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남 극우화, 한국만의 문제 아니다…신자유주의 사회의 그늘

[프레시안 books]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 상처입은 남성과 극우의 탄생>

지난 6월 3일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37.2%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36.9%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0~20대 남성의 보수화가 화두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서방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왜 보수적인, 더 나아가 극우적인 정치 성향을 가지게 됐을까?

호주 국립대학교 사회학 연구원으로 온라인 여성 혐오, 극단주의, 남성 폭력, 소셜 미디어 및 디지털 플랫폼 정치 분야의 전문가인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는 저서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 상처입은 남성과 극우의 탄생>에서 그 원인을 짚었다.

그는 "영어권 웹상에서 운영되는 남성 중심의 블로그, 포럼, 온라인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통틀어 일컫는 신조어로 '매노스피어'(Manosphere)"라는 단어가 있다면서 "인생 철학, 자기 계발, 인생, 연애, 섹스를 위한 성공전략 등 남성의 다양한 관심사를 주제"로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코플런드는 이러한 '매노스피어'라는 곳은 "남성이 서로의 불만을 공유하고 그 불만을 중심으로 연결되는 공간"이라며 "말하자면 '남성의 불만'이 형성된 것이다. 이 공통된 불만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는 일부 남성에게 강한 매력을 발휘하며 집단적 정체성과 목적 의식을 통해 그들을 하나로 결속시킨다"고 분석해 젊은 남성들이 비슷한 경향을 가지게 되는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매노스피어가 "현대 사회의 이념과 제도, 특히 후기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실패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났다"며 역사적 연원을 설명했다.

코플런드는 "이상화된 남성성에 대한 서사는 20세기 두 차례 세계 대전 이후 사회가 남성에게 내건 약속과 궤를 같이한다"며 전쟁 이후 사회는 남성에게 4가지의 사명을 부여했는데 △개척해야 할 새로운 영역 △무찔러야 할 사악한 적 △익명의 구성원이 더 큰 영광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형제애적 제도 △부양하고 지켜야 할 가족 등이다.

그는 "이러한 남성의 사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에게 일정한 지위와 존재의 의무를 부여했다"며 "가정 내에서 여성에게는 집에 머물며 자녀를 돌보는 역할이 주어졌고 반대로 남성은 집 밖으로 나가 일하고, 싸우고, 정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자본주의는 '공적 영역(남성적)'과 '사적 영역(여성적)'을 분리하고 이원화된 질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 - 상처입은 남성과 극우의 탄생>, 사이먼 제임스 코플런드 지음, 송은혜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바다출판사

이러한 '패권적 남성성'은 "많은 남성에게 삶의 목적과 방향성을 제공"했는데, 문제는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후기 자본주의 체제가 엄청난 부유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남성들을 이러한 사명을 이뤄내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적, 사회적 안정성을 상실한 이들은 남성만이 아니었다. 코플런드는 오히려 "여성과 유색인종"이 "매노스피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일부 남성이 "이 위기에 대해 매우 젠더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면서 지금과 같이 보수적이고 극우적인 성향을 띄게 됐고, 매노스피어를 매개로 이러한 경향이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구조 속에서 남성들이 보이는 이같은 반응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극우적 성향을 가진 사용자의 소셜 미디어를 차단하는 조치 역시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 코플런드의 생각이다. 그는 "소셜 미디어 기업은 극우나 매노스피어에서 비롯된 폭력을 진정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다"라며 "설령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정치적 압력에 잠시 부끄러움을 느낀다 해도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추구다. 그리고 극우 계정의 자극적인 콘텐츠는 사용자 참여를 끌어내며 이는 광고를 통해 수익으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저자는 극우적 성향을 가진 사용자들을 처벌하거나 배제하는 방식 보다는 문제의 근본을 해결하고 이들의 여성혐오에 전면적으로 맞서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코플런드는 구체적 해결책 중 하나로 "남성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소속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자는 과거 청소년 단체, 노동조합, 스포츠 클럽, 교회 등 젊은 남성과 여성이 모이던 공간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고 그 결과 사람들이 주로 온라인에서 공동체를 찾고 있는데 이러한 경향성이 매노스피어가 만들어지고 강화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 다른 중요한 상실의 영역"인 고용 문제를 짚었다. 코플런드는 "안정적인 고용은 공동체 의식과 안정감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라며 "우리는 모두 점점 커지는 사회적 불안을 겪고 있다. 이 광범위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경제적 변화를 되돌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구조적 방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코플런드 역시 신자유주의적인 경제 체제의 변화를 논하려면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그는 "닉 스르니책과 알렉스 윌리엄스는 저서 <미래를 발명하다>(Inventing the Future, 2015)에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약탈적 구조를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여러 변화를 제안"했다며 "노동 시간을 단축하며 모두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 소득을 도입하고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근로 윤리를 약화하기 위한 문화적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등이 구체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회구조적 측면의 변화뿐만 아니라 이들의 사고를 전환시키는 것 역시 중요한데 코플런드는 "급진화를 완화 하기 위해 설계된 여러 운동에서는 최근 '대안 서사'라는 새로운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안 서사는 참여자가 자신들의 상황과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제공하고 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길을 제시함으로써 급진화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여성혐오적 사고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대신에 남성에게 그들의 문제가 발생한 실제 원인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매노스피어에 모인 소외된 남성, 심지어 폭력적인 이들조차 예외적이거나 극단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징후를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일 뿐"이라며 "그들은 괴물이 아니고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극단적인 운동에 가담하는 남성이 어떤 일탈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해 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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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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