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이겨내고 활짝 열리다

[신간] 이오자 시인, 동시집 <밤을 덮고 자는 냥이> 펴내

간결한 표현으로 복잡한 세상을 명료하게 표현해내는 이오자 시인이 새로운 동시집 <밤을 덮고 자는 냥이>를 펴냈다.

2001년 『아동문학연구』로 등단한 이오자 시인은 그동안 동시집 『뽀작뽀작 다람쥐 밤참 부셔먹지』, 『햇살 뭉치 달빛 뭉치』, 『도깨비 소탕작전 준비완료』, 『까만 하트 오글오글』을 펴냈으며 제4회 ‘아름다운 글 문학상’, 제3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동시집 <밤을 덮고 자는 냥이>는 현대사회를 비판적으로 꿰뚫어보는 통찰의 시선에 따스한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동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점점 물 줄어든

하천

물 찾아 몰려든

물고기 떼

퍼드덕퍼드덕

달궈진 돌바닥에

잉어 세 마리

아가미 벌컥이며 누워있다

(「가뭄」 전문)

짧은 줄에 묶인 채

혼자 서있는 조랑말

두 눈 꼭 감고 있다

푸른 초원 내달리는

꿈이라도 꾸는 걸까?

꿈마저 얼릴 듯

바람이 차다

(「눈밭」 전문)

시인이 바라보는 이 시대는 가뭄과 추위로 힘겨운 상황에 놓여 있다. 단순히 환경의 문제를 넘어 메마른 감성과 인정을,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조화를 밀어낸 각자도생의 외길만 있다고 생각하는 각박한 세태를 직시한다.

콕콕콕

촉촉촉

봄비 내려

문이 열렸다

입눈 나오고

꽃눈 나오고

새싹 나오고

봄이

활짝 열렸다

(「봄비」 전문)

파르르 떨고 있는

수수꽃다리

달빛이

포옥 안고 있다

(「봄밤」 전문)

메마르고 각박하고 추운 세상이지만 시인은 절망하지 않는다. 나만 적시는 게 아니라 온누리를 함께 적셔주는 봄비처럼, 추위 속에서도 포옥 안아주는 달빛처럼, 그렇게 서로를 감동시키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면 활짝 열릴 것이라며 우리의 지친 어깨를 도닥여준다.

차갑고 메마른 세상이라 하더라도 배려와 나눔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시집 전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오자 시인의 시간 동시집 <밤을 덮고 자는 냥이>.ⓒ초록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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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환

경기북부취재본부 이도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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