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삼성 유치' 15년 데자뷰…민주당 전북도당 '특위' 기대·우려 교차

2011년 삼성 새만금 투자 23조원 발표 후 무산, "투자 살려야" 주장도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이 '삼성전자 전북이전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삼성 투자유치에 나선 것을 두고 15년 전 삼성의 새만금 투자 여망이 데자뷰처럼 아른거리고 있다.

전북은 새만금 내부매립의 진척과 각종 기반시설 확충을 통해 대기업 투자를 담아낼 조건을 갖춰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삼성 투자 불모지'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어 민주당 차원의 접근에 이목이 쏠린다.

삼성과 전북도,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등은 지난 2011년 4월 삼성이 2021년부터 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신재생에너지 산단을 조성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자치도당이 '삼성전자 전북이전 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삼성 투자유치에 나선 것을 두고 15년 전 삼성의 새만금 투자 여망이 데자뷰처럼 아른거리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새만금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MOU' 체결에는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 5명이 직접 서명했다.

삼성은 새만금에 총 23조원에 투자한다고 밝혔고 전북도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로 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우선 1단계(2021~2025년)로 약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 4.1㎢ 부지에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 생산기지 등을 구축할 예정이었다.

전북은 당시 혁신도시 입주기관 협상과정에서 LH유치 무산 등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태였고 이런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산물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삼성 투자에 대한 도민들의 여망은 한없이 커져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삼성의 새만금 투자를 위한 후속조치는 이뤄지지 않아 지역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전북도는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 측의 구체적인 투자계획과 일정이 나오지 않자 2016년 3월 삼성 투자요청 공문과 함께 송하진 도지사의 친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같은 해 5월 17일 전북도청을 방문한 삼성의 임원은 내수부진과 세계경기 침체 이유로 들며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투자계획 철회를 선언해 전북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전북도의회에서는 삼성 특위를 구성해 MOU 체결 배경과 투자 무산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나왔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했고 지금까지 대규모 제조업 투자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전북은 삼성 투자 불모지로 남아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고창군에 3500억원을 투자하는 '스마트 허브단지 착공식'을 가졌지만 이는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것이어서 제조업 투자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전북도당이 5일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이전 특위'를 설치하고 삼성전자 투자유치를 선언해 삼성의 새만금 투자를 끌어내려다 실패한 15년 전의 발표가 데자뷰로 다가오고 있다.

다만 과거의 삼성 투자 발표가 정부와 삼성·전북도 등의 자발적 합작품이라면 이번에는 전북 정치권이 팔을 걷어붙이는 등 15년 전 상황과 닮은꼴과 다른 꼴이 현저히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우선 닮은꼴은 유치 대상 기업(삼성)과 유치 희망 지역(새만금), 도민의 여망 등이다.

최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지방이전 여부가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했고 재생에너지를 특화하려는 새만금이 대안으로 떠오른 점이 닮은꼴을 키웠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이와 관련해 "삼성의 새만금 투자약속이 10년 넘게 지켜지지 않았다"며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의 복원과 삼성의 투자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정현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삼성 측은 2016년에 새만금 투자 여력이 없다며 앞으로 새로운 투자계획이 있다면 새만금에 투자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삼성의 새만금 투자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대표는 "삼성의 투자 논의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토지이용계획의 8대 용지에 '신재생에너지 용지' 11.5㎢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새만금기본계획'에서 사라진 신재생에너지 용지를 이재명 정부에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 환경단체는 삼성의 새만금 투자약속 이행과 신재생에너지 용지 복원을 지역사회의 핵심과제로 삼고 정책적·사회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15년 전과 상황이 다른 점도 확연하다.

▲2011년 4월27일 오후 2시 서울 행정안전부 의전행사실에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김완주 전북도지사,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겸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 농식품부 1차관,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 등 관련 인사들이 참석해 새만금 투자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전북자치도

2011년의 삼성 MOU 체결에는 삼성과 전북도는 물론 총리실과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까지 적극 나섰지만 지금은 용인시와 수도권 정치인의 반대가 심한데다 정부도 지산지소의 원론만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15년 전에는 삼성의 고위직이 직접 MOU에 서명하며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은 이와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되레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라고 하는 게 과연 맞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6일 "반도체는 '정치'로 짓는 게 아니라 '과학'으로 짓는 것"이라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새만금 이전 논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 정치권 입장은 강고하다.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삼성전자 이전은 전북의 산업지형을 바꾸고 전북의 미래를 새로 여는 결정적 분기점"이라며 "전북이 가진 장점을 반도체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국가 성장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일각에서는 민주당 도당 차원의 특위 구성을 지켜보면서도 자칫 고도의 경제 문제를 정치로 풀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벌써 "현직 도지사의 기업유치 실적이 10조원대에 불과한 현실에서 360조원 규모에 달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이전은 전북경제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어 '경제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지적이다.

아울러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도하게 정치적 공방 소재로 활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하며 전북 정치권이 이번 기회를 최대한 전북의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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