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일본 중의원에서 나온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이는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위대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반세기에 걸쳐 동북아 지역 안정의 기초가 되어온 1972년 중·일 수교의 기본 원칙인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중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한·미·일 동맹 관계를 지켜야 하는 한국의 딜레마는 심화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대응 카드는 무엇인지 강창일 전 주일 대사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강창일 전 주일 대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프레시안 : 우선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발언이 가져올 동북아 정세 변화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질의·응답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자위대 파견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국제 정세의 구조적 변화를 드러내는 신호탄이다. 1972년 중·일 수교 이후 반세기 동안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원칙'이라는 외교적 기초가 흔들리면서,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양국 간 외교적 단절 수준에 이르렀다.
이 발언의 파장은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일본 정상이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사건으로 구체화되었다. 더 나아가 다카이치가 사과조차 거부한 것은 동북아 지역이 전후 최고 수준의 긴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프레시안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사실상 중국의 손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의 돌출 발언이 향후 한·미·일 동맹 관계에 미칠 영향과, 그리고 이에 대응한 한국의 해법은 무엇인가?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사건에서 보인 태도는 더욱 흥미롭다. 트럼프는 중국 지도자 시진핑과의 대화에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일본의 다카이치와도 즉시 통화해 동맹 관계에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미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전략적 중립성을 유지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이중 외교는 한·미·일 동맹에 내재된 긴장 관계를 노출했다. 견고했던 한·미·일 삼각 동맹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것은 한국에게는 전략적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미·중·일 3국은 한국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한국은 미·일과의 안보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는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총리의 대만 개입 발언이 한국에게 던질 외교적 영향에 대해 평가하신다면?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중국은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천명했다. 일본에 대한 여행 자제 권고, 경제·외교 교류 단절 조치 등 즉각적인 보복이 실행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국가적 정체성 차원에서 보호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 국민의 75% 이상이 다카이치의 발언을 지지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맞짱을 뜨는 대국'이라는 포퓰리즘이 일본 국내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적 지지가 경제적 대가로 이어질 경우, 일본의 국내 정치도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중·일 양국 모두 쉽게 타협할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한 상황 변화는 다카이치의 정치력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안 : 일본의 대만 개입 발언이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 협력 강화, 한반도 안보 불안정, 그리고 지역 내 새로운 진영 대결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현재 국제 정세는 한국에게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를 제공한다. 한·중·일 3국 협력이 어렵더라도, 한국이 한·중, 한·일 관계를 개별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이 확대됐다.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관계의 앙금이 상당히 희석된 만큼, 이를 기반으로 경제·문화적 협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일본 역시 한국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일 간 우호와 협력 관계의 필요성이 형성된 것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 속에서 한국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프레시안 : 일본이 '비핵 3원칙 재검토'를 거론하며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중 관계에 대한 재편 가능성은 어느 선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시는지?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다카이치 총리의 노선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극우 발언들과 함께 일관된 역사관과 군사 대국화 노선을 반영한다. 그가 '여자 아베'로 불리며 비핵 3원칙(불제조·불반임·불소유)재검토를 거론하는 것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근본적 재편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은 한국과 중국에게 공동의 관심 대상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계는 한·중이 경제적·문화적으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프레시안 : 다카이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과거 극우 발언들, 그리고 최근 나온 대만 관련 발언들이 일관된 역사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향후 한·중·일 삼국의 협력은 어느 선에서 봉합될 것으로 판단하시는지?
강창일 전 주일 대사 : 현 상황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 전략은 명확하다. 결연화(結連和) 전략이 그것이다. 미국과 일본과는 강한 결속을 유지하되(結), 중국과 러시아와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시키고(連), 북한과는 평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和). 이는 어느 한쪽으로의 편중도 거부하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과거 윤석열은 미국을 방문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 한·중, 한·러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대통령이란 자가 쓸데없는 발언으로 주변국을 자극해 국익을 해치는 짓을 한다"라고 질책한 바 있다. 대통령의 무분별한 발언이 국익을 훼손한 역사가 있듯이, 한국도 국제 정세를 치밀하게 읽고 지혜롭게 대응해야 한다. 포퓰리즘적 정감에 휩싸여 전략적인 판단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프레시안 : 최근 동북아 정세와 관련해 한국이 추구해야 할 외교 전략의 우선순위는 무엇이며,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강창일 전 주일대사 : 한·미·일 동맹의 내부 균열, 중국의 영향력 확대, 러시아·북한 군사 협력 강화, 그리고 미국의 중국과의 물밑 접촉 등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다카이치의 발언이 고의적 정략인지, 우경적 포퓸리즘인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동북아 지역이 전후 질서가 재편 과정에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미·중 경쟁의 심화, 일본의 군사대국화, 러시아-북한 협력 강화, 그리고 미국의 중국과의 사업 거래 추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국은 최근 요동치는 험악한 국제 정세 속에서 치밀한 판단력과 전략적 지혜로 자신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동북아 평화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한반도의 안보와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이것이 현재 한국 외교에 부여된 시험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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