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에 군 투입을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캐나다에 대해 미국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음에도 감사해하지 않고 있다며 은혜를 모른다고 비난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연설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전역을 방어할 수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인 이른바 '골든 돔'(golden dome) 구상 실현을 위해 덴마크령인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면서 이 미사일 방어망이 캐나다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캐나다 공영방송 CBC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는 우리로부터 많은 공짜 혜택을 얻고 있다. 그런데 말이지, 그들은 감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방송은 "(마크) 카니(캐나다 총리)는 과거 트럼프가 언급한 이 구상에 캐나다가 참여하거나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바 있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당신네(캐나다) 총리의 발언을 지켜봤다. 그는 전혀 감사해 보이지 않았다"며 "캐나다는 미국에 감사해야 한다. 캐나다는 미국 덕분에 존재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방송은 "미국이 북미 대륙에 제공하는 군사적 보호를 가리킨 발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에 발언할 때는 그 점을 기억하라, 마크"라며 카니 총리에게 훈계를 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다만 방송은 "이 발언은 총리 본인에게 직접 한 말은 아니었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연서 전에 정상회담장을 떠났고 두 사람은 회담장에서 만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앞서 카니 총리는 20일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패권'(American hegemony) 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강대국들이 경제적 통합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인들은 우리의 지리적 위치와 동맹 가입만으로 자동적으로 번영과 안보가 보장된다는 과거의 편안한 가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며 "새로운 역학 관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캐나다가 '원칙적이면서도 실용적'이어야 하며, 국가 역량을 키우고 무역 관계를 다변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방송은 "통합이 '종속'(subordination)'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분명해진 만큼, 미국과 같은 국가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총리 발언의 의도를 설명했다.
방송은 "카니 총리는 고립주의적인 접근이 국가들을 더 가난하고 취약하며 지속 가능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러한 흐름이 어쨌든 다가오고 있으며, 캐나다는 가능하다면 뜻을 같이하는 동맹국들과 협력해 더 크고 부유하며 무장한 국가들의 지배에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옛 질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애도해서는 안된다. 향수는 전략이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 균열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것, 더 강하고 더 정의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C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장황하고 산만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하면서, 그가 본인이 추진하는 관세의 이점을 '홍보'했지만 실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관세 정책이 "수백 개의 대형 공장과 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며 "캐나다, 멕시코, 일본에서 오고 있다. 일본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곳에 공장을 짓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은 이에 대해 "트럼프는 캐나다 자동차 산업에 입힌 피해에 집착해 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은 "트럼프가 무역 전쟁을 시작한 이후 온타리오주 브램턴과 잉거솔에 있는 자동차 조립 공장은 가동을 중단했다. 제너럴 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모회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 같은 일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미국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발표했다"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미국 노동통계국의 예비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자동차 산업 일자리는 실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그가 과거에 했던 캐나다의 51번째 주 합병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캐나다와 그린란드 위에 성조기를 씌운 이미지를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이같은 이미지를 게재하기도 했다.
방송은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관련 발언, 특히 캐나다 영토에 성조기를 씌워 캐나다의 주권을 조롱한 것은 '전형적인 트럼프식 행태'이지만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캐나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혼란을 야기하는 사람은 단 한 명,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방송 보도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합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카니 총리는 지난 16일 캐나다 총리로는 8년 만에 중국에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다변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그는 방중 이후인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 "중국과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실용적이며, 국민들에게 실제 혜택을 줄 수 있는 분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역시 카니 총리의 방중을 미국 견제에 활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중국과 캐나다는 서로 다른 국가적 상황을 가지고 있지만, 양국은 서로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각자가 선택한 정치 체제와 발전 경로를 존중하며, 국가 간 화합의 올바른 방식을 견지해야 한다"며 캐나다를 편입하겠다는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분열된 세계는 인류가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처할 수 없다.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하며 인류 공동의 미래를 위한 공동체 건설을 촉진하는 것이 바로 그 해답"이라며 "중국은 유엔, G20, APEC의 틀 안에서 캐나다와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다자주의는 세계 안보와 안정의 초석이며, 시진핑 주석의 글로벌 거버넌스 구상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복잡하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캐나다는 다자 문제에 대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다자주의와 유엔의 권위를 수호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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