주민들의 저항 의지를 꺾고 실종과 박멸을 촉진하며 인종 차별과 격리를 고착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핵심 기제다.
이스라엘은 군사 통치와 비상령, 침공을 통해 팔레스타인인의 삶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왔다. 1967년부터 현재까지 팔레스타인인 5명 중 1명, 남성의 경우 10명 중 4명이 구금된 경험이 있으며, 전체 가족의 70%가 최소 1명 이상의 구금자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중법 체계를 세워 이스라엘 정착민에게는 민간 형법을 적용하지만, 아동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에게는 군사법을 적용하고 있다. 군사 법정의 유죄 판결률은 99% 이상으로, 국제법상 공정한 재판의 기준을 전혀 충족하지 못한다. 2025년 기준, 3577명이 기소나 재판 없이 비밀 증거만으로 무기한 구금되는 행정 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아동 수감이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관련 단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500~700명의 어린이가 수감되어 2000년부터 2017년까지 수감된 아동 수만 1만 5000명에 달한다. 2025년 5월 기준,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 아동의 37%가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구금된 상태였다. 정착민 식민주의 관점에서 팔레스타인 아동은 그 자체로 정착민의 지배력을 위협하는 인구학적 위협으로 간주되어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아동의 아동성을 박탈하는 비아동화(unchilding)를 통해 이들을 인종화된 타자 혹은 위험한 범죄자로 규정한다.
팔레스타인 아동에게 가장 흔히 적용되는 혐의는 '돌 던지기'다. 이는 제1차 인티파다(민중 봉기) 이후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상징하는 행위이자 현재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저항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의도와 상관없이 돌을 던진 행위만으로 최대 10~2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체포된 아동은 석방될 때까지 체계적인 물리적, 심리적 폭력에 노출된다. 심야에 집을 급습당해 체포되며 불법적인 신체 결박을 겪는다. 심문과 허위 자백을 강요하는 과정에서는 포박, 안대 착용, 수면 박탈, 학대, 굴욕감 부여가 일상적으로 자행된다. 물, 음식, 화장실 등 기본적인 생리적 요구조차 거부당하며, 체포 과정에서 입은 부상에 대한 치료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위협, 성희롱 및 성폭행, 협박, 구타, 장시간 소음 노출, 장시간 고통스러운 자세 강요 등이 동반된다. 특히 고문의 일환으로 사용되는 독방 감금의 경우, 2016~2022년 사이 아동 구금자들은 평균 16.5일 동안 창문 없는 방에서 24시간 조명이 켜진 채 홀로 갇혀 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극심한 우울과 불안을 겪으며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부모나 변호사 배석 없이 자신이 읽지도 못하는 히브리어로 작성된 허위 자백서에 서명을 강요받는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은 학살과 더불어 폭압적인 수감 정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2023년 10월부터 2025년 5월 사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만 1만 7000명 이상이 체포되었으며, 그중 8%인 1360명이 아동이었다. 이스라엘은 물, 음식, 의료, 법적 지원, 가족 연락 등 구금자에 대한 모든 권리를 철저히 통제하여 고립감을 증폭시키고 심신을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아동 수감은 팔레스타인 사회의 미래 세대를 무력화하고 토지 탈취를 완성하려는 정착민 식민주의의 핵심 전략이다. 수감되지 않은 아동들 역시 억압적이고 숨 막히게 옥죄어오는 폭력의 구조와 아파르트헤이트 인프라 안에 갇혀 살아간다. 이 폭력적 시스템은 의도적으로 선주민을 지치게 하고, 공포와 트라우마를 심어 철저히 종속시키려는 목적을 지닌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억압 구조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수무드(Sumud, 굴하지 않는 회복력 혹은 버텨냄)'라는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저항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는 권리를 마음과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내 삼촌이 말해준 다와이메 학살을 기억합니다. 골드스타인이 모스크에서 기도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죽였던 헤브론 학살도 기억합니다. 그들이 내가 거리를 안전하게 걸을 권리를 훔쳤을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우리의 이야기를 기억할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내 마음과 정신, 그리고 믿음으로 그들의 감옥을 파괴할 힘이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 15세 팔레스타인 아동, 아말(Amal)의 증언
아말의 증언을 되새기며 지구상에 이런 끔찍한 집단학살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이 어린이가 자신의 힘을 끝까지 간직할 수 있기를, 식민 구조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정신에 보내는 우리의 연대가 무효화 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또한 건강권과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가 국경을 넘어 모든 인류의 언어로 이야기되기를, 첨단인공지능을 논하는 21세기에 여전히 야만적인 모순 역시 지속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저항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서지정보
Alsafi, L. (2025). Settler colonialism and Israel: the incarceration of Palestinian children as a central feature of Israel's settler colonial project. Third World Quarterly, 46(8), 83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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