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협상 사흘 앞 이란 드론 격추…회담 장소·의제 두고 막판 진통

미군 "이란 병력이 미국 선박 위협도"…WP "이란, 다자 회담서 핵협상 집중 양자 회담으로 변경 요구"

미국·이란 핵협상을 사흘 앞두고 미군이 아라비아해에서 이란 무인기(드론)를 격추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양국은 협상 진행 의사를 밝혔지만 이란 쪽에서 장소와 형식 변경 및 의제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며 막판 진통을 겪는 분위기다.

미 CNN 방송, <로이터> 통신 등을 보면 미 중부사령부는 3일(이하 현지시간) 이란 남부 해안에서 500마일(약 800km) 떨어진 아라비아해에서 항해 중이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 이란 무인기가 "공격적으로 접근"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팀 호킨스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국제 해역에서 작전 중인 미군이 긴장 완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이란 드론이 계속해서 선박 쪽으로 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링컨함에서 출격한 F-35C 전투기가 함정과 승조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란 드론을 격추했고 인력과 장비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CNN은 이란 관영 <타스님> 통신이 이날 아라비아해 국제 수역에서 "정찰, 감시, 촬영" 임무를 수행 중이던 이란 혁명수비대(IRGC) 무인기 한 대와 교신이 끊겼고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호킨스 대변인은 이날 무인기 격추 몇 시간 뒤 이란 혁명수비대 병력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국적 선박을 위협하는 사건도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혁명수비대 소속 선박 두 척과 이란 모하제르 무인기가 고속으로 스테나임페러티브호에 접근해 승선 및 나포를 위협했다"고 밝혔다. 이 배는 화학제품 운반선으로 당시 국제 해역에 있었다고 한다.

호킨스 대변인은 해당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이 이를 인지하고 구축함 맥폴로 스테나임페러티브호를 호위하게 했고 미 공군도 방어 지원을 제공하며 상황이 진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의 "공격적 행태"를 비판하며 미국은 국제 수역에서의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들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상 타결을 촉구하며 이란 주변에 병력을 집결시켜 지역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벌어졌다. 3일 <워싱턴포스트>(WP)는 위성 사진 분석 및 미 국방부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한 달간 이란 인근 기지에 수십 대의 항공기를 배치하고 항공모함을 포함한 군함 12척을 중동 해역에 집결시켰고 보도했다. 다만 전·현직 미 당국자들은 현재 집결 규모는 지난해 이란 핵시설 타격 때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신문을 보면 미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책임자 다나 스트룰은 이 병력들이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지시할 경우 공격 선택지 확대"를 위해 집결해 있으며 지난해와 같은 "구체적 목표"를 갖고 있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 회담 형식 변경 및 의제 핵프로그램으로 한정 요구…완전히 다른 회담 추진"

미국은 이란과 6일 고위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이란 쪽에서 장소와 형식 변경 및 의제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3일 <워싱턴포스트>는 사안에 정통한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협상 장소를 당초 예정됐던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오만으로 변경하기를 요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원래 회담은 미국과 이란 뿐 아니라 아랍 및 튀르키예 외교관들이 참여하는 다자 형식으로 기획됐지만 이란은 장소를 바꾼 양자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고 한다.

신문은 형식 변경이 회담 목적 변경까지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다자 회담에선 이란 핵프로그램 뿐 아니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역내 대리세력에 대한 이란 지원까지 폭넓은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지만, 현재 이란은 양자 회담에서 핵협상 및 그에 따른 제재 완화, 군사 대치 완화에 집중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 외교관은 "이란이 현재 완전히 다른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국은 여전히 협상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AP> 통신을 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3일 외무장관에 미국과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협상"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가 이번 주 후반 튀르키예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외교를 우선하지만 쌍방 협력이 필요하다"며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려면 그럴 의사가 있는 상대방이 필요하며 이것이 위트코프 특사가 모색하고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예산안 서명식에서 "우린 지금 이란과 협상 중"이라며 이란이 "그런 일(지난해 이란 핵시설 폭격)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협상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의 회담 장소를 밝히진 않았지만 "한 곳 이상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한 아랍 소식통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요청을 받아들여 회담이 6일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매체는 역내 다른 국가들도 회담에 참여할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합의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지난주 이란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우라늄 농축 완전 중단,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종료를 협상 재개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이전엔 이 세 조건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통신은 이란 당국자가 최근엔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대해선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란 성직자 지도부가 탄도미사일 제한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도미사일 제한이 도입될 경우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상실할 수 있다.

역내 대리세력의 경우 가자지구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이스라엘 공격으로 하마스, 헤즈볼라 등이 이미 약화된 상태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또한 2024년 말 무너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위트코프 특사에 이란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3일 위트코프 특사와 만나 이란이 그들이 한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걸 여러 차례 증명해 왔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 지도를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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