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캄보디아 사망 대학생 주범,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총책의 공범"

캄보디아 스캠 범죄 가담한 한국인 최대 2000명 추산…범죄단지만 50여 곳

국가정보원이 22일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뒤 살해된 20대 대학생 박모 씨 사건의 피의자는 지난 2023년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총책의 공범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에서 스캠(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은 1000명에서 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과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밝혔다.

국정원은 박 씨 사망 사건의 주범은 '2023년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총책'으로 캄보디아에서 검거된 리모 씨의 공범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사건 발생 3일째 정보를 최초 입수했고, 8일 만에 범죄 주범을 확정지었으며, 현재 주범을 추적 중이라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주범의 행적 및 연계 인물 등을 캄보디아 측에 즉각 지원하고, 체포를 위해 추적 전담반을 추가 파병하는 등 캄보디아와 함께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날 캄보디아 스캠 범죄 실태와 대응 방안에 관해 집중적으로 보고했다. 특히 "현재 범죄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을 하는 데서 머무르다가 코로나19 이후 국경이 폐쇄되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다국적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서 스캠 범죄로 수법이 진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스캠 범죄 단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범죄 단지 밀집 지역인 시아누크빌 등에 있는 것을 포함해 50여 곳으로 파악했다. 이에 가담하고 있는 범죄 종사자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정부가 아니면서도 무기를 소지한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하고 있는 지역도 있고, 경제특구에도 산재해 있다"며 "이 때문에 (피의자) 해당 정부, 캄보디아 정부가 단속의 어려움이 있고, 국제 공조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범죄 조직은 2023년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약 125억 달러(약 17조 9천억 원)에 이르는 범죄 수익을 챙길 정도로 비중이 크고, 범죄가 만연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무장 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고, 여기에 우리 국민들을 현지로 유인하고 있는 것, 이것은 중대범죄이며 피해자로 연루될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국정원은 캄보디아에 방문하는 우리 국민 인원과 스캠 단지 인근 한식당 이용 등 현황을 고려할 때,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은 약 1000명~2000명으로 추산했다. 아울러 캄보디아 경찰청이 지난 6~7월 검거한 전체 스캠 범죄 피의자 3075명 중 한국인은 57명이었는데, 이후 늘어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한국인 범죄 가담자 등 보다 구체적인 수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의 현지 활동을 통해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100%는 아니지만, 이들은 피해자라기보다는 대부분 범죄에 가담한 피의자로 보는 게 정확하다"고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동남아 스캠 범죄 조직에 대해 현재 원점 타격식 정보 획득 및 대응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며 그 결과로 국내에서 보이스 피싱 중계기를 구입해서 공급하는 라오스 거점 조직을 적발했고, 국내에서 대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위장해 악성 앱을 제작한 뒤, 캄보디아와 한중 스캠 범행 조직에 제공하고 있는 것도 차단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스캠 범죄 대응 관심국, 특히 '프린스 그룹'에 대해서 제재를 시작한 미국·영국뿐만 아니라 중국·일본·호주 등의 정보 수사기관과도 스캠 범죄자들의 배후 추적, 자금줄 차단 등을 위한 협력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며 "한국과 캄보디아의 스캠 범죄 합동 대응 TF를 조기 가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현지에서 구조된 스캠 범죄자가 귀국 후 범죄에 다시 가담하기 위해서 캄보디아로 재출국하거나, 인접국으로 출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 △법무부에 출국금지 △경찰청에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등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북 탄도미사일 시선 끌기, 너무 주목할 필요 없어"

한편 국정원은 지난 10일 개최된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 고위급 관계자가 대거 참여했고, "이러한 경우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열병식 목적에 대해서는 "북한 내부적으로 봤을 때 북한 김정은이 국제사회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다는 부분에 대한 국내적 호소"로 봤고, "국제사회에는 북한에 아무리 많은 제재를 가해도 우리와 함께 우호적 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서는 국정원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북한의 이러한 시선 끌기에 우리가 너무 주목할 필요가 없다", "실제 위협 등에 대한 전문가적인 국정원 고유 임무는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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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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