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李 대통령이 제기…검토하겠다는 트럼프, 뜻밖에도 다음날 아침에 지지"

핵잠 둘러싼 불확실성 커…원자력협정 개정은 난항·핵잠 전략적 가치에도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했으나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정세와 투입되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핵추진잠수함이 전략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핵추진잠수함을 미국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하는지, 국내에서 건조하는지에 대해서도 미국과 국내 의견이 엇갈려 불확실성이 엿보였다.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종합감사에 출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한 데 대해 "한미 간 추가적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핵추진잠수함과 소형 원자로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여기에 투입되는 연료인 농축 우라늄을 미국으로부터 공급받는다는 계획이냐는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서 "한국이 기존의 구식 디젤 추진 잠수함이 아닌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 합동각료 회의(AMM) 이후 경주에 위치한 국제미디어센터에서 브리핑을 가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한이 올해 3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공개하는 등 한국이 방위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서 "그래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문제를) 제기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검토할 사안이 있다면 체크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런데 뜻밖에도 오늘 아침에 트루스소셜 통해서 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양국 간 실무적 협의를 진행해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단계에서는 이 정도"라고 밝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2025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핵잠수함 추진 합의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치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허가'가 내려짐에 따라 국내 여론은 이날 종일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대감으로 들끓었다.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이 실제 국방력 강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핵추진잠수함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얼마나 큰지, 핵추진잠수함 건조 기술을 우리가 실제 가질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이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우선 핵추진잠수함이 국내 연안 작전 활동에 적합한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핵추진잠수함 건조 이유로 들었지만 이같은 판단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북한이 핵추진잠수함을 가지려고 하니까 이러나 본데, 북한은 목표가 명확하다. 이를 한국에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교수는 "핵추진잠수함을 남북이 서로를 향해 쓰겠다는 것은 (사거리 1만 km가 넘는)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서울을 공격하는 데 쓰겠다고 한 것과 유사하다"라며 핵추진잠수함은 연안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한 무기체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면 그 실제 견제 대상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결단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하며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들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한다면 한국은 미국 주도 대중 견제의 최전선에 사실상 서게 되는 모양새다. 한국 안보 환경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다.

따라서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미국 조선소에서 만든 핵추진잠수함을 이재명 대통령 말처럼 우리 동·서·남해에서만 운영한다? 누가 그 말을 믿을지 모르겠다"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호주에 핵추진잠수함을 제공하는 오커스(AUKUS, 호주·미국·영국 안보협정)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동맹국에 기술 혹은 완제품을 제공하는 것은 명백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봉쇄 전략에 한국이 최전방에서 동참하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무게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에서 중국이 보고만 있을지 궁금하다"라며 "향후 또 한 번의 사드사태는 물론 북한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을 묵인하거나 지원하는 등의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당장 중국은 한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데 대한 중국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국 측은 관련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한미 양측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하며, 그 반대의 일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핵추진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핵심적인 독소조항이 '필리조선소'에 있다면서 "우리가 원했던 것은 단순히 핵추진잠수함 보유가 아니라 관련 기술 확보인데,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면 사실상 미국에서 건조한 무기를 사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일회성인지 아니면 한국의 자체 건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는지 여부에 따라 국산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좌초할 수도 있다"라며 "한국이 핵잠수함을 운용하는 국가라는 지위는 얻을 수 있지만, 핵잠수함 기술과 산업을 보유한 국가라는 지위는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 전 교수는 "연료는 미국이 대고 엔진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며 "SMR은 원래 경수로에, 즉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기술인데 이보다 농축이 더 된 원료를 원자로를 넣었을 때 설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동안 연구를 해오긴 한 것 같은데 연구한 것과 실제 이를 운용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문 전 교수는 "핵추진잠수함이 20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연구는 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제 적용해서 엔진을 만들고 설계하고 시험 평가를 하고 한미 원자력 협정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10년 가지고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군 당국도 핵추진잠수함 완성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 종합감사에 출석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필리조선소에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시설이 없으니 이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냐는 질문에 "많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결정이 나면 10여 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결정하더라도 (완료 시기는)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면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까지 시도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도 미국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조현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은 26기의 민간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세계 5~6위 수준인데 이 정도 국가에서 자체 연료를 생산하지 못하는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사용후 연료는 전부 수조에 보관하고 있는데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서, 미국에 핵연료 생산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환경적 문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여기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해서 앞으로 협상을 해 나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다만 (이는) '잠재적 핵 능력'과는 무관하다. 한국이 이를 추구하는 것은 핵의 무기화와 전혀 별도의 문제다. 잠재적 핵 능력을 키우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은 미국의 확장 억제, 즉 핵우산 하에 있고 독자적 핵무기 개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 않으며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를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핵추진잠수함 보유와 한미원자력협정은 연계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원자력협정의 경우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정인데 비해 핵추진잠수함의 경우 무기를 만들기 위해 핵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농축 수준도 문제다. 문 전 교수는 "원자력협정에 명시된 우라늄 농축은 20% 이하인데 핵잠수함의 경우 80%까지 농축이 필요하다. 그 정도 농축은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문 전 교수는 "미국이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서 우리가 핵추진잠수함을 만들 정도의 농축도 허용할까? 이건 거의 가능성이 없다"며 "설사 미국이 그렇게 해준다고 해도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승인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제공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무역 협상을 통해 매년 최대 200억 달러까지 미국에 투자할 수 있다고 했는데, 원자력협정 개정에 매달리면 미국에게 채근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문 전 교수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해 한미 간 밀고 당길 경우 무역 협상에서 우리의 지렛대가 약해질 수 있다"라며 핵추진잠수함을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비용이 더 투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같이 복잡한 과정과 오랜 시간 및 노력, 자금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핵추진잠수함이 소위 '가성비'가 떨어지는 무기체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비용대비 효과가 적다. 우리가 핵잠수함이 없어서 자주국방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못 막는 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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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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