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시사하며 압박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민들의 다수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작전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퀴니피악 대학교가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내 등록 유권자 10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3.9%포인트) 응답자의 63%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군사 행동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매체는 또 응답자의 53%가 국제 해역에서 마약 밀수 용의자를 사살하기 위한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월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마약운반선이라고 규정하며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데, <AP> 통신은 이 작전으로 현재까지 최소 99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유권자는 대통령의 행정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매체는 응답자의 54%가 대통령이 권력을 너무 많이 행사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적절하다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가운데 미 하원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관련 군사 작전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는데 다수당이자 여당인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하원에서는 대통령이 지정한 서반구 내 마약 카르텔 등의 테러 조직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됐으나 찬성 210표, 반대 216표로 부결됐다.
또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 영토 내 또는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한 미군의 군사 행동을 금지하는 결의안도 상정됐으나 이 역시 찬성 211표 대 반대 213표의 근소한 차로 부결됐다.
이 투표 결과를 두고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탐욕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로 들어가거나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모든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전면적이고 완전한 봉쇄"를 하겠다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무능하고 나약했던 바이든 행정부 시기 동안 마두로 정권이 미국으로 들여보낸 불법 이민자들과 범죄자들은 빠른 속도로 베네수엘라로 송환되고 있다"며 "미국은 범죄자, 테러리스트, 또는 다른 국가들이 우리나라를 약탈하거나 위협하거나 해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적대적인 정권이 우리의 석유, 토지, 또는 그 밖의 어떤 자산이라도 빼앗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에 베네수엘라도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연설을 갖고 "우리는 우리의 국민과 땅, 재산, 조국을 지킬 것"이라며 미국의 압박이 "터무니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는 식민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압박하는 "진정한 의도는 거대한 거짓과 조작을 통해 석유와 토지, 광물을 장악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지속적인 공격'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면서, 유엔의 관리가 다음주 화요일인 23일 해당 회의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접촉해 국제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의 요청으로 17일 전화통화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반 길 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은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확고히 수호하고 정당한 권리를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며, 어떠한 위협이나 강압적인 정치 공작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왕 부장은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며, 상호 신뢰와 지지는 양국 관계의 전통이라고 밝혔다"며 "중국은 모든 일방적인 강압에 반대하며, 모든 국가가 주권과 국가적 존엄성을 수호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왕 부장이 "베네수엘라는 다른 국가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권리가 있으며, 중국은 국제사회가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권익 수호에 대한 입장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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