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가산세,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최근 한 후배 세무사의 소식을 듣고 여러 날 마음이 무거웠다. 세무 신고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로 인해 약 10억 원의 가산세 책임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였다. 10년 동안 성실히 일하며 모은 전 재산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세무사 배상책임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그 보상 한도는 현실의 위험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라고 해서 세무서 전화 한 통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세법 구조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가 막대한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세무사의 개인적인 불행이 아니다. 우리 세법의 가산세 체계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다.
가산세 제도의 본래 취지
가산세는 세법에서 규정한 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세법에 따라 산출한 세액에 가산하여 징수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행정벌인 과태료나 형벌인 벌금과는 구별되는 성격을 지니지만, 납세자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제재 수단으로 기능한다.
문제는 현재의 가산세 체계가 본래의 취지를 넘어 징벌적 성격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1억 원의 실수가 1억 원의 세금이 되는 구조
법인이 경비 처리를 잘못했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1억 원의 비용을 잘못 계상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과다 계상된 비용만큼 법인세가 추징된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해당 금액은 대표자의 소득으로 간주되는 인정상여로 처리되어 소득세가 추가로 부과된다. 여기에 법인세와 소득세 각각에 대해 신고불성실 가산세와 납부지연 가산세까지 붙는다.
결과적으로 1억 원의 회계 처리 실수가 거의 1억 원에 가까운 세금과 가산세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세법상 여러 규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결과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단순한 실수조차 사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현금영수증 제도가 보여준 징벌적 구조
우리 세법의 징벌적 성격은 과거 현금영수증 미발급 제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때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예를 들어 1천만 원의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다면 세금과 가산세 약 300만 원에 더해 미발급 과태료만 500만 원이 부과되는 구조였다.
매출 누락 1천만 원에 대해 약 800만 원의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사업체가 큰 타격을 입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헌법소원까지 제기되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제도의 가혹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과태료율은 현재 2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납세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조차 신고를 포기하게 만드는 세법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세제가 급격하게 변화하던 시기에는 세무사들 사이에서 이른바 ‘양포세무사’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양도소득세 신고를 포기하는 세무사를 의미하는 말이다.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가산세 규정이 중첩되어 있다 보니 전문가조차 신고 결과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산세는 본래 납세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성실 납세를 유도하기보다는 납세자와 전문가 모두를 상시적인 불안 속에 두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해외는 ‘합리적 사유’를 고려한다
해외의 경우 납세자가 전문가의 조언을 신뢰하고 따랐다는 사정을 일정 부분 고려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미국은 전문가의 조언에 의존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 면제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납세자가 전문가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그 조언을 신뢰하여 따랐다면 이를 ‘합당한 사유(reasonable cause)’로 보아 가산세를 감면하는 절차가 체계화되어 있다.
영국 역시 유사한 접근을 취한다. 납세자가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오류가 발생한 경우, 즉 유능한 세무 전문가에게 충분한 자료를 제공하고 그 조언을 따랐다면 결과적으로 오류가 발생했더라도 가산세가 면제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납세자의 협력 의무를 강조하면서도 합리적인 사정을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징벌이 아닌 ‘유도와 지원’ 중심의 세제로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반드시 징벌적 가산세일 필요는 없다. 이제는 세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첫째, 가산세 중심에서 혜택 축소 중심의 제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의무 위반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가산세를 부과하기보다는 세법상 제공되는 각종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
둘째, 평가 영역에 대한 가산세 면제가 필요하다. 비상장주식 평가처럼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릴 수 있는 영역에서는 결과 차이를 이유로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평가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셋째, 행정력은 악의적 탈세에 집중되어야 한다. 법을 잘 알지 못해 발생한 단순한 실수까지 동일한 강도의 제재로 다루는 것은 효율적인 세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수한 납세자는 계도하고, 상습적이고 악의적인 탈세에 대해서만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방향일 것이다.
맺음말
대한민국의 가산세 제도는 그동안 세원 양성화와 성실 납세 풍토 조성에 일정한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억 원의 실수가 1억 원의 세금’이 되는 현재의 구조는 비례의 원칙을 상실한 징벌적 행정에 가까운 측면이 있다.
조세 제도는 국민의 재산권을 존중하고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약속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평온하게 법적 안정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세금 제도의 본질이다.
징벌 중심의 세제를 넘어 유도와 지원 중심의 세정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납세자와 국가 사이의 신뢰 역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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