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돼온 조합 비위 의혹이 결국 한 조합장의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지며 정비사업 구조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점검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연지역 전 조합장 고(故) J씨는 실종 신고 접수 다음 날 자신의 소유 건물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찰은 타살 혐의점은 없지만 조합 내 갈등이 지속돼온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11월 <프레시안>이 확보한 유서·판결문·내부 문건을 종합하면 J씨는 조합 운영과정에서 장기간의 압박과 갈등을 받아온 정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유서에는 개인적 고통뿐 아니라 갈등의 대상이 된 인물들이 실명으로 적혀 있었고 당시 조합이 이용한 정비업체인 'G도시정비시스템'의 명함에는 수영지역 P조합장이 고문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러한 정황들은 정비업체와 일부 조합장, 그리고 '재개발협회'로 불리는 외부조직 사이에 일정한 영향력 관계가 형성돼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들의 비위를 고발한 내부제보자 S씨는 여러 구역에서 반복된 허위 인건비 계상, 특정업체 몰아주기, 불투명한 계약 등을 꾸준히 기록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일부 조합장·협회 인사들은 이를 이권 개입으로 규정지어 S씨를 '브로커'로 규정했고 J씨의 사망 책임까지 S씨에게 돌리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판결문·진술조서·조합 내부기록 어디에서도 S씨의 금품수수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금전 제안을 거절한 기록만 반복됐다. 유서에서 고인이 적시한 인물들 역시 S씨와는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적 구조 속에서 '구조에 속하지 않은 제보자'가 공격 대상이 되는 비정상적 관행으로 보여진다.
문제의 한 축은 협회의 핵심인물로 활동한 수영지역 조합장 P씨다. 그는 부산의 유명 폭력조직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비·이주·경비·호텔 관련 법인을 다수 설립해 재개발 사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폭행·업무방해·주거침입 등 범죄 전력에 더해 경비업법 위반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경비업체가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던 사실도 확인된다. 과거 폭력조직 자금지원 혐의로 긴급체포된 이력 역시 확인된다. 이런 인물이 부산·경남 재개발 현장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점은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은 더한다.
또한 지역별 비위사례 또한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부민지역 전 조합장 H씨는 '해외 골프접대 등 향응수수' 사실로 해임됐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광안지역 조합장은 '특정업체에 용역을 몰아주기' 위해 입찰절차를 왜곡한 사실이 부산시의 실태조사에서 확인돼 수사의뢰가 진행 중이다. 김해 외동지역 전 조합장은 인감과 법인카드를 반환하지 않아 사업운영이 마비될 위기에 놓였으며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내용이 확인된다. 화명지역 전 조합장 역시 다수의 '도시정비법 위반' 판결을 받으며 조합 운영의 불안정성을 키웠다.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조합의 개별 비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조합장 권한의 과도한 집중, 외부단체의 영향력, 투명하지 않은 정보구조, 내부제보자에 대한 보복이라는 동일한 구조적 문제가 반복된 결과라는 점에서 서로 연결된다. 대연지역 J씨의 죽음은 이 구조가 개인에게 어떤 식으로 압박을 전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S씨가 어떤 방식으로 희생양이 되어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하다.
정비사업은 원래 시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공적 성격의 사업이다. 그러나 <프레시안>의 이번 취재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오히려 사적 네트워크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제 제기자는 공격받으며 사업은 특정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왜곡되는 구조였다. 이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 한 비슷한 비극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부산·경남 정비사업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협회나 특정 조합장 중심의 관행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비사업 체계로의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