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국제법 위반을 시전하더니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면서 세계 2차대전 이후 계속돼 왔던 유럽과의 동맹을 깰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발진'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다. 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산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의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즉각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협상팀이 급하게 미국에 방문해 양국 대화가 시작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28일(현지시간) "한국과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나 발표하는 행태"가 있다며 미국과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국제정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프레시안>은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진단하고 한국 정부의 향후 외교 대처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일관성이 없고, 그에 따라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군을 보냈던 이유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처음에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공세적 자세를 취한 것은 마약 때문이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마약이 미국 전체 마약 소비량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없다.
그러자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배후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들고 나왔는데 (지금 미국이) 마두로 세력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지 않나? 이 명분도 아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미국이 중국 보고 자기들을 통해서 베네수엘라 석유를 사가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문 교수는 그린란드나 이란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을 소유하려는 이유에 대해 '서반구 지배'를 이야기했다가 이후 '희토류 등 전략 광물 확보'를 언급했고, 그러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을 차지하려고 하니 이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란 문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핵 문제 때문에 개입을 한다고 했다가 이란에서 시위가 벌어지니 시민들을 구출하러 간다고 했지만, 이란이 러시아 및 중국과 사이가 좋으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결국 중국 변수 때문에 움직이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 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2003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해서 전쟁을 시작했으나 막상 무기를 찾지 못하자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명분으로 들었다.
문 교수는 "이런 식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면은 명분을 자꾸 바꿔 나가려고 한다. 미국 외교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것 같다"며 "자기들은 잘못하지 않는다는 무오류성이 지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체결한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요구하고 있어, 미국의 외교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미국은 이재명 정부에서 약속은 해놓고 국내 정치적 절차를 이유로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게 일본에 주는 파장도 있다"라면서 "손익계산을 분명히 확인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우선 국회 독촉을 해서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서 200억 달러라도 가게끔 해놓고 그 다음에 협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세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국의 일부 보수 집단, 특히 개신교 일부 교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라며 한국과 미국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 있다. 현행법을 위반했었을 때는 미국의 압박이 있든 없든 간에 현행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부분을 짚어야 한다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마가 세력이 미국의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마가의 가치와 이념의 국제화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가 세력은 이민에 반대하고, 기독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세력들과 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개신교 중에서도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세력과 마가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는 있는데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일방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미국에 맞서 중견국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미들 파워'(Middle Power)로 불리는 중견국들이 뭉치자고 연설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이들 국가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중견 세력 국가들끼리 협력해서 국제 질서의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잡는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카니 총리를 포함해 '가치기반 현실주의'를 주장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을 불러 "중견 국가들 리더십 포럼" 같은 형태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그는 "강대국이 해법을 제시 못하고 있는데 미국과도 가깝고 중국과도 경제 교류를 많이 하는 이 중간 세력 국가들,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이런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 집단 지성을 보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포린어페어스>에 기고를 했고 카니 캐나다 총리가 그걸 받아서 연설을 했으니 이재명 대통령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이런 국가들을 규합하면서 새로운 담론 체계를 만드는 것은 이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는 지난 9일 <프레시안>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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