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기용에 대해 지지층에게 이해를 구하고,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가 논란이 된 검찰개혁 현안에서도 반 보 물러나는 등 통합 의지를 드러내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다만 3시간 가까이 언론의 질문에 답하며 소통 의지를 보이면서도, 언론과 야당에 대한 불신은 숨기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혜훈 후보자 관련 의혹들에 대해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이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하고, 우리 국민이 문제의식을 가지는 부분도 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다만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것이 공정하다"며 "본인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들어볼 기회를 갖고 그 청문회 과정을 본 우리 국민들의 판단을 제가 들어보고 좀 판단하고 싶었는데, 그 기회마저 봉쇄돼서 본인도 아쉽겠지만 저도 참 아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좀 시간을 두고 판단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이 미흡한 부분도 인정했다. 그는 "청와대 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실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부족했다"면서도 "그런데 그분이 보좌관에게 갑질을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쪽 진영에서 공천을 무려 다섯 번을 받아 세 번이나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아무런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분 아닌가"라며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를 처단하는 모습에 비유하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자 기용을 두고 민주당 지지층에서 반발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 대통령은 통합에 대한 소신을 드러내며 이해를 구했다. 그는 "대통령은 당선될 때까지는 한 쪽 진영의 대표인 게 분명한데 당선된 순간부터는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는 게 확고한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각료 임명이나 청와대 참모를 꾸리는 데 압도적 다수는 같은 색깔의 같은 진영의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하면 어떡하나"라며 "이제는 우리가 휘둘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다른 의견도 반영을 좀 하고 특히 경제분야는 소위 보수적 질서가 중요한 측면도 있다"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편을 갈라서 싸우기는 했지만, 싸움은 일단 끝났고 이제는 함께 모두를 대표하는 통합된 나라로 가야 되고 그게 대통령이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직무"라며 "사실은 필요한 만큼 못 하고 있다", "필요최소한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지층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다.
특히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과 관련, 그는 보완수사에 대한 예외적 필요성을 인정하며 여권 강경파의 주장과는 거리를 둬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00명 넘는 검사가 있는데 나쁜 짓 한 검사가 10%는 될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걸 다 고려해야 하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유연한 면모를 보였다.
그는 "(검찰이)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 공소시효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보완수사가 전면 금지되면 (경찰에)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면 어떡할 건가"라고 예외적 상황을 상정해 보완수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런 경우 (보완수사권) 남용의 가능성을 없애고, 예외적인 경우 남용의 여지가 없게 만들어서 그런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라며 "입법은 국회가 하고, 논쟁이 벌어질 텐데, 그 논쟁이 두려워서 검사의 모든 권력을 완전하게 뺏는 방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검찰한테 권력을 뺏는 게 개혁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최종 목표는 억울한 범죄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이 하도 저지른 업보가 많아서 마녀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해서도 그는 과거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정책 쓰지 않겠다'는 언급에 대해서도 "선거 때 거기에 대해 말씀드려서 기대하시는 분도 계시는 거 같다"면서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다. 그러나 필요한 상태가 됐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안 쓸 이유는 없다"고 유연성을 강조했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 "마치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신규 건설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 추세나 에너지의 미래를 고민해 보면 엄청난 에너지 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 부과를 시사한 것을 두고는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한미 양국이 지난해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에 합의한 것을 언급 "대만보다 불리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대만만큼은 불리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며 "대만이 잘 견뎌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시간 53분 기자회견으로 소통 의지 보이면서도…"그것도 신문 사설이라고", "기사 AI로 쓰죠?"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당초 예정보다 2배 긴 2시간 53분 진행하며 소통의 의지를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목하거나, 사회자인 강유정 대변인이 지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총 25개의 현장 질문에 답변했다. 청와대는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장 기자회견"이라고 자평했다.
시작 부분에서 이 대통령이 "오늘 (진행 시간이) 90분으로 예정돼있지만, 원하시면 충분히 시간을 갖겠다. 밤새 하긴 좀 그렇겠지만"이라고 하자 좌중에는 웃음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년간 질문 기회를 한 번도 얻지 못했다'고 한 MBC 기자에게는 "전에 못 한 것까지 다 (질문)하게 자주 기회를 드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간간이 유머를 섞은 대답도 선보였다. 청와대 참모진의 지방선거 출마 움직임을 묻는 과정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사랑하는 사이라던데 보내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배석한 강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근데 우리가 언제 사랑하는 사이로…(됐나)?"라더니 몸서리치듯 "어휴, 징그러워"라고 말해 좌중을 또 한 번 웃겼다.
다만 야당과 언론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걷히지 않은 모습도 보였다. 그는 국민의힘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에 "지금은 여야 간 대화가 우선"이라고 바로 거절 의사를 밝히며 "야당 대표도 당연히 필요하면 만나는데, 필요하고 유용할 때 만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가 개별 정당과 직접 대화, 소위 '직거래'를 하면 여야 관계나 여의도 국회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여야가) 충분히 대화하고, 거기서 추가 돌파구가 필요하거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때 만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번에 봤더니,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정쟁 유발 수단으로 쓰는 분들도 (야당에) 계시더라"고 보수 야당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그는 '대장동 특검' 사안을 언급하며 "저는 야당 대표일 때도 좀 (특검을) 하자고 나를 '안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더라. 언론의 역할도 컸다"고 불신을 내비쳤다.
자신의 대북정책을 '저자세'라고 비판한 신문 사설을 언급하며 그는 "저자세라고 말이 많던데 그러면 고자세로 북한하고 한판 뜰까"라며 "바보 같은… 그것도 신문 사설이라고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고자세로 한 판 떠줘? 그러면 경제 망하는 것"이라며 "누구 말대로 가장이 성질이 없어서 직장을 말없이 꾸역꾸역 다니겠나? 다 삶에 도움이 되니까 참을 건 참고 설득하고 다독거리면서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설명하면서 "제가 전에 외신기자들과 점심을 먹은 일이 있는데 그때 제가 이런 얘기를 했다가 이상한 언론에서 제가 인간을 폄하했다는 기자를 쓰고 그랬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언론이 권력화돼서 중요한 정치집단의 한 구성원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꽤 많다"는 주장도 했다.
20대 남성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주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저조한 20대 지지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은 예를 들면 군복무라든지 또는 여러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을 하게 된 것 같고, 그 점은 타당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심층적 조사에 의하면 20대들이 보수적이 된 건 아니고,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들을 보면 여전히 진보적"이라며 "그러나 행동 자체는 정권에 대해서 반대되는 경향이 좀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기회가 별로 없는데, 자기들이 보기에는 민주당도, 이재명도 상당히 기득권자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해법으로 성장을 강조하며 "성장을 해야 기회가 많이 생긴다. 새롭게 생기는 기회는 최대한 공평하게 나누자"며 "이미 있는 기회는 빼앗을 수는 없다. 농지개혁처럼 뺏을 수는 없지 않나.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사회 방향도 대대적으로 바꿔나갈 텐데 바꿀 때 우리 청년들에게 기회를 많이 줘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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