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초등학생 160명 죽인 공습, 미국이 했나? <로이터> "미군 책임 가능성 높아"

NYT도 미군 항공모함 타격단 공격 가능성 제기…전쟁부 장관 "민간인 공격 안 한다" 부인하기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초기 이란 초등학교가 공격을 당해 160명이 넘는 학생이 사망한 가운데, 미국이 공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군사 조사관들은 지난달 28일 이란의 한 여학교에 대한 공격으로 다수의 어린이가 사망한 사건에 미군이 책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라며 미국 관리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 관리가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거나 조사를 완료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스라엘 고위 관리와 공동 작전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 서부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공격했고 미국은 남부의 미사일 발사 기지와 해군 기지를 공격했다"며 미국의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통신은 이 미국 관리들이 "미국이 책임이 없다는 것을 밝히고 다른 책임 주체를 지목할 새로운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8일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Hormozgan)주 미나브(Minab) 시에 위치한 샤자레 타이예베(Shajareh Tayyebeh)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을 맞았다. 토요일 오전에도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학교에는 학생 및 교사들, 일부 학부모들이 있었고, 이에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이 7~12세의 어린이였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가장 비극적인 민간인 피해였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정확한 사망자는 추정하기 어려우나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란 보건 당국과 국영 언론을 인용해 최소 17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문 역시 미국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새로 공개된 위성 사진, 소셜 미디어 게시물, 검증된 영상 등을 통해 수집한 증거에 따르면, 해당 학교 건물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운영하는 인근 해군 기지에 대한 공격과 동시에 발생한 정밀 타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미군이 IRGC 기지가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해군 목표물을 공격했다는 공식 발표는 미군이 해당 공습을 감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에 따르면 해당 초등학교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약 960km 이상 떨어진 미나브에 위치해 있는데 중요한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해 있다. 당시 미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 타격단은 남동쪽 해안을 따라 해상에서 지속적으로 공격을 통해 압력을 가해오고 있었다.

신문이 검토한 2013년 위성사진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한때 혁명 수비대 해군 기지의 일부였다. 기지의 다른 지역에서 현재 학교 건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었다. 그런데 2016년 9월 위성사진을 보면 이 학교 건물은 칸막이로 분리되어 더 이상 기지와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또 여러 시설이 추가되면서 학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를 다른 군사 시설로 오인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신문은 "기지 내부 피해 규모와 원인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위성사진 제공업체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에 새로운 위성 이미지를 요청했다"며 지난 4일 학교 주위를 촬영한 사진을 분석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최소 6개의 혁명수비대 건물과 학교가 여러 차례의 정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 기지 내 건물 4채는 완전히 파괴되었고, 다른 2채는 지붕 중앙에 타격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정밀 타격의 특징과 일치했다.

신문은 "미 공군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민간인 피해 관련 고위 자문관을 지낸 국가 안보 분석가 웨스 J. 브라이언트는 새로운 위성 이미지를 검토한 결과, 학교를 포함한 모든 건물이 '정확한' 표적 타격을 받았다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목표물 오인'(target misidentification) 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는데, 이는 "군이 그 안에 많은 민간인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장소를 공격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스탠퍼드 대학교 인권 및 국제 정의 센터에서 강의하는 베스 반 샤크 전 국무부 관리는 "미국의 정보 능력을 고려할 때, 그들은 인근에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했다"고 짚었다.

▲ 3일 미나브의 한 여자 초등학교에 발생한 공습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사망자들의 시신을 안치하기 위한 무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정부는 현재 이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은 4일 브리핑에서 미군이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우리는 민간인 목표물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학교나 병원, 또는 기타 민간 시설을 고의로 공격하는 것은 국제인도법상 전쟁 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만약 미국의 개입이 확인된다면, 이 공격은 미국이 중동에서 수십 년간 벌여온 분쟁 중 최악의 민간인 사상자 발생 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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