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물가 부담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중고로 구매 중이라고 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과 다른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줄 연말 연휴 선물을 중고품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보도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가 쇼핑객 약 1800명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 응답자 82%가 지난해보다 올해 선물용으로 중고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전미소매연맹(NRF)이 미국인 8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거의 절반이 이번 연말 연휴에 비용 절감을 위해 중고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역 행사 사업체를 운영하는 바네사 로버츠(36)는 이전까진 어머니께 중고품 선물을 자제해 왔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엔 어머니께 중고품을 선물할 계획이라고 신문에 전했다. 중고 코치 브랜드 가방을 찾고 있는 그는 125달러(약 18만 원)짜리 상품을 발견했지만 비싸다는 생각에 더 저렴한 물건을 찾고 있다.
신문은 "오랫동안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들은 중고품을 선물로 주는 걸 꺼렸고 가족과 친구들은 중고품을 받는 걸 모욕으로 여겼다"며 소비자들이 "가족과 친구들이 실망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선물로 중고품을 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주 트로이에서 중고 물품 매장 굿윌을 운영하는 캐시 부스케는 매장에 들른 많은 소비자들이 관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신문에 전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제때 주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가격을 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아예 선물을 주고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달 초 보도를 보면 플로리다주 탬파에 사는 마케팅 임원인 엘리자베스 준(32)은 소득이 적다고 볼 수 없는데도 향후 불안 탓에 올해 네 명의 형제자매들과 연말 선물을 주고 받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형제들보다 가족 내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선물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침체된 소비자 심리, 최근 기업들의 해고 등을 언급하며 "당장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올봄부터 상승세를 타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로 올라섰다. 11월 CPI 상승률은 다시 2.7%로 내려왔지만 분석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할인 물가가 집중적으로 반영됐을 것으로 봐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0월부터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11월 중순에 해제돼 대부분 데이터 수집이 이후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셧다운으로 인한 집계 어려움으로 10월 CPI 상승률은 발표조차 되지 못했다.
미국인들이 물가 및 경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는 가운데 트럼프 정부 경제정책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22일 미국 성인 1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코노미스트-유고브 여론조사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인플레이션·가격 문제로 꼽은 응답자가 24%로 가장 많았다. 일자리 및 경제를 꼽은 응답자가 16%로 뒤를 이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응답자(34%)가 좋다고 생각하는 응답자(28%)보다 많았다.
이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 지지율은 38%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55%)을 훨씬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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