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위기 높아진 트럼프, 이란 공격으로 탈출구 마련하려 했나

[정욱식 칼럼] 오바마 때보다 더 유리한 이란 핵 협상 가능했던 트럼프, 협상에서 공습으로 전환한 배경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또다시 국제법을 난폭하게 유린하면서 이란을 공습했다. 자국, 특히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는 국제법을 헌신짝처럼 취급해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후 총리가 국제법을 준수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지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기습 공격 직전에 오만의 중재에 힘입어 미국-이란 사이에 핵협상의 중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졌었기 때문이다.

국내 상당수 언론은 미국-이스라엘의 공습과 관련해 이란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데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하지만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유포한 '거짓 정보'를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이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었지만, 그 목적이 핵무기 개발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희박했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이고 미국 정보기관도 인정하던 바였다.

그런데 1기 트럼프 행정부가 2018년에 이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다. 마땅한 지렛대가 없었던 이란으로서는 우라늄 농축 수준을 높여 이를 경제제재 해결과 맞바꾸려고 했던 것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이 있기 전날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이란 핵협상을 중재했던 오만 외교부 장관은 2월 27일 양국의 핵협상에 중대한 돌파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쟁점이었던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비축 제로, 축적 제로, 그리고 IAEA의 전면적 검증"에 대한 합의가 도출됐다고 말하며, 이는 농축 문제를 둘러싼 논쟁을 "덜 중요하게 만드는"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란이 결코, 절대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지 않게 된다는 합의"라며, 이를 두고 "가장 중요한 단일 성과"이자 평화적 해결이 "우리의 손에 닿는 범위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JCPOA에선 이란의 300kg의 농축 우라늄 비축을 인정한 반면에 이번에는 비축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었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은 이러한 잠정 합의를 검토하면서 일주일 후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예정된 후속 협상을 준비했어야 했다. 오만 외교부 장관이 설명한 내용이 트럼프가 그토록 뛰어넘고자 했던 오바마 행정부 때의 JCPOA보다 미국에 더 유리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은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친 것이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외교적 해결이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고 있던 시점에 불법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만 것이다.

당초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이 가장 경계한 것은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완화되는 것이었다. 이를 저지하고자 네타냐후 정권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비롯한 일체의 핵 활동 불허,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원 중단 등을 요구했었다. 이란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요구 조건을 내걸어 협상에 찬물을 끼얹어왔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때때로 이스라엘의 과도한 요구에 거리를 두기도 했었지만, 이번에는 네타냐후의 손을 잡는 선택을 했다.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 어떠한 셈법이 작용했는지는 추측의 영역에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37년간 반미의 선봉에 섰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해 미국의 숙원을 풀었다는 '영웅 서사'를 동원하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힘을 통한 평화"를 실현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지지율 반등과 빨간불이 커진 11월 중간 선거의 호재로 삼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 공격으로 더욱 분명해진 점은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월 20일 취임하면서 세계 곳곳의 전쟁을 종식하고 강압적인 방식으로 정권교체를 추진하지 않는 "피스메이커"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이는 '포커페이스'였음에 자명해졌다.

올해 1월 7일 자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필요없다"며, "나를 멈출 수 있는 건 내 자신의 도덕성"이라고 말했던 트럼프의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하는 것이 오늘날 지구촌의 최대 고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그는 미군의 이란 공격이 시작됐던 지난 2월 2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 체류했다. ⓒEPA=연합뉴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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