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미래를 다시 묻다 ①] “128년 만의 전환”…전북특별자치도, 지방분권의 실험대 위에 서다

▲지난 1월 17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1년을 맞아 도정 성과와 향후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전북도

특례 59개 시행에도 체감은 제한적

재정·입법 지연 구조적 한계 남아

산업지구 확장·초광역 협력 시험대

실질 성과는 앞으로가 '갈림길'

대한민국 지방행정사에 남을 변곡점이 지난해 1월 18일 전북에서 시작됐다. 128년간 이어진 ‘전라북도’라는 간판을 내려놓고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체제로 들어선 것이다.

민선 8기 전북도정은 이를 “가능성의 재발견”으로 규정해 왔다. 중앙 중심의 행정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특별자치도 체제는 전북의 위상을 바꿔 놓기 시작했다. 그동안 전북은 호남권 구조 속에서 광주·전남에 가려졌고 초광역 협력에서도 주변부에 머물렀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전환은 전북이 독자 권역으로 재정립되는 계기가 됐다. 사업 인허가 등 주요 권한을 이양받으면서 행정 속도가 빨라지고, 국가 재정 연계 사업의 추진 여건도 개선됐다.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제도적 토대 구축이다. 전북특별법은 131개 조문과 75개 특례로 구성돼 있으며, 농생명·미래산업·문화산업·산악관광 등 전북의 기반 산업을 중심으로 특례가 설계됐다. 전북이 국가 정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구조가 설계된 셈이다.

올해 11월 기준 59개 특례가 실행 단계에 들어섰고, 나머지 16개도 조례 제정·용역 착수 등 실행 준비가 진행 중이다. 특례 적용 분야는 환경교육, 화재안전, 농생명 연구, 의료지원 등 생활·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북의 성장 인프라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새만금고용특구가 지난해 본지정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농생명산업지구·해양문화유산국제교류지구·핀테크육성지구가 차례로 지정됐다. 산악관광·산림복지·문화산업진흥지구도 선도지구·후보지구로 선정되며, 전북은 기존의 ‘시군별 개별 전략’에서 벗어나 도 전체의 공간 기반 산업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북 시·군별 대표 특례와 전략 특구·지구 현황. ⓒ전북도

지역 간 산업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시도도 강화됐다. 익산 동물용의약품, 순창 미생물, 장수·임실 축산 등 시군별 특화 전략이 구체화되고, 전주 한스타일·영화영상, 군산 근대문화, 남원 옻칠공예 등 문화 산업도 지역 고유 자원을 기반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진안·무주·부안 등 산악관광 거점 선정 역시 이 같은 공간 전략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도민 체감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특례가 ‘행정 절차 마련’ 단계에 머물러 있고, 산업지구 지정도 기업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특별자치도 전환의 상징성은 크지만, 실질 변화까지 도달하기엔 아직 시차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더 큰 문제는 재정특례 지연이다. 전북도가 추진하는 보조금 기준보조율 상향, 기업 조세 감면 등 핵심 재정특례 입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전북특별법 2차 개정안에 포함된 42개 입법과제 역시 처리되지 않아, 권한 이양과 실행 여건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 확보한 권한을 실질적 성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병목이다.

초광역 협력은 여전히 ‘가능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북·강원·세종·제주 4개 특별자치시도가 ‘대한민국특별자치시도 행정협의회’를 구성하며 제도적 틀은 마련했지만, 공동 연구나 협약 과제 상당수가 기반 조성 단계여서 실효성 평가를 하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전북은 특별자치도 전환을 “독자 권역 회복”이자 “지방분권 모델 구축”의 핵심 전략으로 본다. 단순한 행정체계 전환이 아니라, 전북이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정책 자율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는 곧 전북이 직접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자기책임성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1년 10개월 동안 제도적 기반을 차근차근 구축해 왔다”며 “이제는 도민이 체감하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이 추구하는 ‘글로벌생명경제도시’ 비전은 지방분권 시대 전북의 성장전략”이라며 “전북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미래형 특별자치도로 완성해 대한민국 분권 모델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금 ‘출범 초기의 기반 구축기’를 지나 ‘실질 성과 검증기’로 이동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 전북이 선택한 지방분권 실험이 성공 모델이 될지, 또 다른 숙제를 남길지는 지금부터의 집행력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