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이 있었다고 주장한 이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벨라루스에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확하게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규명되지 않은 관저 공격을 명분으로 러시아가 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대 우크라이나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는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오레슈니크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며 "이는 전쟁 발발 시 유럽 전역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역시 미사일 배치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 국방부가 오레슈니크 이동식 미사일 시스템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에 대해 음속의 10배가 넘는 속도로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공언한 바 있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미 미사일 배치를 시사한 바 있다. 그는 12기 이내의 오레슈니크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서방 적대 세력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번 행보는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를 이용해 푸틴 대통령의 관저를 공격하려 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이 나온 이후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9일 기자들에게 28일~29일 새벽에 우크라이나가 푸틴 대통령 관저를 향해 무인기 91대를 이용한 테러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무인기가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으며, 사상자나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마러라고(에서의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직후" 우크라이나 정권이 자신의 관저를 공격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러한 테러 행위에 대해 "가장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의 관저 공격을 확인된 사실로 간주하고, 핵무기를 사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는 '푸틴 대통령 관저 드론 공격, 핵전쟁 촉발 가능성 있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통령 관저에 대한 91대의 드론 공격은 극도로 위험한 도발"이었다며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 알렉세이 레온코프를 인용해 이번 공격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단독 행동이 아닌, 유럽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온코프는 무인기 공격에 대해 "치밀한 계획이 필요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이던 시기를 노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현재 이 공격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공격은 단순히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 국가 원수가 핵무기 사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통신망을 갖춘 핵무기 통제 센터에 대한 공격"이었다면서 "이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였다. 최악의 경우 세계적인 분쟁을 일으키고, 최소한 미국과 러시아 간의 협상 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온코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공격을 부정하고 있지만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인은 바뀌고,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다"라고 말했으며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에는 푸틴의 죽음을 기원하는 듯한 메시지를 발표했다면서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는 척하며 '평화를 옹호하는' 역할을 연기했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의 관저에 대한 무인기 공격이 실제 이뤄졌는지는 확정짓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우크라이나가 공격한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대규모 무인기 공격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 공격이 방공 시스템에 의해 완벽히 격추됐다면 증거가 남아있을 리가 없다"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문은 "우크라이나의 무인기 공격이 있을 때마다 인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폭발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공격에 대한 영상은 전혀 없으며, 인근 주민들은 29일 러시아 독립 언론에 폭발음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종종 허황된 주장을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인기 및 미사일 공격에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은 적이 없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지만, 그 반대되는 증거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라며 러시아의 주장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신문은 무인기 공격이 실행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우크라이나는 군 고위 인사 암살, 정유 시설 공격,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 위장 무인기를 트럭에서 발진시켜 러시아 전략 폭격기를 격추시킨 '거미줄 작전' 등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분명히 푸틴의 거주지는 우크라이나 공격 계획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목표물로 여겨졌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트럼프와의 협상이 한창인 중요한 시점에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다소 의아한 선택이며, 현장 목격자 증언이 부족하다"라며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렇듯 실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있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 매우 화가 났다"라며 "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기다. 그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집을 공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은 그런 행동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의 본인 계정에 영어와 러시아어로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가 표적이 됐다는 보도에 깊이 우려한다. 현재 진행중인 외교적 노력은 적대 행위를 종식시키고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경로"라며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게 이러한 노력에 계속 집중하고 이를 훼손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라는 메시지를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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