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구속영장 기각…장동혁 "정치보복 중단 명령"

법원 "혐의·법리에 다툼 여지"…민주당 "조희대 사법부, 국민 바람 짓밟아"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새벽 영장 기각 결정을 받고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무려 9시간 동안 이어진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후, 이날 오전 5시께 내란특검이 청구한 추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본건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면밀하고 충실한 법정 공방을 거친 뒤 그에 합당한 판단 및 처벌을 하도록 함이 타당하다"며 "이를 위해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며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피의자의 주거, 경력, 수사진행 경과 및 출석 상황, 관련 증거들의 수집 정도 등을 볼 때, 피의자에게 도망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특검팀은 지난달 추 의원이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하는 방식으로 당 소속 의원들의 표결을 방해한 혐의(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오는 14일 수사기간 종료를 앞둔 내란특검팀은 추 의원을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3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법원의 이번 결정이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는 명령"(장동혁 대표 입장문)이라고 기세를 올리고 나섰다. 장 대표는 이날 당 공보실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이재명과 민주당에 엄중히 경고한다. 독재와 폭압을 멈추지 않는다면 더 이상 국민들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대표는 나아가 "오늘은 계엄과 탄핵, 내란몰이의 어두운 과거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은 12.3 비상계엄 사태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민과 함께 이재명과 민주당의 독재·폭압을 종식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새 길을 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박성훈 수석대변인 논평에서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은 추 의원에게 '내란'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왔다. '영장이 기각되면 사법부를 공격하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노골적 겁박과 정치보복에 법치는 흔들렸고, 국민의 분노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오늘의 영장 기각은 그 무도한 공격과 조작된 프레임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법부의 마지막 양심이자 준엄한 경고"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을 표했다. 민주당은 박수현 수석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며 "법원의 비상식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철저히 짓밟고 있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경고한다. 내란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을 방해하는 세력은 결국 국민에 의해 심판받고 해산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8일 "만약 추 의원 구속이 결정되면 국민의힘은 내란정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고 '위헌정당 국민의힘을 해산하라'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또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그 화살은 조희대 사법부로 향할 것이다.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지켜볼 수 없다'며 내란재판부 설치 등 사법개혁에 대한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 재판 진행 전 피의자 구속 필요성을 판단한 끝에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의 다소 건조한 법원 결정을 두고, 여야가 모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덧씌워 이를 지지층 결집의 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