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전 명품 은행나무를 전봇대처럼"..."전주시는 '나무 자르는 선수'인가?"

갑작스런 가지치기에 시민들 '의아'한 반응…"천변 버드나무 벌목 악몽 교차"

지난해 전주천 버드나무 벌목과 관련해 시민들의 반발을 샀던 전주시가 이번에는 가을 은행단풍 명소로 소문난 경기전 은행나무에 대한 가지치기에 나서 시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4일 오전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한옥마을 경기전에 있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이날 오전부터 전주시에서 나와 전봇대처럼 은행나무를 무차별적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는 전화였다.

"가을 단풍 시기가 되면 경기전 은행단풍을 보기 위해 또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가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데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허탈해 했다.

전화를 해온 70대 박 모씨는 "전주시에 항의하기 위해 민원실에 전화를 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가지치기 전인 지난 11월에 촬영한 해당 은행나무 ⓒ제보자 제공

전주시는 이날 오전, 경기전 은행나무 가지치기에 나서 경기전 돌담 안쪽에 있는 은행나무를 아래 사진과 같이 가지치기를 했다.

박 씨는 "가로수는 전기줄이나 교통에 방해되기 때문에 저런 식의 가지치기는 있을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으나 경기전 안에 있는 가을명품 은행 나무를 이런 식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하느냐?"며 "전주시는 나무 자르는 데는 선수인 것 같다"고 한마디했다.

▲4일 오전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관계자 ⓒ제보자 제공

전주시는 지난해에도 전주천 버드나무를 갑자기 벌목해 논란이 이어졌는데 이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에서도 96.9%의 시민들은 '시가 잘못한 일'이라는 부정적으로 평가를 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24일 전북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전주천과 삼천 버드나무 벌목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96.9%가 ‘시가 잘못한 일’이라는 답했으며, 94.9%인 1027명이 전주시장의 공개 사과와 복원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이 조사는 전주천과 삼천 이용 형태와 전주시 명품하천 조성 사업에 대한 찬반 등 총 9가지 문항으로 3월 22일부터 4월 21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됐으며, 1082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하천 통수 면적을 확보해 홍수를 예방한다는 취지 아래 전주천과 삼천 천변 아름드리 버드나무 330여 그루를 '싹둑'잘라 시민들의 집단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8월 바람에 꺾인 경기전의 은행나무 가지 ⓒ전주시 제공

한편 전주시 국가유산과 관계자는 "시민들 시각에서 봤을 때 가지가 너무 많이 쳐진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 저희가 조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프레시안>에 밝혀왔다.

시 관계자는 “경기전이 문화재인만큼 문화재청과 협의해서 경기전 내 소나무 잔가지도 너무 빽빽해 솎고 있으며 은행나무도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도면을 제출해 승인을 받고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에 전지를 조금 세게 한 이유는 지난 8월, 사진이 촬영된 지점의 은행나무 큰 가지가 바람에 부러져 길가에 떨어지는 바람에 기왓장이 깨지고 민원이 발생해 이번에 그쪽을 조금 세게 가지치기를 했다" 고 밝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대표는 “이 정도 가지가 바람에 부러졌다면 관리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하면서 “다만 국가 문화재이고 경기전의 특색 중의 하나가 다양한 나무와 노거수가 있다는 점에서 나무 수형을 최대한 유지하고 경관적 측면을 고려한 전지가 이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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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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