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인데"…머리 기른 수도군단 군무원, '두발 불량' 감봉 2개월 받았다

머리 정리 지시 따르지 않자 지시불이행 적용해 징계…군인권센터 "시대 변화 반영 못해"

민간인 신분의 군무원이 군인과 같은 길이로 머리를 정리하라는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군무원을 대상으로는 사실상 사문화됐던 두발 규정이 '군 기강 확립'을 강조한 수도군단장 직무대리자에 의해 부활한 것으로, 두발 자유화라는 시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군인권센터는 21일 머리를 자르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아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군무원 A 씨가 전날 육군 수도군단에 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센터 설명에 따르면, A 씨는 2023년 육군 군무원으로 임용돼 육군 수도군단 예하 공병단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평범한 남성 커트 머리였던 A 씨는 임용 이후 꾸준히 머리를 길러 어깨선보다 조금 위인 수준의 단발머리 길이를 유지해 왔으며, 근무지에서 A 씨의 두발 상태에 대한 별다른 제재는 없었다.

그러나 지난 7월 이광섭 제17사단장이 수도군단장 직무대리자로 보임한 뒤부터 그의 두발 상태는 문제 대상이 됐다. 이 직무대리는 "군 기강 확립을 위한 군인 기본 자체 준수 강조" 등 규정에 맞는 두발 상태를 준수하라는 지시를 문서로 여러 차례 하달했다. A 씨가 속한 공병단 단장과 파견지인 전투시설설계과 과장 등도 그에게 연락해 지시가 떨어졌으니 규정에 맞춰 머리를 자르라고 요구했다.

현행 육군병영생활규정 내 두발 규정은 남성 군무원 등 특수임무 수행자에 대해 '간부 표준형'(가르마를 타고 머리를 단정히 손질해야 하며, 모자 착용 시 양쪽 귀 상단에 노출되는 머리가 1cm 이내여야 한다)의 머리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수차례 지시가 떨어지자 A 씨는 지난 8월 23일 머리 길이를 목선이 보이도록 올려치고 앞머리를 눈썹 라인으로 맞춰 정리했다. 그럼에도 간부 표준형을 충족하지 않자 중대장 등은 A 씨에게 머리를 더욱 자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 씨는 여기서 더 이상 머리를 정리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결국 A 씨는 지난달 지시불이행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징계위에 출석한 A 씨는 군무원에 대한 두발 규정의 존재 필요성과 규정을 통해 달성할 공익이 없는데 무조건 규정을 따르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연합뉴스

군인권센터는 "일반직 공무원을 포함해 소방, 경찰과 같은 특수직무 공무원에 대해서도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해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정도의 품위 유지 규정만 존재할 뿐, 길이나 스타일을 제한하는 별도의 두발 규정을 두고 있는 민간인 직렬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군무원 두발 규정은 시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식 규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센터는 두발 자유화가 이뤄진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채용된 여성 군무원 두발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며 "(남성) 군무원 두발 규정은 달리 그 규정의 필요성이나 당위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장교, 준사관, 및 영외거주 하사관, 군속은 착모시 긴 머리가 보이지 않도록 조발하여야 하며'라는 1969년 구시대의 흔적을 아무런 고려 없이 무감각하게 살려온 결과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육군 수도군단은 민간인인 군무원에게 불필요한 수준으로 군인과 같은 두발 상태를 유지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자 '지시불이행'이라는 명목을 적용해 과도하게 징계한 것에 대해 원징계 취소 결정하라"며 "국방부 역시 구성원과의 의미 없는 두발 전쟁을 멈추고, 신분과 직위에 따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두발 관련 규정을 전면 정비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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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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