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이 정치적 마지막 보루인 대구경북에서 조차 설 땅을 서서히 잃고 있어 침몰 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TK지역 시·도민들을 만나보면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정인에 대한 공천 여부를 떠나 방법론을 진행하는 과정이 짜증나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먼저 대구시장 후보 선출 부분을 짚어 보자. 장동혁 대표는 당초 지역민심을 수렴해 공정한 경쟁으로 시민이 공감하는 최적의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취지로 후보 선출 기준을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은, 지역민들의 여론을 가늠하기 위한 여러 기관들의 무수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1위를 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1,2,3위를 고정적으로 오르내린 주호영 국회의원을 컷오프로 내쳤다.
당사자는 물론 핵심 당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당 대표가 직접 내려와 수습하려는 듯 했으나 결과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었다. 당 대표의 사퇴까지 거론되고 민심을 제대로 읽을 줄 아느냐는 면박마저 받았다.
이제는 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의 출마와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추세며, 주 의원은 무소속 출마로 검증받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북의 경우도 들여다 보자. 경북도지사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면서 현역 도지사는 부전승으로 결선에 직행시키고, 나머지 4명은 여론조사에 부쳐 득표율과 관계없이 1등하는 후보를 현 도지사와 최종 경선에 부치는 방식이다.
이른 바 '코리안시리즈 방식'이라고 갔다 붙여 흥행몰이라고 자화자찬 했다. 이런 걸 보고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하나?
미안하지만 기자가 알고 있는 코리안시리즈는 한 단계 상·하 순위끼리 격돌해 층층으로 이기고 올라가는 그야말로 상향식 경기 방식이다.
이미 이철우 도지사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결선 경선을 치르는 것으로 결론나긴 했지만, 당시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들은 기자가 1대1로 만나거나 전화해 본 결과, 속내는 '말도 안되는 방식' 이라고 털어 놓았다.
결국 경선발표 전날 4명은 기자회견을 자청, 예비경선과 본경선 날짜가 너무 촉박하므로 본경선 날짜 연기와 후보자 검증을 위한 토론회를 요구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4명은 경선 전, 누가 1등이 되든 나머지 3명은 이번 선거에서 1등 후보를 돕기로 한 사전 합의에 따라 김재원 예비후보를 도울 수 밖에 없어 최종 도지사 후보로 누가 될 지는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경북 제 1의 도시 포항의 시장 선거 후보 선출 과정도 순탄치 않다. 무려 10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에서 공관위의 경선 진출자 결과발표를 기다렸는데, 많은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1,2,3위를 기록했던 3명은 모두 컷오프 되고 그 나머지 7명 가운데 4명을 본 경선 진출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 4명 중에는 시민들에게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신상에 하자가 있다는 평을 듣는 인물 등이 포함돼 있어, 이에 반발한 각종 여론조사 상위권 김병욱 전 국회의원은 23일 지지자들과 상경해 국회 소통관에서 삭발·단식으로 거세게 항의했으며,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과거 각종 선거때마다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공관위원들 앞에 드러눕거나 욕설까지 내뱉는다든지, 심지어 당 대표가 공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이른 바 옥새(?)로 불리는 대표 직인을 들고 잠적한 사례까지, 항의 방법은 차고도 넘친다.
이러한 공천방법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밖에는 없다. 혁신이라고 외치면서 내용적으로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제한도 없고,뚜렷하게 설명도 못하는 방식이라면 그거야말로 내사람 심기나 특정인 잘라내기식 사천·밀실·야합공천이라는 비난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현 시점에서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치를 보면 대구경북의 민심은 이미 최소 20~30% 정도는 국민의 힘을 이탈했거나 다른 당으로 기울어 진 상태로 인식된다. 이 조짐은 믿었던 박근혜, 윤석열 두 전직 대통령들이 탄핵된 것이 큰 줄기이긴 하지만, 이 지경까지 온 것은 비단 그 두 사람만의 탓이 아닐 것이다.
탄핵 이후의 당 지도부들이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고 극소수 당권파들의 당권 연장에만 매몰돼 민심을 역행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공당을 사당화하려는 듯, 한 때는 한편끼리 잘라내고 소송하고 이전투구가 가관이다.
요리사가, 무 다리가 많고 못생겼다고 이 다리 저 다리 다 자르고 나면 정작 요리는 무엇으로 할 것인 지 난해한 대목이다. '국민의 힘'이라는 배는 잠수함도 아닌 것이 점점 물밑으로 가라앉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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