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산대에서 34년을 일했다. 그러나 부산대는 내 직장이 아니다. 부산대는 나를 대학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아빠는 그리 오래 일했는데, 왜 정규직이 아니야?" 하고 묻는데, 대답하기 난감하다. 사실 저 물음은 우리나라 대학의 급소를 찌르는 물음이다. 대학은 그리 오래 일을 시키면서도 왜 강사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 것일까? 실력이 없어서? 물론 나는 실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저 물음에 "공부를 못해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전체 대학 강사를 모욕하는 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대답에는 전임교원은 실력이 있다는 뜻이 함축되는데, 모두가 흔쾌히 이에 동의할지도 모르겠다.
1992년 부산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당시 강의료는 시간당 8,000원이었고, 한 강의실에 학생들은 100명 정도였다. 그런 강사가 부산대에만 1,000명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들이 부산대 수업의 30% 이상을 담당했다. 올해는 부산대 개교 80주년이다. 이들이 부산대를 지탱했다. 그것도 아주 헐값에. 이들은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었다. 그리고 그들 대다수는 아무런 보상도, 대우도 받지 못했다. 이런 강사가 당시 전국 대학에 8만 명이었다. 이들이 없었으면 많은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1990년 대학 진학률은 33%였는데, 2005년 80%를 넘게 된 것도 대학 강사들이 있어 가능했다. 내가 전임교원의 10분의 1의 돈을 받으면서도 감당해 온 강의를 놓아버렸다면, 부산대는 그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킬 수 없었다. 그런 세월이 장장 34년이다. 그런데도 부산대는 여전히 돈이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제대로 된 임금을 주지 않는다. 한 두해도 아니고 무려 34년 동안이나.
그런데 사실 이게 부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대는 국립대다. 사립대가 그러면 악덕 사장인데, 부산대는 안타깝게도 국가가 운영하는 대학이니 차마 자기가 사는 나라를 악덕 국가로 만들 수는 없으니, 교수가 되지 못한 강사를 실력 없는 자로 만드는 것이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30년 이상 강의를 했다고 하니, "오래도 했네? 그만 나가라"라는 반응도 그래서 나올 만하다. 그런데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왜 실력도 없는 강사 수업을 듣고 있을까? 수업 거부하고, 무능 강사 물러가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대학은 실력 없는 강사들을 실력 있는 교수로 뽑을 것이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물론 대학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교수 한 명한테 줄 돈이면 강사 10명을 쓸 수 있는데? 사립대만 그런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이런 삶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만 둔 강사들,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처지를 비관해서 자살한 강사도 여럿이고, 모멸감과 자괴감에 쓰러진 강사도 수두룩하다. 왜 이러고 사냐고? 누가 칼 들고 협박하지는 않았지만 하고 싶어서, 좋아서 하는 일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지난 2월 6일 '경남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자들이 단결을 해서 조직률도 올리고 이렇게 정당하게 헌법이 부여한 권리를 행사해서 이렇게 힘을 모아야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지위가 올라가고 사용자와 힘의 균형이 맞게 돼서 정당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라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대학 강사들은 단결하지 못한다. 그들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지 못한다. 그들은 한 대학에서 같은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어렵게 노조라도 만들라치면 대학이 내버려두지 않는다. 가차 없이 잘린다. 부산대 강사들은 2007년에 노조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전체 강사의 20%를 넘지 못한다. 지금 그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학 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4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
대학은 "돈이 없다", "전국 최고의 강의료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꿈쩍도 않고 있다. 농성을 하고 있는 부산대 강사들도 자신들이 전국 최고의 강의료를 받고 있음을 안다. 더 달라고 파업을 할 것인가? 우리는 배부른 자들인가? 그런데도 이들은 강의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농성을 하고 있다. 망설임이 왜 없었겠는가? 회유가 왜 없겠는가? 협박은 없을 것 같은가? 그들은 제각기 미래의 온갖 불안을 안고, 견디면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들도 6만원이 안 되는데, 그들 대학의 강사들은 하지도 않는 파업을 왜 하느냐고? 6만원도 못 받으면서 그들은 왜 파업을 하지 않을까? 그들 대학에는 아예 노조가 없다. 그런데 부산대 강사들은 지금, 싸우지 못하는 전국의 저 수많은 강사들을 대신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대표해서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싸울 수 있으니 싸우는 것이다.
그 싸움에서 부산대 강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따라 강의료를 3% 인상하라는 것. 이 요구는 이 사회에 던지는 물음이다. 당신들은 대학 강사의 노동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학 강사들은 돈을 얼마나 받으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부산대 강의료는 10만 5천 원이다. 나는 한 학기에 4시간을 할 때도 있고, 6시간을 할 때도 있다. 1천 4백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가 1년 임금이다. 당신들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강의하기에 이 정도면 적정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사회에서 대학의 교육과 연구는 이 정도의 가치인가? 대답을 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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