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결국 부동산 문제? 양극화 해소 '일타삼피' 카드는?

[리얼 톡-심층 인터뷰]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코스피 5000'은 집권 7개월만에 조기 달성됐다. 2월 12일 이후 5500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주가 상승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선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듯 하다.

국토교통부의 '주택매수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총 2조3966억 원이었다.이 가운데 강남3구로 유입된 금액은 9098억 원으로 전체의 37.9%를 차지했다.(김종양 국힘 의원 발표)

주식·채권 팔아 강남 부동산 사는 현금 부자들

"지금 주식시장이 호황이라 돈을 번 분들이 많습니다. 이분들이 주가 고점에서 시세 차익을 실현하고 세금 부담 없이 현금을 확보하면, 그 돈이 어디로 갈까요? 대출 규제로 중산층은 집을 사기 힘든 상황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현금 부자들입니다. 주식으로 큰 돈을 번 상위 5% 미만의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차원에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정부가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 놓은 상태라면, 이들 입장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됩니다. 정부는 부동산 자금이 주식으로 오길 바랐겠지만, 실제로는 주식에서 번 돈이 다시 강남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라고 유도하면, 그들이 강남 집을 팔겠습니까? 비강남권 집을 먼저 팔겠죠. 그러면 강남의 희소성은 더 높아지고, 주식으로 현금을 확보한 이들이 강남의 재건축 물량을 받아내며 강남 부동산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정책적 의도와 시장 주체들의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2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부동산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며 "단기적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당위론적인 접근은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체질 바꿀 3가지 정책은?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근본적인 대책을 제안했다

"첫째, 부동산 초과이득세 도입. 강남 같은 투기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해야 합니다. 다만 보유세나 양도세 방식은 조세 저항이나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합니다. 대신 부동산 거래 정보를 축적해 두었다가, 최종 단계(증여, 상속, 최종 매도 등)에서 정상 이윤을 제외한 초과 이익을 한꺼번에 정산해 과세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주거 가치에 따른 시장 정상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둘째, 중산층을 위한 미국식 모기지 제도 도입. 현재 전세가 사라지는 추세에서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습니다. 장기 저리의 모기지 제도를 통해 중산층이 자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는 금융시장의 발전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셋째, 취약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주택 공급.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런 3단계 맞춤형 정책을 통해 부동산이 투기 목적이 아닌 주거 목적의 사회적 자산이 되도록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단기적인 집값 수치에 매몰되지 말고, 이런 근본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박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이런 정책 전환을 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조건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도 60% 이상으로 높고, 여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점하고 있으며,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다. 박 교수는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정책은 저항이 따르고 효과도 늦게 나타나지만 지금은 이런 정책을 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며 "이런 역사적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부동산?

박 교수는 이런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또다른 이슈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문제를 꼽았다.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정책으로 해 놓은 것을 제가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기, 용수 등의 문제에 대해선 인정하면서 여지를 두기도 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클러스터의 "재배치" 문제에 대해 "자산과 소득의 양극화, 지역 소멸과 산업 공동화 문제, 반도체 산업 발전이라는 문제를 모두 충족시키는 '일타 삼피'가 가능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용인이나 수도권을 고집하는 이유가 '인재 수급' 때문이라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수도권을 자기들이 떠나기 싫다는 건데 왜 그러냐? 저는 결국 부동산 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용인에서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땅을 수용해서 실제로 공장을 짓고 나면 땅값이 100배는 오를 겁니다. 그런데 지방에 가서 지으면 10배 정도밖에 안 오르거든요.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부동산 장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박 교수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이라 투자를 빨리해야 하고,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용인을 고수한다고 하지만 내막을 보면 SK하이닉스는 짓겠다는 공장 4개 중 하나만 짓고 있고 3개는 시작도 안 했고 삼성전자는 6개 중 아직 하나도 안 짓고 토지보상단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기술적으로 용인에 전기를 공급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용수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물어봐도 답이 없어요. SK하이닉스는 자회사를 통해 발전소를 짓겠다지만, 용인 주민들은 탄소 배출 문제로 자기 동네에 발전소 들어오는 걸 원치 않습니다. 또 재생에너지(RE100)를 사용하라는 글로벌 공급망의 압박에도 답이 안 됩니다.

필요한 전력량이 15~16GW인데, 서울 소비량의 두 배 정도 되는 이 엄청난 전기를 호남이나 영남에서 송전탑을 세워 가져오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미 전북과 충청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일고 있습니다. 과거 밀양 송전탑 사태를 겪지 않았습니까? 수도권은 이미 전체 전기의 43%를 쓰고 있지만 발전량은 33%뿐입니다. 나머지 10%를 남쪽에서 빌려 쓰고 있는데, 송전 시설이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전력 계통이 불안정해지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죠.

용수 문제도 서울시민의 식수를 가져다 쓰겠다는 건데, 어떤 서울시장이 식수를 내주겠습니까? 정부와 기업이 답이 없는 상황에서 '속도전'만 외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대만 TSMC, 국가 안보 고려해 반도체 공장 분산 배치…삼성·SK하이닉스는?

박 교수는 속도가 정말 중요하다면 2030년과 2035년에 시작되는 2단계, 3단계 계획 중 일부를 영남이나 호남으로 옮겨야 한다며 "대기업이 가야 지방에 일자리가 생기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살아납니다. 공공기관 몇 개 보낸 걸로는 효과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재 수급의 문제도 "반도체 생산 라인에는 대졸, 고졸 사원 등 공정 인력이 대거 필요한데, 지역에도 관련 인재는 충분하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일자리라면 서울·수도권 사람들도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이 무너지면 결국 사람들이 서울·경기로 몰리고 부동산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수도권 집중 해소는 수도권 주민들에게도 삶의 질 측면에서 이득입니다. 이걸 단순히 지방이 뺏어간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와는 대외 환경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미국의 압박, 전력 및 용수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정책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대만의 TSMC는 국가 안보와 재생에너지 공급 등을 고려해 공장을 남북으로 분산 배치했습니다.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최첨단 반도체를 한국에서 생산해야 합니다. TSMC가 대만에서만 최첨단 제품을 만들어 국가 안보를 지키듯, 삼성과 SK도 국민 앞에 그런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 균형 발전도 가능해집니다."

이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주식으로 번 돈이 강남 아파트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정책 세가지!ㅣ박상인 교수 ①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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