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쿠팡 언급… "무슨 팡인가 하는 곳, '경제 제재' 해야"

기재부, 첫 업무보고…李 "당분간 확장재정 할 수밖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취임 후 첫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쿠팡 정보유출 사태를 간접 언급하며 "경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 등의 업무보고에서,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보다도 경제적 제재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정부가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는데 속도를 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TF를 만들었으면 속도를 내야 한다. 속도가 생명"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형사처벌의 경우) 기업의 사장이나 이익을 보는 사람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실무 책임자를 처벌하는 일이 많다. 그마저도 수사와 재판에 5∼6년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처벌은 아무런 제재 효과가 없다. 이번에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도 규정을 어기지 않나"라며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에둘러 쿠팡을 언급했다.

이날 부처 업무보고는 방송 생중계로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확장재정 정책을 당분간 할 수밖에 없다"며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장관, 국세청장 등을 대상으로 재정 정책에 대한 방향부터 체납 세금과 같은 세세한 현안까지 살뜰하게 챙기며 마치 '1인 국정감사'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지금 경제상황이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바닥을 찍고 우상향 커브를 그리도록 하려면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성장률이 정체된 상황을 언급하며 "잠재 성장률에도 못미치는 성장을 해온 건 사실 정책 운용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하반기에 새 정부가 들어서서 몇 가지 조치만으로도 이렇게 급반등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난 정부의 실정을 지적했다.

구 부총리는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려면 기술개발이나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든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고,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은 이미 만들었고, 내후년 예산 역시 확장 정책을 기반으로 편성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확장 재정 기조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의식한 듯 "성장률이 회복되면 상당 부분은 세수, 조세 수익으로 (건전성 악화 부분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채 발행도 줄어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양극화 문제를 언급하며 세입 중 일부를 양극화 완화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양극화다. 잘 되는 사람은 너무 잘 되고 못 되는 사람은 죽을 지경이고 이게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조세정책을 판단할 때 양극화 해결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유류세를 일률적으로 줄일것인지, 아니면 세입 중 일부를 다시 환급 또는 바우처 형태로 지원할지를 살펴보면 양극화 완화나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지않냐"며 "조세의 또는 재정의 본질적 기능이 소득재분배도 있으니 이런 점들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관세 협상 후속조치인 대미 투자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하며 국익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한미 전략적 투자 기반 마련을 위해 한미전략투자공사와 기금을 설립하고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사업이 선정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스스로 해야 할 국가 단위의 투자를 관세 협상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하게 됐는데 이것도 기회로 만들라"며 "미국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뺏기는 게 아니냐, 걱정과 의심을 하는 분들이 많으니 상업적 합리성은 명확하게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시민단체 등이 'SK 최태원 특혜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반도체 첨단산업에 대한 금산분리 원칙 완화도 공식화했다. 구 부총리는 "첨단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지방투자 연계, 공정위 심사 승인을 전제로 일반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의무지분율을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체제에서 손자회사가 자회사(증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했는데, 이를 반도체 업종에 한해 지분율을 50%로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밝힌 것. 또한 일반지주사도 금융리스사를 제한적으로 소유하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일반지주사는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다.

특히 지주회사의 지분 완화는 SK그룹 사례에 해당이 되며 시민단체 등은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SK 최태원 회장"이라고 비판했고,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계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것 같아 상당히 불만"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금산분리는 그대로 지키는데 대규모 초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특례 규정을 만든다 그 말이냐"고 물었고, 구 부총리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자금조달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금융적인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그런 측면"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등 각 외청의 현안도 직접 챙기며 각 청장들에게 현안을 질문하기도 했다. 특히 임광현 국세청장에게 "국세청이 요새 열일(열심히 일)한다"고 칭찬하며 국세청 산하 국세체납관리단 운영과 관련해 인력을 대폭 확대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어떤 나라에선 '사채업자 돈은 떼먹어도 세금은 못 떼먹는다'고 생각한다더라. 그렇게 해야 한다. 고액 상습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하라"며 "필요하면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도 하라"고 말했다. 과거 성남시장 당시 시정을 언급하면서도 "성남시 때 150명이 인건비의 몇 배를 걷어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반면 관세청장에게는 '마약 단속'과 관련해 "이 얘기 한 지가 몇 달 지났다", "아직도 검토 중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를 하기도 했다. "마약 밀반입 중 약 41%가 특송·국제우편을 통해 들어온다"는 이명구 관세청장의 설명을 듣고서다.

이 대통령은 "통관 단계에서 실효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차단하고 있느냐"며 단속 체계 강화 여부를 따져 물었다. 특히 "특송·우편 이중검사를 위해 별도 인력을 파견하라고 했는데, 전국 우편집중국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느냐, 아니면 일부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 청장은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기관이 협의해서 현재는 동서울우체국 한 곳에서만 이중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우편집중국이 20여 개인데 왜 한 군데만 하느냐"고 지적하며, "인력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통관된 개인 물품을 우정본부가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우편 검열' 논란과 법적 해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 논리라면 마약 탐지견이 냄새 맡는 것도 위반이라는 얘기냐"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를 못 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은 거듭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인력이 없어서 못 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며 "총리도 합동회의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사안이니 지연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기재부 업무보고를 마치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라"며 "기재부 실국장님들도 준비 많이 했다는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하라. 실무 책임자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대통령 마무리 말씀전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 분 있으면 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을 통해 이 대통령은 "기재부가 행정부처중 가장 중요한 부처라 제일 먼저 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사명감 가지고 최선 다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업무보고는 역대 정부 중 처음으로 K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세종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을 순회하며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외교, 안보 등 보안이 필요한 부분만 비공개로 전환될 예정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을 국민과 나누고, 정책이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대도약하는 경제, 신뢰받는 데이터' 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조달청)-국가데이터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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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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