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대검찰청 지휘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대한 항소 포기를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항소를 요구하는 수사팀 입장을 검찰 지휘부를 넘어 정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반대해 항소장 제출을 막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 결정이 외압 의혹으로 번지면서 검찰 내부 반발과 정치적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 포기 지시는 직권남용이자 직무유기이며 권력형 수사방해 범죄"라며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경위를 즉시 공개하고 대통령실의 개입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검찰이 스스로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이 민관 유착 부패 범죄의 정점을 향한 법적 통로를 봉쇄해 버렸다"며 "이재명 정권의 잔인한 권력에 굴종한 수뇌부가 결국 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대장동 범죄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소 포기로 대장동 일당에 대한 추징금 7814억 원의 국고환수 기회도 박탈됐다"고 했다.
또 "대통령실 개입 여부,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며 긴급현안질의를 위한 법사위 전체회의 개회를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요구했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를 지휘하는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들은 "중앙지검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고 정성호 장관도 사퇴하고 철저히 수사받아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 사건에 직접 수사 지휘를 할 수 없는 법무부 장관이 개입했다는 의심이다.
회견 뒤 나경원 의원은 "정 장관과 이 사건의 부당한 항소 포기 지시에 관여한 법무부 고위 관계자를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했다.
외압 논란의 핵심인 정 장관과 법무부, 대검찰청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파장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항소 기준인 '선고 형량이 구형의 3분의 1 이하일 때'에 해당하지 않아 법률 원칙에 따라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장윤미 대변인은 "대검의 지시는 기계적, 관행적 항소를 자제하여야 한다는 내부 반성에 기인한 것"이라며 "검찰의 항소 포기가 아닌 항소 자제를 국민의힘은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했다.
장 대변인은 "항소에 대한 일선 수사팀과 대검의 의견이 달랐고, 대검의 지시에 대장동 일선 수사팀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 논란의 전부"라며 외압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구형의 3분의 1 이상 선고되면 항소를 안 하는 것은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을 경우"라며 "공소사실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면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건의 경우 일부 무죄가 나기도 했고, 피해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1심 법원이 특경법 적용을 안 했기 때문에 기존의 관행대로라면 100% 항소를 한다"고 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성남 분당구 대장동 일대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택지 개발 사업 과정에서 민간 업자들과 시가 유착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골자다.
심리가 중단된 이 대통령 재판과도 연결돼 있어 검찰의 이례적인 항소 포기에 윗선의 외압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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