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그록발' SNS 규제 고삐에…"미, 우회 접속안 개발 중" 보도

로이터 "타국민에 법 어기라고 장려하는 꼴"…머스크 AI 그록 성착취 이미지 탓 영국 '48시간 내 삭제' 새 법

유럽 각국이 아동 소셜미디어(SNS) 접속 중단을 활발히 논의하고 유해 콘텐츠 차단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이 우회 접속 방안을 개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와 타국 법률 무력화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이히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가 혐오 발언과 테러 선전을 포함해 유럽 등 각국 정부가 금지한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포털을 개발 중이라고 이 계획에 정통한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당국자들이 트래픽이 미국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이도록 가상사설망(VPN)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하고 사이트 내 사용자 활동은 추적되지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 쪽은 이를 검열 대응책이라고 주장 중이라고 한다.

소식통들은 새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이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고 지난주 뮌헨안보회의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국무부 당국자, 변호사 등의 우려로 연기됐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관련해 국무부는 유럽을 겨냥한 검열 우회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면서도 "디지털 자유는 국무부의 우선 순위이며 여기엔 VPN과 같은 개인정보 보호 및 검열 우회 기술 확산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발표 연기에 대해서도 부인했고 내부 변호사들이 우려를 제기했다는 것도 부정확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미 정부가 타국 시민들에게 그 나라 법을 어기라고 장려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역, 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으로 이미 악화된 미-유럽 관계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로이터>를 보면 미 국무부에서 유럽 디지털 규제 부문을 담당했던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의 케네스 프로프 선연구원은 이 계획을 유럽의 규정과 법률에 대한 "직접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는 "유럽에서 자국 법을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시도로 인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머스크 AI 그록 성착취 이미지 탓 유럽은 SNS 규제 고삐

유럽은 소셜미디어상 유해 콘텐츠 차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xAI의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이 아동·여성 성착취 이미지 생성·유포 탓에 비판을 받으며 영국은 기술기업(IT)들이 인터넷에서 학대적 이미지를 48시간 내 삭제하도록 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19일 영국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키어 스타머 영 총리가 제안한 이 새로운 법안은 기술기업들이 동의 없이 공유된 이러한 콘텐츠를 탐지하고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 받거나 영국에서 서비스가 차단될 수 있다. 이미지가 여러 플랫폼에 공유돼 있더라도 피해자는 한 번만 신고하면 되고 이후 모든 플랫폼에서 해당 이미지가 삭제돼야 한다.

스타머 총리는 "검찰총장 시절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이 초래하는, 종종 평생 지속되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트라우마를 직접 목격했다"며 "온라인 세계는 21세기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과의 전쟁 최전선이다. 정부가 챗봇 및 나체화 도구에 긴급 조치를 취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리즈 켄달 영 기술장관은 "기술기업들이 면책 받던 시대는 끝났다"며 "인터넷은 여성과 소녀들이 안전하게 존중 받으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도 인공지능이 생성한 아동 성학대 콘텐츠 유포 혐의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찰에 이러한 혐의로 엑스(X), 메타, 틱톡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히고 "이 플랫폼들이 우리 아이들의 정신 건강, 존엄성,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국가는 이를 용납할 수 없으며 이들 거대기업에 대한 면책은 끝나야 한다"고 못 박았다.

유럽 각국은 지난해 12월 호주가 16살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한 뒤 유사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18일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을 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정치권에서 제시된 16살 혹은 14살 미만 소셜미디어 사용 금지안에 대해 "많은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14살 미만 아이들이 하루에 5시간 이상 화면을 들여다보며 모든 사회화가 이를 통해 이뤄진다면 젊은층의 인격적 결함이나 사회성 문제에 놀라선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하원에선 지난달 15살 미만의 SNS 금지 법안이 통과돼 상원으로 넘어갔다. 그리스, 영국, 덴마크,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국들도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 조치를 논의 중이다.

미국선 SNS의 의도적 아동 중독성 유발 혐의 재판

한편 미국에선 소셜미디어의 의도적 아동 중독성 유발에 대한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소송에서 원고 쪽은 "10대들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을 10대 초반부터 끌어들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2018년 인스타그램 내부 문건, 10대 사용자를 포함한 이용 시간 증대를 목표로 언급한 2015~2022년 메타 내부 문서, "인스타그램은 마약이다. 우린 기본적으로 마약 밀매자"라고 언급한 내부 직원 이메일 등을 제시했다.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해당 재판으로 18일 미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혐의를 부인하며 원고 쪽이 "잘못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메타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 버전 구축을 위해 여러 논의"를 했고 13살 미만 어린이용 인스타그램 개발 논의도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가 더 이상 플랫폼 이용 시간에 대한 내부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며 "유용성"과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강박적 사용을 유도하도록 설계돼 어릴 적부터 중독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20살 캘리포니아 여성이 제기한 이 소송에서 틱톡과 스냅은 이미 합의에 도달했고 인스타그램 및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만 피고로 남아 있다. 유사한 소송이 줄줄이 제기된 상태로, 이 소송의 향방이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SNS)의 아동 중독성 유발 재판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소재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 밖에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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