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디스플레이는 한국산"…'농담' 보다 주목해야할 시진핑 발언

[기고] 한중정상회담, 농담 속의 외교 신호와 기술주권의 경계

1. 선물교환의 장면, 농담의 순간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시진핑 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 중의 하나는 샤오미 스마트폰이었다.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는 언뜻 보면 유쾌했다.

이재명: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

시진핑: "백도어(后门)가 깔려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하지만 그 직전에 샤오미 스마트폰을 설명하며 "이 폰의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입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은 묘하게 남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담 부분만 기사로 소비했지만, 그 앞의 한 문장이야말로 이번 회담의 본질적 신호였다.

정상 간의 선물 교환은 늘 정치적이다. 무엇을 주고 받느냐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말보다 더 섬세한 언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시진핑은 '화웨이'가 아니라 '샤오미'를 선택했고, 그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 '한국산 디스플레이'임을 굳이 강조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2. 끊겼던 신호의 복원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을지도 모르지만,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한 뒤 처음으로 방문한 외국 기업 공장은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였다. 당시 이는 "한국과의 기술·산업 협력을 복원하고 싶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되었다. 미중 경쟁의 와중에서도 중국은 한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부분적으로 회복하길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윤석열이 외신 인터뷰에서 양안 간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해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이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고, 그 상징적 제스처는 무산됐다. 'LGD 방문'은 냉각 속으로 사라졌고, 한중 관계는 다시 침묵의 국면으로 돌아갔다.

이번 샤오미 발언은 그 끊겼던 신호의 조심스러운 재개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제품 설명'이라는 일상적 형식을 빌려, 다시금 "우리의 기술은 아직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치례가 아니라, 경제협력 복원의 물밑 탐색이다.

3. 경제는 냉전보다 오래 남는다

중국은 지금 '자립경제'를 말하지만, 첨단 기술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한국, 일본, 대만의 중간재에 의존하고 있다.

OLED 패널, 반도체, 배터리 소재 등 이런 부문은 단기간 내 완전한 국산화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의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이라는 발언은 정치적 자존심의 후퇴가 아니라 실리의 인정이다. 그는 한국의 기술 없이는 중국의 소비자산업도 완성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인식이, '한중 경제협력'이라는 낡은 문장을 다시 꺼내는 이유다.

이는 동시에 한국을 향한 신호이기도 하다. "당신들은 미국과 손을 잡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장은 당신들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말자."

그 문장 안에는 협력의 여지와 함께, 냉정한 구조의 자각이 공존한다.

4. 농담의 정치학: 기술안보라는 이름의 심리전

이재명 대통령이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라고 물은 것은 표면적으로는 농담이지만, 그 말 안에는 미국식 안보담론이 이미 내면화된 현실이 비친다. 화웨이 제재, 틱톡 논란, 반도체 동맹 등 이 모든 것이 '보안'의 언어로 기술을 재단해왔다.

시진핑의 응수, "백도어가 깔려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는 유머로 포장된 반격이었다. 즉, "당신들도 결국 미국 감시망 아래 있지 않은가"라는 역설적 메시지다. 이 교환은 일종의 '농담으로 위장된 전략적 대화'였다. 한쪽은 보안의 이름으로 의심하고, 다른 한쪽은 그 의심 자체를 풍자한다.

그 짧은 웃음 뒤에 남은 것은, 기술주권을 둘러싼 냉정한 인식의 간극이다. 한중 양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감시한다. 경제는 연결되어 있지만, 안보는 분리되어 있다. 그 모순이 바로 한중관계 나아가 오늘날 동아시아의 구조적 현실이다.

5. 왜 화웨이가 아니었을까?

중국의 스마트폰 중 세계적 기술력을 상징하는 브랜드는 화웨이다. 그럼에도 시진핑은 굳이 샤오미를 선택했다. 이것은 명백히 정치적 계산의 결과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의 정점에 있으며, '보안 리스크'의 대명사다. 만약 그 제품이 선물로 등장했다면, 즉시 워싱턴과 서울의 외교적 긴장 요소로 번졌을 것이다.

반면 샤오미는 상대적으로 '비정치적 민간 브랜드'로, 기술·민생·청년문화를 상징한다. 이는 "우리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와 일상에서 협력하자"는 저강도 제스처로 읽힌다. 즉, '정치적 파장은 최소화하되, 관계 복원의 신호는 명확히 남기는' 선택이었다.

6. 미소 속의 탐색전

이 짧은 선물 교환은 사실상 한중 관계의 현재를 축약한다. 정치적으로는 경계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손을 놓지 못하는 관계. 말은 차가워도, 회로는 여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

시진핑의 발언은 "경제적 해빙"의 신호였고, 이재명의 농담은 "기술안보의 현실"을 반영했다. 그 둘이 교차한 순간, 외교는 농담의 형식을 빌려 진심을 주고받았다.

샤오미의 디스플레이가 한국산이라는 사실은 단순한 제품 설명이 아니다. 그 한 문장에 한중관계의 현재 구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치는 단절을 말하는듯 하지만, 기술은 여전히 서로를 비춘다.

7. 단절불가능한 상호의존

정상회담의 의전은 언제나 계산된 무대다. 하지만 그 무대의 가장 짧은 대사 한 줄이, 가장 진심을 말할 때가 있다.

시진핑의 "한국산 디스플레이"와 이재명의 "통신보안"은 서로 다른 문법을 가졌지만, 결국 한 가지 공통된 진실을 드러냈다. 한중관계는 여전히 '단절불가능한 상호의존' 위에 서 있다는 것.

미소와 농담, 그리고 스마트폰 한 대 속에 동아시아의 냉전 이후 질서가 고요히 담겨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소노캄 호텔에서 국빈만찬 전 갖은 친교 시간에 한중 정상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보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본비자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고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중국 브랜드인 샤오미 스마트폰과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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