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추구한다. 동시에 자주국방 실현에도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보고서를 발간한 것도, 2028년을 목표연도로 삼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는 어울리는 짝일까?
평화공존의 상대도 조선(북한)이고 자주국방의 핵심 취지인 억제의 1차적인 대상도 조선이다. 그런데 조선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한미연합훈련이 계속되고 있고 윤석열 정부보다 훨씬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를 못 박으려고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엇갈림이 발생한다.
한미동맹의 현실에서 자주국방 실현은 전시작전권 환수와 거의 동일시되고 있다. 그런데 조선이 문제 삼는 한미연합훈련과 한국의 대규모 군비증강이 전작권 환수의 핵심적인 조건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전작권 환수 조건을 충족하자니 평화공존이 멀어지고, 평화공존을 추구하자니 전작권 환수 조건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대목에선 "아이스크림을 튀겨먹는다"는 조선 격언이 떠오른다. 앞뒤가 안 맞는, 되지도 않는 언행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튀김'은 있다. 아이스크림을 단단히 얼려 빵가루로 두껍게 감싼 다음에 고온에 빠르게 튀기면 만들 수 있다.
나는 평화공존과 자주국방의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힌트를 여기서 얻을 수 있다고 본다. 평화공존은 '관계의 논리'이고 자주국방은 '자강의 논리'이다. 그래서 적대관계에선 배타성을 띠기 쉽다. 이를 극복하려면 나를 단단하게 만들면서 관계도 두텁게 할 수 있는 지혜가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빠르게'가 중요하다.
이를 평화공존과 자주국방의 관계에 대입해보자. 헌법의 영토조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되어 있다. 이를 반영하듯 한반도 전시에 대비한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과 이를 연습하는 연합훈련에는 방어와 격퇴뿐만 아니라 점령 및 안정화 작전을 거쳐 무력흡수통일을 달성하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 자체적으로는 "북한급변사태" 발생시 흡수통일을 추진한다는 '충무계획'도 있다. 이것들은 존재하는 현실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실효적인 영토는 군사분계선 이남이다. 이 구도에서 평화공존은 군사분계선 이북에 있는 조선과의 평화를, 자주국방은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여기서 한 번도 제대로 던지지 않은, 그러나 매우 중요한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 국방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지금까지처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삼으면 평화공존도, 자주국방도 영원히 불가능해진다. 조선은 한국의 유사시 흡수통일 계획을 '적대적 두 국가론'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또 한국이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 및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있는 조선을 상대로 유사시 무력 흡수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군사력을 보유한다는 것은 과욕 그 자체이다.
이에 반해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삼으면 평화공존과 자주국방의 병행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유사시 흡수통일을 목표로 하는 군사적·행정적 계획을 내려놓으면, 조선의 '확증 편향'을 교정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또 이러한 계획을 내려놓으면 전작권 환수 조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빠를수록 좋다. 영토조항 개폐는 천천히 추진하더라도, 한국 자체적인 충무계획은 우리의 결정에 따라 폐지할 수 있다. 유사시 통일 전쟁 수행 계획 폐지는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에 우리가 요구하면 조속한 합의가 가능하다.
그럼 '통일을 포기하자'는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아니다. 흡수통일 계획을 내려놓자는 것이지 평화통일까지 영원히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선택은 "평화적 통일" 추구를 명시한 헌법 정신과 "흡수통일 불추구"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잘 어울린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