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장을 비롯해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에 완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의 책임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방정부 예산을 줄일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와 관계도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화당 상·하원의원들과 조찬모임에서 "마침내 정치적 문제를 직시하는 것처럼"보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의 책임이 민주당보다 공화당에 더 많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정부를 재개하지 않으면 더 큰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많은 공무원들이 현재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방송은 "연방 공무원을 해고 대상으로 지정하고 비판했던 것과는 달라진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이 공화당에 큰 악재였다"며 지난 4일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와 버지니아주,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배경에 셧다운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흥미로운 저녁을 보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우리는 다시 정부를 가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셧다운 해제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그에 따른 여파가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12월~2019년 1월에 기록했던 35일을 이미 넘어섰다. 미국의 하늘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방송 CNN은 "정부 셧다운은 프로그램 삭감, 항공편 지연, 월급 없이 생계를 이어가는 근로자 등 수백만 명의 미국인의 삶을 교란하고 있다"며 "연방항공청(FAA)은 7일부터 항공 교통량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방송은 연방항공청에 소속되어 공항에 접근하거나 출발하는 항공편을 처리하는 남부 캘리포니아 TRACON(트래콘), 고고도 항공편을 처리하는 애틀랜타 항공 교통 관제 센터(ATC) 등에서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항공편 감축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 요구하고 있는 방안이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강경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제 셧다운이 언제 종결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핵 옵션'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100석인 미 상원의회에서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위해서는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핵 옵션을 발동하면 이를 단순 과반인 51표로 낮출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이 53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필리버스터 종결 정족수를 60표에서 51표로 낮출 경우 필리버스터를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필리버스터 정족수 개정에 대해 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이 이 옵션 사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양당제로 운영되는 미국 정치 환경을 고려했을 때 공화당이 언제든 소수당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됐을 때 상대 당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이번 선거 결과에 셧다운이 영향을 미쳤고 이것이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야당인 민주당과 타협이 아닌 핵옵션 발동을 선택할 경우 정부와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일 발표된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2%는 36일 간 이어진 역대 최장기 정부 셧다운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에게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핵 옵션' 사용을 더 압박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방송된 미국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나에게 잘해준 공화당 인사들과 관계를 잃고 싶을까? 결국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의 뉴욕시장 당선에 대해 이날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비즈니스 포럼(American Business Forum)의 연설에서 "민주당원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의 시장 자리에 공산주의자를 앉혔다"며 "민주당이 너무 극단적으로 변해서, 머지않아 마이애미가 뉴욕시의 공산주의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선거 결과 이후, 모든 미국인이 맞닥뜨린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 우리는 공산주의와 상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며 "내가 백악관에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은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후보가 시장이 되면 연방정부의 자금을 최소한으로 축소하겠다는 기존 입장과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새로 취임하는 시장이 잘되길 바란다. 저는 뉴욕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뉴욕에서 공산주의자가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다. 뉴욕이 성공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 당선자 측에서 자신에게 먼저 연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맘다니 당선자)는 저와 잘 지내야 한다. 아시다시피, 저는 많은 일들을 승인하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맘다니 당선자의 4일 승리 연설에 대해 "좋지 않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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