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기 행각 한국인 총책 체포했지만…한국 내 반정부 인사와 교환 요구

대사관 경찰 영사, 캄보디아 실종신고 중 "여행으로 와서 납치됐다는 신고 없어"

지난해 120억 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였던 조직의 총책인 한국 국적자의 신변을 캄보디아 정부 당국이 체포하고 있으나 한국 송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에 있는 반(反)정부 인사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캄보디아·주베트남·주태국·주라오스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 경찰영사는 이 총책의 신병을 캄보디아 정부에서 확보하고 있음에도 왜 한국에 송환하지 않느냐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 국내에서 활동 중인 반(反)캄보디아 정부 인사를 송환하는 것을 조건으로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로맨스 스캠(연애를 빙자한 사기 행위) 범죄를 저지른 조직 총책인 강 모씨는 지난해 11월 여권 연장을 위해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에 찾아왔다. 당시 대사관은 그가 인터폴 적색수배자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현수 주캄보디아 대사대리는 "적색 수배 상태면 체포될 수 있으니 대사관은 (강 씨에게) 귀국 후 자수를 권고했다"며 "인터폴 적색수배는 즉각 체포 영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터폴에 바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대사대리는 "당시 당사자(강 씨)가 영사에게 본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혔고, 인터폴 체포영장 효력 문제도 있어서 영사 판단이 그랬던 것(자수 권고) 같다"고 설명했다.

강 씨는 대사관을 빠져 나간 이후 귀국 및 자수를 하지 않았으며, 지난 2월 인터폴 공조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석방됐으나 7월에 다시 구속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제보자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하는) 울산 경찰서에서 (주캄보디아대사관) 경찰영사에게 송환 이야기를 물어보니 대사관을 찾아온 사람인데 수배자가 됐다고 해서 현지 경찰을 불러 체포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라며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이후에 범죄를 저지르면서 또 피해자가 생겼다. 이번에 소환된 사람 중에 이 사람의 하수인"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인터폴 적색수배자의 경우 여권 반납을 명령하거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 연장하러 왔어도 반납 받고 국내에 들어갈 수밖에 없도록 조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실종 신고가 들어오는 인원들이 피해자인지 범죄 혐의자인지 명확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실종 신고 중에 순수하게 캄보디아에 여행을 왔는데 납치가 됐거나 취업사기로 들어와서 피해를 입은 경우와 온라인 스캠에 연루될 것을 알고 왔다가 문제가 되어 (실종 신고) 연락을 한 건지에 대한 비율이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남석현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영사는 "여행으로 와서 납치됐다는 신고는 없다"며 "실종과 납치 등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답했다.

김 대사대리 역시 "(실종) 신고 접수를 할 때 본인이 어떤 경로로 접수를 했다는 것을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감금돼 있어서 구출해달라는 요지로 온다. 그러면 최초에 어떻게 해서 (캄보디아에) 들어오게 됐냐는 문제는 이후에 조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캄보디아에 체류하고 있던 기존 동포 사회에서 온라인 스캠에 참여해 한국 국민을 유인한 경우 또는 동포가 납치된 경우가 있냐고 물었고, 김 대사대리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남 경찰영사는 "대사관에서 신고자들에 대해 인터뷰를 할 강제성이 없다. 거의 대부분은 자기들이 온라인 스캠 가담한 적 없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한다"며 "대사관에서 (신고자)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경찰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 2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주캄보디아 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캄보디아·주베트남·주태국·주라오스대사관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연합뉴스

한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지난 9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참석 차 평양에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과 관련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최영삼 주베트남 대사는 "베트남이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서 한반도에서 대화와 교류, 비핵화 등에 건설적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며 "(방문) 사전, 사후에 이에 대한 소통을 했다"고 밝혔다.

최 대사는 "이번 방북 결과를 (베트남 측으로부터) 충분히 설명 받았고 (베트남 측이) 김정은에게 베트남의 도이모이(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그 부분에 대해 북한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간접적으로 강력하게 시사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