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 부동산 '아직은 괜찮다'는 시그널 될까 걱정

[기고] 신년 기자회견에 드러난 이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 인식에 대하여

1.

1월 21일 열린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꼼꼼히 지켜보았다. 정치, 외교, 경제, 검찰개혁, 사회, 문화 전 영역에 걸쳐 빠트릴 수 없는 담론들이 융단 깔리듯 펼쳐졌다. 모두가 핵심적인 의제다. 하지만 그 중에서 필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부동산 이슈였다.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 폭등 및 그에 따른 불로소득의 억제에 대하여 어떤 인식과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가 가장 궁금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집권 개시 시점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경제학자와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직언해 온 부동산 보유세 강화 문제가 관심사였다.

두괄식으로 말하면 크게 실망했다. 아래에 인용한 내용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들이다.

"(부동산) 세금을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좋다"

"토지거래허가제라든지 여러 방법이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할 수 있다”

"(부동산 세제 문제가) 반드시 필요한 상태가 되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가 없죠.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안 오기를 바라죠.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상황이 적절히 조절될 거라 봐요."

그리고 마무리로 이런 말을 했다.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서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전제와 유보를 두었지만, 현 시점에 있어 부동산 세제 개편에는 부정적이란 의사가 명확했다.

10분 이상 전개된 대통령의 부동산 문제 답변을 총괄하면서 드는 필자의 생각은 이랬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경제사회적 질곡임은 물론 심지어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률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덜 절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문제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한 종다수 국민의 문제의식에 크게 둔감해 보인다는 뜻이다.

현 정부 들어 연이어 발표되는 (그 때마다 역대 최대라고 평가된)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눌러놓은 스프링처럼 몇 달만 지나면 수도권 아파트 값이 끈질기게 고개를 쳐들고 있다. 시장이 정부 대책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또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단적인 증거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인식과 대책이 부동산 투기세력의 준동을 확고히 저지하고 막대한 투기적 불로소득을 제도적으로 환수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판단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작년 10.15 정부 대책에서 강조한 바 앞으로 '필요할 경우' 부동산세제를 '합리화'하겠다는 레토릭의 좀더 세련된 반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보유세 등 세제 개편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했던 당시 대책보다 오히려 후퇴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2.

투기와 탐욕의 악성균은 내성이 강하다. 부동산 문제가 대증요법으로는 결코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앰플 주사는 되풀이할수록 속을 곪게 만들기 때문이다. 근원 치료를 위해서는 단호하게 환부를 도려내는 수술이 필요하다. 그 핵심적 정공법이 자산가치 대비 세액을 의미하는 실효세율에서 OECD 평균(0.33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부동산 보유세 강화라는 건 이미 공론화된 사실이다.

지난 시기 문재인 정부는 자그마치 스물 여섯 번의 대증적 부동산 대책을 실행했다. 그 결과 임기 말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은 정권 출범초기에 대비하여 200퍼센트가 올랐다. 현 정부도 그러한 전례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세간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22일 코스피 지수가 역대 최초로 5000을 돌파했다.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상시적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서민과 중산층, 특히 2030 세대입장에서는 어떤가. 전 생애에 걸쳐 가처분소득 전부를 저축해도 도달 못할 정도로 까마득한 성층권에 올라선 부동산 가격. 그것이 땅으로 내려오는 '정상화'가 그들에게 훨씬 심각한 생존 문제가 아니겠는가.

6월 지방선거 득표전략과 관련된 고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관점과는 다른 차원에서, 대통령과 참모진 그리고 부동산 관련 부처 관료들의 공감과 인식이 절박한 바닥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는 쓴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3.

실물경제 활성화에 들어가야 할 수천조 원의 자금을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아래 매몰시켜 온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 연예인 누구누구가 몇 년 만에 수십억 부동산 매매 차익을 남겼다는 뉴스가 도배를 하고, 무주택자와 2030세대의 좌절 앞에서 부동산 투기세력이 천문학적 불로소득의 현금다발을 흔들어대는 세상.

이런 공동체가 건강한 삶의 가치가 살아있는 곳일 수는 없다. 이 같은 사회는 사람들의 노동과 저축 의욕 자체를 압살시키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 활력을 흡반처럼 오로지 부동산에 빨아들임으로써 결국 나라 전체를 회생 불능의 수렁에 쳐 박는다.

부동산 세금 정책은 거시 경제 목표 달성을 위한 하나의 정책 수단일 뿐이다. 그것이 신성불가침의 원칙이 될 수는 없다. '보유세'와 관련된 대통령의 발언에 우려를 품는 것이 그 때문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가급적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백히 지적해야 할 것은 부동산 폭등과 그로 인한 투기적 불로소득 문제가 이미 선을 벗어난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라는 점이다. 마침내 종기가 곪아 곧 터질 지경임을 누구도 부인 못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부동산 세제 강화 유보가 나라의 기틀을 송두리채 무너뜨리는 부동산 폭등과 투기 문제 해결보다 우선순위에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은 어딘가 선후가 뒤바뀐 인식이다. 벌써부터 언론에서 "이재명 대통령 "세금제도로 부동산 대책? 지금은 고려 안 해" 등의 헤드라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자회견에서의 대통령 발언이 부동산 시장에 던질 부작용이 심상치 않을 걸로 보인다. 잠시 웅크리고 있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게 '아직은 괜찮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던지지는 않을 까 큰 걱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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