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눈물 흘리던 北 김영남 사망…정동영 "남북대화 물꼬, 애도" 조전

정동영 통일부 장관 "남북대화 물꼬 트는데 기여…애도의 뜻을 표한다" 조의문 발표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을 방문했던 김영남 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4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본인 명의의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김영남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그의 행적을 평가했다.

정 장관은 "또한,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영남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를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남한 정부는 북한 주요 인사가 사망했을 때 남북 간 전통문을 통해 조의를 표해왔다. 하지만 2023년 4월 이후 북한이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 채널 등 남한과 모든 통신을 단절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전통문 없이 조의문만 발표하게 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협의해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조의문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 간 통신선이 끊긴 상황이라 조문단을 파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4일 오전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은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동지가 2025년 11월 3일 12시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서거하였음을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에게 알린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날 오전 1시 주요 인사들과 함께 김 전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통신은 "영광스러운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로세대혁명가인 김영남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치였다"며 "김영남동지의 한생은 당과 수령의 품속에서 가장 고귀한 영예를 지니고 깨끗한 충실성과 높은 실력으로 혁명에 충실해온 빛나는 생애였다"고 고인을 회고했다.

통신은 "민주건국의 초기에 외국류학의 길에 올랐던 동지는 조국이 가렬한 전쟁을 치르고 있던 1952년 7월에 귀국하여 당시 중앙당학교에서 당간부양성사업에 헌신하였으며 1950년대 중엽부터 1960년대 전반기까지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당의 대외적권위를 높이고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위업을 지지성원하는 진보적력량과의 사업을 활력있게 전개해나가는데 이바지하였다"며 김 전 상임위원장이 주로 대외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김 전 상임위원장이 "4년 간의 외무성 부상직에 이어 1967년 9월부터 당국제사업부문의 중요직책을 력임"했으며 "1983년부터 정무원 부총리 겸 외교부장의 중책을 지니고 근 20년간 세계무대에서 존엄높은 우리 국가의 권익을 옹위하는 정치외교활동을 적극적으로 벌리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자주, 평화, 친선을 기본리념으로 하는 국가의 대외정책을 철저히 구현하기 위함에 모든 지혜와 정력을 기울이던 나날에 동지는 공화국의 대외관계령역을 확대하고 사회주의건설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후 1998년부터 21년 동안 대외적으로 북한의 국가 수반이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대신 사실상의 정상외교를 수행했다.

그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남한에 방문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접견했고, 그해 2월 9일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남북 선수들의 공동입장을 보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수 차례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다음해인 2019년 상임위원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60년이 넘는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 지난 2018년 2월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영남(윗줄 왼쪽) 당시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북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은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자리했고 아래쪽에는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김정숙 영부인이 함께 선수들을 환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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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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