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미래를 다시 묻다②] ‘기업하기 좋은 전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17조 투자와 창업 생태계의 실체를 들여다보다

▲지난 6월 13일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중추기업 전담제’ 출범식에서 김관영 도지사와 도내 기업 관계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특례 59개에도 체감은 제한적…그러나 전북 경제는 다른 지표에서 변화 조짐

대기업·중견·스타트업·소상공인이 동시에 성장한 ‘복합형 경제정책’, 전국서 드문 사례


전북이 민선 8기 들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단연 ‘기업생태계 재편’이다. 지방소멸과 청년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 앞에서, 전북은 기업 유치·창업·산업 기반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방식의 ‘복합형 전략’을 선택했다. 외형적 성과만 보더라도 이 전략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김관영 도정 출범 이후 올해 10월까지 전북이 유치한 기업은 237곳, 투자액은 17조 971억 원에 달한다. 이는 1만 9934개의 신규 일자리로 이어졌고, “전북을 떠날 이유”만큼이나 “전북에 머물 근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북은 그동안 각종 MOU가 실제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수박 겉핥기식’ 유치 전략에서 벗어나, 실물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달 고창에서 착공한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물류센터)는 그 변화의 상징이다. 축구장 25개 규모의 이 부지는, 제조·물류 대기업의 ‘실물투자가 전북으로 온 첫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열린 ‘2025 삼성전자 스마트허브단지 착공식’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참석자들이 기념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전북도

대기업 투자 확장도 뚜렷하다. 두산·LS MnM·퓨처그라프 등 대기업 계열사 7곳이 4조 2500억 원을, DS단석·동우화인켐 등 1000억 원 이상 투자기업 22곳이 8조 7155억 원을 집행하거나 약정했다. 제조 기반이 약하다는 전북의 오랜 약점이 일정 부분 보완되기 시작한 셈이다

전북 경제정책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기업을 대하는 방식’이다. 14개 시·군에 확대한 ‘1기업-1공무원 전담제’가 대표적이다. 도는 기업 애로사항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찾아가 5304건의 애로를 수집했고 이 중 3289건을 해결했다. 행정이 문턱을 높이는 구조가 아니라, 문턱을 아예 없애는 방식의 전환이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 열린 ‘1기업-1공무원 전담 기업애로해소 출범식’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환경 규제 완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북은 오히려 환경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사전예고제를 도입해 위반율을 21.3% 낮추는 성과를 냈다. “기업 유치와 환경 규제는 상충한다”는 통념을 뒤집은 사례다.

민선 8기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은 ‘스마트 제조 혁신’이다. 전북형 삼성 스마트혁신 프로젝트는 전국 최초의 상생형 스마트팩토리 모델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출신 멘토단이 중소기업에 상주하며 생산 자동화와 공정 개선을 지원했고, 그 결과 생산성 76% 향상, 납기 39% 단축, 불량률 53% 감소, 원가 24% 절감이라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전북 제조업이 단순 가공에서 지능형 제조체제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된 것이다.

▲지난 2024년 6월 19일 열린 ‘전북형 스마트 제조혁신 프로젝트 선정기업 협약식’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참여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


전북은 이제 ‘창업하기 좋은 지역’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창업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했고, 성장 속도도 빠르다. TIPS 선정 기업은 2022년 2곳에서 2024년 22곳으로 11배 늘었고, 벤처펀드도 민선 7기 2105억 원에서 민선 8기 8879억 원으로 4배 이상 확대됐다.

현재 추진 중인 1조 원 규모 비수도권 최대 벤처펀드가 조성되면, 매년 200억 원 규모 투자가 꾸준히 이뤄질 전망이다. 전북 창업 생태계가 수도권 의존을 넘어서 ‘독립 성장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렸다.

전북은 비수도권 최초로 글로벌창업이민센터를 개설해 해외 기술창업가 유치에도 속도를 냈다. 이 결과 해외 스타트업 12곳, 타 지역 스타트업 10곳이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 예비창업·초기창업·재도전까지 총 410개 기업에 199억 원을 투입하며 ‘창업의 전 과정’을 지원하는 구조도 갖췄다.

경제정책이 대기업 중심으로만 흘러간 것도 아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안정 특례보증은 1조 2758억 원, 지역사랑상품권은 누적 1조 7000억 원이 풀렸다. 대기업 유치와 첨단산업 육성 뒤편에서 골목상권의 생존을 지키는 정책이 동시에 작동했다는 점은 전북 정책의 중요한 특징이다.

전북의 다음 경제지도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기회발전특구 남은 96만 평 활용, 새만금산단 3·7·8공구 181만 5000평 투자진흥지구 추가 지정, 완주 수소특화·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2단계 국가첨단산단 신청 등 굵직한 과제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전북 금융특화도시’ 구상이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전북도는 연내 금융위원회에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제출하고, 내년 ‘제7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전북은 단순한 기업 유치를 넘어 대한민국 경제지도를 다시 쓰고 있다”며 “기업과 청년이 함께 성장할 환경을 일관성 있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북 경제는 분명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자-고용 선순환 정착, 벤처 생태계의 자립성 확보, 금융특화도시의 실질화 등 넘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전북의 경제 실험은 아직 ‘과도기’에 있다. 진짜 성적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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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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