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족들 "감사원, 3년 허비하고도 면피성 결과 내놓았다"

"인파 관리 대책 수립조차 않았으면서 재난관리담당자 처우 강화가 대책? 말도 안돼"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이 사건 책임자 징계 시효를 6일 남겨두고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에 대해 "3년을 허비하고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면피성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고 규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4일 성명을 내고 전날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감사원에 대해 "윤석열 행정부의 책임을 은폐하기 위한 조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 이태원 참사 감사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었으나 감사원은 '재난 및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감사' 실지 감사를 종료하고 행정안전부 등 주요 감사 대상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며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 감사'를 했다는 감사원의 우회적인 답이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재난참사가 반복되는 이유로 재난관리를 수행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적었기 때문이라면서 '걸맞는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단체는 "경찰 특수본이 참사의 원인을 '군중유체화 현상'이라고 발표하며 마치 그 자리에 모인 다수의 사람을 탓한 것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감사 결과"라고 질타했다.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예측에도 인파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도 않았고,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의 112신고를 무시했으며 구조활동이 늦어짐에도 대응 단계를 제때 격상하지 못한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이 처우가 부족해서였다는 이 감사 결과를 도대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한 단체들은 "참사 직후인 2023년 1월 감사원은 연간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 감사를 포함했었으나, 참사 1년 후에서야 감사를 시작했고 그조차도 2년을 끌어 징계시효 만료 직전인 지금에서야 발표했다"며 "결과적으로 감사원은 참사 책임자인 공직자들을 아예 감사의 대상에도 올리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징계를 피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느라 꼼짝도 안하고 책임을 방기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직무유기를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분노를 느낀다"며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한 감사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159명이라는 대규모 인명이 희생된 참사에서 제대로 된 감사없이 이런 식으로 감사를 끝내서는 안 된다"며 "참사 당시와 전후 참사의 예방과 대비, 수습과 대응 과정 전반에서 정부기관들과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함에 있어서 어떠한 미흡함이 있었는지 명명백백히 감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무조정실은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이태원 일대에 경비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은 배경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영향을 줬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용산구청 또한 참사 당시 재난관리담당자가 담벼락 전단지를 제거하고 내근자가 압사 사고 관련 전화를 방치하는 등 부적절한 대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와 더불어 밀양 세종병원 화재, 경북·강원 동해안 산불 등 각기 다른 재난 참사를 묶은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를 통해 기초지자체가 법령·매뉴얼 등 정해진 행동기준에만 의존해 신종재난에 취약하고, 신속·적절한 초동대응에 필요한 경험·전문성 취약 등 전반적인 역량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으로는 재난 참사 대책으로 재난총괄부서장에게 동일직급 대비 2배 이상 보수 지급 등을 통한 전문성 제고와 재난 매뉴얼 통합 등을 제시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간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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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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