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의 함정…자기관리·자기돌봄은 개인의 몫일까

[서리풀연구通]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는 실천'으로서의 자기돌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자기돌봄이나 자기관리는 대체로 성실함과 규율의 언어로 이해된다. "갓생" 이라는 유행어가 보여주듯, 자기돌봄은 하루의 루틴을 철저히 관리하고, 운동과 식단을 계획하며, 질병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능력으로 측정된다. 이는 더 나은 삶을 향한 능동적 실천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자기 책임을 끝없이 개인에게 되돌리는 윤리이기도 하다. 잘 돌보지 못한 몸과 마음은 곧 관리에 실패한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고, 돌봄은 타인이나 사회와의 관계라기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개선해야 할 프로젝트로 자리 잡는다.

이처럼 자기 돌봄을 개인의 신체를 규율하는 행위로 이해해 온 지배적인 공중보건 담론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는 질리언 챈(Gillian Chan)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논문 바로가기: 사회적 제작으로서의 자기 돌봄 - 코로나19 시기의 초국적 서사).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자기 돌봄은 생의학적·국가적 메시지를 통해 개인적 책임의 문제로 강조되었으며, 개인은 자가격리, 증상 모니터링, 자기 절제와 경계를 통해 전파 위험을 최소화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러한 접근은 연대와 집단적 보호를 암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듯 보이지만, 그 근간에는 여전히 사회적 환경으로부터 분리된, 경계가 명확한 자율적 개인이라는 자기 개념이 자리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공중보건 메시지가 마스크 착용이나 손 위생과 같은 개인적 신체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던 반면, 연구자는 이러한 실천들이 실제로는 사회적 관계성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음을 주장한다.

이 연구는 코로나19를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60건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자기 돌봄의 실제 경험이 이러한 개인화된 모델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참여자들에게 있어 자기 돌봄은 단지 개인의 몸을 관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의 관계를 돌보고 복잡한 사회적 의무를 조율하며, 때로는 새로운 관계성을 창출하는 사회적 실천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념화하기 위해 연구자는 "사회적 제작으로서의 자기 돌봄"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네 가지 상호 연결된 주장을 전개한다. 첫째, 자기 돌봄은 고립된 개인 차원이 아니라 풍부하게 구조화된 사회적 관계의 장에서 비롯된다. 둘째, 자기 돌봄에는 타인의 필요와 취약성에 세심하게 조율하는 능숙함과 분별력이 요구된다. 셋째, 자기 돌봄은 질병 경험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창조적 실천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는 신체적·역학적 경계를 넘어 타인을 돌보는 급진적 돌봄의 순간들을 언급하며, 팬데믹 대응에 대한 대안적 윤리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먼저 첫 번째 주장은 자기 돌봄 실천이 개인이 속한 사회적 관계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다. 자기 돌봄은 개인의 건강을 최적화하기 위한 순수한 선택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를 기반으로 하며 계급과 젠더를 기반으로 하는 연결망 속에서 형성되고 동시에 그 관계들을 재구성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이들로부터 조언과 치료법, 정서적 지지를 얻는 반면, 다른 이들과는 거리를 두며 특정 관계를 강화하거나 약화시킨다.

옥스퍼드에서 홀로 격리 중이던 에콰도르 출신 학생 레이첼(가명)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레이첼은 어머니와 할머니에게서 배운 가정요법에 의존했는데, 이는 여성 중심의 세대 간 돌봄 전통에 뿌리를 둔 실천이었다. 반면 의사인 삼촌에게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이후 삼촌은 이에 분노를 표했다. 레이첼의 자기 돌봄 선택은 여성 친족과의 친밀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의 제도적 생의학 권위와의 거리를 만들어내며, 젠더화된 가족 역동을 반영하고 재생산했다. 물리적으로는 혼자였지만, 그녀의 자기 돌봄은 무엇이 적절하고 위안이 되며 정당한지를 규정하는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 사례는 자기 돌봄이 고립된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조화된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연구자는 자기 돌봄이 기술적 판단과 능숙함을 요구하는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규칙을 기계적으로 따르기보다, 타인의 정서적·사회적·상황적 요구에 맞추어 자신의 행동을 섬세하게 조정한다. 이는 지속적인 평가와 감수성, 조율을 필요로 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영국에 거주하던 카슈미르 출신 학생 나빈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그는 인도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달할 정보를 신중하게 조정했다. 정서적으로 강하다고 여긴 아버지에게만 사실을 알리고, 이미 많은 부담을 안고 있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는 회복이 시작된 이후에야 감염 사실을 전했다. 이러한 선택적 소통은 자기 보호를 위한 기만이 아니라, 가족의 불안을 최소화하려는 관계적 돌봄의 실천이었다. 나빈의 자기 돌봄은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말할지를 판단하는 사회적 기술을 요구했다.

