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前 대통령이 될 일은 없다" 호언했던 독재자는 왜?

[최재천의 책갈피]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마르첼 디르주스 글, 정지영 번역

"내가 자이르(Zaire)의 전(前)대통령으로 알려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의 말이다.

"독재자가 된다는 것은 결코 내려설 수 없는 트레드밀에 갇히는 것과 같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했다가는 트레드밀에서 떨어져 다치고 만다. 한번 트레드밀에서 떨어진 독재자는 결코 그 자리에 다시 올라설 수 없다... 그런데 독재의 트레드밀에서 내려서기가 그렇게 힘들다면, 애초에 그 위에 올라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는 행복할까?

"내가 외롭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뼛속 깊이 외롭죠. 왕은 누구에게도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을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필연적으로 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의 독재자 모하마드 레자 팔라비의 말이다. 부연할 필요도 없이 독재자들은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생을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한다. 단 한 걸음만 잘못 걸어도 그대로 몰락한다. 쫓겨나거나 교도소에 가거나 망명하거나 땅에 묻히고 마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틀렸다. 정치권력은 총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 있다. 국민에 총을 겨눌 때 정권은 취약해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총구가 더이상 은유에 그치지 않고 정권 유지를 위한 실제 전략이 되는 순간, 독재자는 몰락하고 정권은 붕괴되고 만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들이 펼쳐진다. 한국판 해제에서는 윤석열이 등장하고, 본문에는 박정희 시절도 있고, 북한 김정은이야 여러 군데 등장하고, 중국의 6.4항쟁도 당연히 포함된다.

뜻밖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런 말을 했다. "역사는 모든 독재정권, 모든 권위주의 형태의 정부가 일시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로지 민주적 체제만이 일시적이지 않다. 단점이 무엇이든 간에 인류는 그보다 우월한 것은 고안하지 못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정의가 시민과 독재자 사이에는 다르다는 증거다. 저자의 결론이다.

"민주주의는 아직 지구상의 모든 곳에 도달하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끝내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선례는 이미 존재하고 계속해서 확산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자신의 영역에서 무한해 보이는 권력을 휘두르는 만화 속 인물 같은 지도자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이제 일반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예외적인 존재가 되었다. 독재자들은 강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당연히 두려워하고 있다."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마르첼 디르주스 글, 정지영 번역, 김만권 해제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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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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