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현지 제1부속실장에 대한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다. 급기야 '김일성 추종 세력'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야권 내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그림자 실세', '경제 공동체', '존엄 현지'로 규정하고 있다. 통상 정권 초반 '실세 논란'은 늘 있어 왔던 일이다. 주로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나, 배우자 포함 친인척, 대통령의 가신 그룹 등이 타깃이 돼 왔다. 정권 초, 특히 정권 교체기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세 논란'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대통령 측근들이 대놓고 전횡을 해 왔던 독재 정권 시절은 차치하고, 민주화 이후만 해도 김영삼 정부에서는 '소통령' 김현철 씨가 정권 후반에 '국정 농단' 주역으로 낙인 찍친 바 있고, 김대중 정부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인 '홍삼 트리오' 문제가 논란이 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이른바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서진 그룹인 이른바 '삼철' 논란이 있었고, 정권 후반기엔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비리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특이하게도 실세들간 '내전'이 정권 초반 언론에 실시간 중계된 바 있다. 이상득 전 의원과 그의 충복이었던 박영준 청와대 당시 국정상황실장 그룹과 이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소장파 그룹 실세인 정두언 전 의원이 '인사 전횡'을 두고 정면 충돌했다. 10년 만에 정권을 탈환한 후 벌어진 '논공행상'을 두고 권력 다툼이 노골적으로 언론지상을 탄 일이었다. 이후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그의 보좌관 출신 박영준 전 실장을 둘러싼 '비선 논란'은 결국 '권력형 비리'의 악취를 풍기면서 끝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암막 정치'로 인해 정권 초부터 '문고리 3인방' 논란이 벌어졌고, 이후 그 배경에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3철'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적이 있었지만, '비선 실세'로 지목당해 논란의 당사자가 됐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경우 다수의 의혹이 별다른 실체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큰 잡음 없이 정권이 마무리된 바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가 역대 정권의 모든 '비선 실세'와 '국정 농단'에 관한 상상력을 뛰어넘은 수준의 비리 의혹을 받고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김현지 제1부속실장 논란은 위 사례들에 비하면 '급'이 현저히 떨어져 보인다. 김 실장과 이 대통령의 관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김현지 실장은 '실무 보좌'의 수준을 넘어서지 않는다. 김 실장이 힘이 세 보이는 건 이재명 대통령의 말을 전하는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실무 비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도 초반엔 김 실장의 '장관 인사 개입' 의혹 등 굵직한 이슈로 대여 공세 주도권을 잡으려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결정적 한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후반으로 갈수록 수십년 전 있었던 일들의 '재탕'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1998년 시민 운동에 투신하면서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 김 실장은 시장직 인수위원회 간사를 맡았지만 공직은 하지 않았다. 성남시가 지원하는 민관협력기구 '성남의제21실천협의회' 사무국장으로 성남 시정 자문 및 공약 이행 등과 관련한 외곽 지원 역할을 맡았다. 본격적으로 공직에 나선 건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다. 이때부터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실장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 김용 전 성남시 대변인 등과 함께 '측근 그룹'으로 묶였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총무비서관으로 '인수위 없는 정부' 초기 시스템 구성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우 의원의 여성가족부장관 낙마 당시 강 의원에게 직접 이 대통령 의중을 전한 것이 드러나면서 국민의힘의 공세 대상이 됐지만, 과거 김현철이나 양정철, 이상득, 박영준, 정두언을 비롯해 최순실이나 김건희의 '급'에 비하면 '비선 실세'로서의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게다가 정권 초라 김 실장이 권력형 비리에 연루돼 있거나, 연루된 게 밝혀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
일례로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상대로 과거 2004년 이 대통령의 '시민운동가' 시절 성남시의회의 성남의료원 조례 심의 당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의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발굴했지만, 이미 20년도 더 지난 일인데다 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 일이어서 '한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김 실장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알고 지낸다는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김현지 실장이 김일성 추종세력인 경기동부연합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사실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과거 해산된 통합진보당 김미희 전 의원의 선거법 재판 판결문을 들었다. 박 의원은 "김미희 전 의원의 남편은 백승우 씨로, 경기동부연합의 핵심세력이다. 김미희 통진당 의원과 그 공범은 식사모임을 방문해 선거운동을 하고 그 식사대금을 지불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이 위반행위에 김현지가 깊이 관여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김미희 전 의원이 김현지 실장의 연락을 받아 식사모임을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둘의 관계를 판결문에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경기동부연합' 소속인 김미희 전 의원에게 식사모임을 '알선'했다는 것 등이 '김일성 추종 세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근거다. 박 의원은 이를 두고 "소름끼치는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대한민국의 콘트롤 타워가 우리의 주적인 북한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2010년 전후의 일로 15년 전 일이다. 그리고 김일성이 사망한 건 1994년 일이다. 이때문에 김현지 실장에 대한 야권의 '공격 거리'가 떨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출범 첫 해의 국정감사는 주로 전임 정권에 불리한 경우가 많다. 야당 입장에서는 전임 정부의 실수를 방어하고, 현 정부에 대한 공세를 통해 존재감을 입증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야당이 실체도 불분명한 김 실장 관련 의혹 공세에 매몰되면서, 정부 실정을 지적하고 부동산 문제, 한미 관세 협상 문제,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문제 등 민생 사안들에 대한 주목도를 키울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의 '감싸기'가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오히려 키웠다고 비판하면서도 "만약 저희 당 소속 의원들이 제대로 못 캐면 저희가 질타를 받아야 한다"고 우려 섞인 말을 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실탄(결정적 증거)이 없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역풍이 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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