세 번째로 연구자는 자기 돌봄의 창조적 차원을 강조한다. 질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람은 기존 관계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임과 연대의 새로운 관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려 했다. 이 점에서 자기 돌봄은 자신을 넘어 더 넓은 사회 세계로 확장되는 생성적 실천이 된다.

예를 들어 자메이카 출신 학생 제이슨은 여행 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자신이 타인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항공사와 택시 운전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비록 연결에는 실패했지만, 이는 낯선 타인과 돌봄과 책임의 관계를 형성하려는 시도였다. 제이슨에게 자기 돌봄은 한 번도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분리될 수 없었으며, 친밀한 관계를 넘어 도덕적 관심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급진적 돌봄의 사례를 제시한다. 이는 공중보건 규범이 요구하는 엄격한 신체적 경계를 의도적으로 넘어 타인을 돌보는 순간들을 가리킨다. 이러한 행위는 자아와 타자를 분리된 존재로 상정하는 팬데믹 정책의 논리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에서 여행 중 코로나19에 걸린 제나다. 제나의 친구는 이미 감염된 제나와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대신, 감염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그녀와 완전히 함께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정서적 지지를 나누었다. 이 경험은 제나에게 질병을 덜 두렵고 견딜 만한 것으로 바꾸어 주었고, 고립 대신 동반의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챈은 이러한 급진적 돌봄이 위기 상황에서 관계적 안녕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돌봄 상상을 제시한다고 본다.

초국적 질병 서사를 통해 챈은 자기 돌봄을 개인화된 자기 규율이 아닌 사회적 제작의 실천으로 재정의한다. 관계적 내재성, 능숙함, 창조성, 급진적 돌봄이라는 네 가지 차원을 통해, 자기 돌봄은 몸을 관리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 세계를 돌보는 실천으로 드러난다. 이는 자율성, 책임, 위험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지배적 생의학적 가정을 비판하며, 돌봄이 본질적으로 상호의존과 관계적 기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타인과 분리된 상태가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에 주목함으로써, 이 연구는 미래의 팬데믹 대응에 대한 희망적인 대안적 상상력을 제시한다. 즉, 사회적 얽힘을 제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돌봄이 가능해지는 조건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개한 논문은 자기돌봄을 개인의 노력과 성취로 평가해 온 한국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경쟁과 불안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자기돌봄은 종종 더 잘 버티기 위한 자기 단련의 이름으로 호출되지만, 팬데믹의 경험은 돌봄이 결코 혼자 수행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자기돌봄은 관계를 끊어내고 경계를 세우는 능력이 아니라, 타인의 취약성과 감정, 사회적 조건에 반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조율하는 기술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자기돌봄을 '나 혼자 열심히 사는 것'에서 '우리 사이의 관계를 숙련되게 가꾸는 기술'로 재정의해야 한다.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분리와 정화의 논리를 넘어, 우리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상호의존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안녕이 가능해진다. 자기돌봄을 사회적 관계를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실천으로 이해할 때, 우리는 각자도생의 윤리를 넘어 상호의존을 전제로 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지정보

Chan, Gillian. "Self-care as social crafting: Transnational narratives during COVID-19." Medical Anthropology 44.2 (2025): 12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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