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0억 영광굴비 산업, 지역 경제의 핵심 축

'지리적표시제 등록'과 '참조기 양식산업센터 건립'으로 변화 도전

전남 영광군의 굴비는 단순한 수산물이 아니다.

연간 생산량 약 6960톤, 매출 2010억 원 428개 업체가 참여하는 이 산업은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이자, 한국 식문화의 한 장면을 온전히 품고 있는 유산이다.

영광군이 굴비의 원료인 참조기를 '군어(郡魚)'로 지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광굴비ⓒ영광군

굴비의 중심지는 법성포다. 해풍의 방향과 세기, 온도와 습도까지 굴비를 말리기에 적합한 자연조건 위에 수백 년간 이어진 가공 기술이 더해졌다. 이곳은 국내 최대 굴비 생산지로 자리 잡았고, 2009년 '영광 굴비산업특구'로 지정됐다.

굴비는 '소금에 절여 통째로 말린 조기'라는 단순한 정의를 갖지만, 그 맛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아가미를 열어 조름을 제거하고, 염산면 천일염으로 염장한 뒤 해풍에 자연 건조하는 전통 방식은 염도와 수분의 미세한 균형 위에서 완성된다. 이 과정이 만들어내는 깊은 감칠맛은 경험의 축적이자 지역의 기술이다.

기록은 굴비의 역사를 증명한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지도군총쇄록'에는 영광 일대가 대규모 조기 어장이었고 파시가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굴비는 고려 이전부터 특산물로 임금에게 진상됐고, 영광은 생산과 유통의 거점이었다.

이름의 유래를 둘러싼 여러 설화 역시 굴비가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음을 보여준다.

영광굴비의 경쟁력은 원료와 관리에서 갈린다. 몸길이 17cm 이상 국내산 참조기만을 사용하고, 경매·수매 확인서를 통해 원산지를 관리한다.

원료는 저온 보관을 거쳐 계절을 가려 가공된다. 염장굴비는 봄과 초여름, 마른굴비는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생산된다. 전통은 철저한 관리 위에서 유지된다.

지금 영광굴비는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참조기 어획량 감소, 소비 패턴 변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영광군은 '영광굴비 지리적표시제 등록'과 '참조기 양식산업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1인 가구 증가에 대응해 굴비를 활용한 가정간편식과 가공식품 개발에도 나섰다.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중심은 같다. 영광의 바람, 소금, 그리고 시간, 굴비는 여전히 이 지역의 과거를 품고, 미래를 묻고 있다.

김춘수

광주전남취재본부 김춘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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