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좌우명'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다. 자신의 정치철학과 인생 방향을 압축해 보여주는 기준점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하는데 좌우명은 그 선택의 최종 판단 준거가 된다. 쉽게 표현하면 정치인의 좌우명은 정치와 삶의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가 내년 6월 제9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도지사 출마예정자 4인을 대상으로 "평소 좌우명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을 던진 이유는 자신만의 정치스타일과 삶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요약본이 바로 좌우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관영 전북지사의 답변은 예상대로 '도전'이었다.
그는 여러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도전'을 강조해왔다. 김 지사는 2023년 도정운영 목표를 담은 사자성어로 '도전경성(挑戰竟成)'을 선정했다. 직역하면 "뜻이 있는 사람은 결국 일을 이루어낸다"는 말인데 "도전하면 결국 성공한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도전'과 관련한 김관영 전북지사의 어록은 차고 넘칠 정도이다.
"전북은 안 된다는 말부터 버려야 합니다"에서부터 "누군가는 이 어려운 길을 가야 합니다"라는 말에 "도전하지 않으면 전북의 미래도 없습니다"라는 주문까지 '정면에서 맞서 싸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시 3관왕'인 김관영 지사의 삶 또한 도전의 연속이었으리라. 최근에는 도전하다 실패한 사례들이 부메랑이 되어 가슴 아픈 부분을 후벼 파고 있다.
도전자 3인 중 가장 늦게 전북지사 출마선언(12일)을 한 정헌율 익산시장의 평소 좌우명도 비슷하다.
'1%의 가능성, 그것이 나의 길이다'라는 좌우명인데 평소 나폴레옹의 명언을 떠올리며 스스로 동기부여와 자극을 얻는 편이다. 끈기와 도전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으로 자신의 삶과 익산시장 3선의 시정업무에 임하며 항상 되새기게 된다.
정헌율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과감한 도전정신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이라며 "일말의 작은 가능성도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도시가 변하고 시민이 더 행복해지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1%의 가능성에서 출발해 성공한 사례가 바로 호남 첫 코스트코 익산점 유치와 민간특례공원 성공, 인구보다 회원수가 더 많은 지역화폐 '다이로움', 청년시청 등 청년정책이라 할 수 있다.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행안부 국장, 국민권익위 상임위원 등을 거쳐 익산 3선 시장이 모두 1%를 극복한 삶의 궤적이다.
국회 3선 출신의 안호영 전북 의원(완주진안무주)은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고 다닌다. 땀을 흘려야 이뤄진다는 믿음이 있어 어떤 일이든 게을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위원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한다. 이재명 당대표 정부특보단장을 맡았던 시절에는 "무슨 일이든 맡겨 놓아도 최선과 최고를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당 수뇌부에 각인되기도 했다.
안 의원의 지역구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 중의 하나이고 분산된 생활권과 고령화·교통취약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실과 최선을 모토로 하지 않으면 금배지를 유지할 수 없는 곳이다.
환경과 에너지를 다루는 국회 상임위도 단기 성과보다 지속성과 인내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안 의원이 적임자라는 평이다. 도백을 꿈꾸는 그의 비밀병기는 '땀'인 셈이다.
재선의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북 의원(군산김제부안을)이 가장 아끼는 말이자 삶의 중심에 있는 좌우명은 '상선약수(上善若水)'이다. 노자 도덕경 제8장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 어떤 생명도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 정치 또한 약한 곳과 낮은 곳, 소외된 곳을 향할 때 비로소 제 역할을 다한다는 이원택 의원의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을 역임했던 이원택 의원은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물처럼 조용하지지만 끊임없이 도민 속으로 들어갔고 낮은 곳의 목소리를 듣고 갈등과 어려움이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찾았다"고 말했다. 허튼 말이 결코 아니다.
이원택 의원은 "앞으로 도지사라는 더 큰 책임을 맡게 된다면 물처럼 고집스럽지 않되 꺾이지 않고, 높은 곳에 교만하지 않되 소임을 다하는 리더십으로 도민과 전북을 위해 흐르겠다"고 다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