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유 시설 폐쇄, 기름값 폭등? NYT "트럼프, 에너지 공급 차질로 역풍 직면할 수도"

사우디 정유시설, 드론 공격으로 폐쇄…이란 "역내 시설 공격 대상 아냐" 드론 공습 사실상 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정유 시설이자 하루 5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는 라스 타누라(Ras Tanura)가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일시 폐쇄됐다. 이란이 중동 지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하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중동 내 석유 시설은 공격 목표가 아니라고 밝혔다.

2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는 2일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당국이 접근하는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방송 CNN 역시 "투르키 알 말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이 알 아라비야 TV를 통해 드론 두 대가 요격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공격 후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담겨 있다"라며 "드론 공격이 성공적으로 요격되더라도 잔해가 화재를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이 이후 예방 차원에서 폐쇄됐다고 전하면서 "이번 폐쇄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공급 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AP>통신은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정유 시설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은 중동을 휩싸고 있는 전쟁을 더욱 확대하는 것으로, 사우디 경제의 핵심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험정보 분석 회사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르비에른 솔트베트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수석 분석가는 통신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 공격은 중대한 확전"이라며 "이제 이란은 걸프 지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직접적인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유조선, 지역 내 에너지 기반 시설, 무역 항로, 미국의 안보 파트너들을 겨냥해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가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간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란 측은 해당 시설과 관련 자신들이 공격하지 않았다는 식의 입장을 내놨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한 군 소식통이 "이란의 공격 목표에 역내 국가들의 석유 시설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현재도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라며 "이 소식통은 또 역내 모든 지역에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 관련 시설은 이란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며, 앞으로도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Saudi Aramco)가 운영하고 있는데, 하루 약 50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중동 최대 규모의 정유 시설 중 하나다.

또 여기에는 정유 시설뿐만 아니라 해상을 통해 석유를 수출하는 시설인 터미널도 함께 갖추고 있는데, 전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7%가 이곳을 통해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1일 장외 거래에서 개장과 동시에 최대 13%까지 상승하여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다가 79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유가가 거의 10% 급등하면서 중동 분쟁 확대로 인한 경제적 위험성이 부각됐다"라고 짚었다.

신문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교역 차질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휘발유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의 가격 상승에 직면하게 될 위험이 커지며, 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지지율이 급락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적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우디에 위치한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 ⓒAFP=연합뉴스

한편 선박들의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추적 사이트인 '마린트래픽'( MarineTraffic.com)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 지난달 28일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약 70% 감소했다. 사이트에서는 이후 사흘 동안 선박들의 항로에 변화가 있었다면서 "유턴, 저속 운항, 감속, 갑작스러운 항로 변경" 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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