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뉴스를 보고 개탄의 심정이 솟구쳐 몇 자 적지 않을 수 없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제국의 위안부'를 쓴 박유하 교수에게 한국출판공로상 특별공로상을 수여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 책이 지닌 다대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애초에 책과 저자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반대했다.
책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주관적 왜곡과 특히 저급한 연구 방법론이 <학문의 재판정>을 통해 뼈와 살을 발라내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냥 놔두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책인데 거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우려대로 오히려 그러한 법적 공방이 도화선이 되어, 이 책의 저자는 마치 표현과 출판 자유의 잔 다르크와 같은 명성 자본을 획득하고야 말았다.
그리고는 점입가경 '뜬금없는' 출판 자유 수호를 명분으로 특별공로에 대한 상을 받기까지에 이르렀다.
2.
나는 2가지 지점에서 한국출판문화협회의 이번 수상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첫째, 박유하 교수의 책이 학술적 차원에서 참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역사 연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실증성조차 탈락된 임의적 강변이 가득하다. 자료 수집, 해석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심지어 단일 연구의 인용자료 내에서조차 심각한 의미적 충돌이 발견될 정도다.
2014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텍사스 주립대 방문교수 시기, 나는 박유하 교수 주장의 근거가 된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할머니 인터뷰 녹취와, 그 임의적 활용에 대한 '연구윤리 이슈'와 관련하여 그녀와의 온라인 토론을 정식으로 제안했고 박 교수가 거부한 바 있다. 이후 문제의 책 <제국의 위안부>는 역사의식, 사실관계, 연구방법 등에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심층적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정영환 메이지가쿠인대학 교수의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제국 위안부의 반역사성' 등 다양한 저서와 연구논문을 통해 샅샅이 책 내용의 저열성이 분해되고 혹독한 검증을 거친 것이다.
이 같은 전면적 수준 미달 책의 저자에게 항차 특별공로상이라니!
둘째, 명색이 <공로상>이라면 출간 서적의 가치 뿐 아니라 그것을 쓴 저자의 학문적, 윤리적 업적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실행되어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과연 그러한 영광을 누릴 만 한가.
박유하 교수는 자신의 책에 대한 학계의 반복적 검증과 비판에 걸맞은 학문적 반박이나 공개 토론에 제대로 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오히려 책 발간 이후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각종 이슈에 대하여 악화와 왜곡을 심화시켰다.
아래 첨부 글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매춘부(prostitute)" 라 칭한 허위 논문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다. 해당 논문의 일차 근거자료인 <조선인 위안부의 계약문서>가 없는 줄 알면서도 램지어가 조작 논문을 작성, 학술지에 기고하고 게재된 세계적 사건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2000 여 명이 넘는 미국 학자들이 램지어 주장을 반박하는 연판장에 서명했고, 세계 각국의 양심적 학자들이 램지어의 기만적 논문에 대한 거짓과 날조를 샅샅이 밝혀냈다. 이에 따라 결국 램지어가 스스로 자기 논문의 허위성을 완전히 인정하고 해당 학술지가 논문 게재를 취소했다.
해당 이슈가 개시될 시점에 박유하 교수는 램지어 논문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한 건 말할 수 없지만”이라고 말하면서 (램지어의 주장이) 역사적 디테일에선 크게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램지어가 스스로 "거짓과 허위인줄 명백히 알면서도" 일본 극우세력의 논리를 복제한 논문을 '숙독'이라는 최소한의 학문적 성실성도 생략한 채 맨 앞 열에서 지지한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share/p/1LYJ6JrgT2/)
그럼에도 이후 그녀가 그러한 지지에 대한 철회와 사과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의적 진실 훼손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에 대해 침묵한 것이다. 이것이 학문하는 자의 양심일 수 있는가. 이런 행태는 결국 악행을 저지른 자의 편에 가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이런 사람에게 <출판공로상>이라니!
3.
이번 수상 결정 배후에는 상을 결정한 사람 혹은 집단의 명백한 의도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한 결정 자체가 매우 복합적인 정치, 사회, 문화적 맥락 아래 실행되었으리라는 뜻이다.
그 측면에서 이런 책과 이런 저자에 대한 수상 결정은, 심대한 이데올로기적 책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단지 출판 서적이 법적 쟁송 대상이 되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형식논리에 기초해서 수상이 결정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결정 뒤에 숨은 어두운 그림자를 생각한다. 박유하 교수에 대한 수상 결정은 곧 <제국의 위안부>에 대한 찬양이요 나아가 일제의 역사적 죄업에 대한 일정한 태도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재명 정부 등장 이후 사회 전반의 개혁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 밑바닥에서 어두운 기운이 꿈틀대는 시대적 전조가 아닌가 싶다.
출판과 그러한 '문화'는 학문의 진리와 지성의 영광을 다룬다. 이 같은 세계에서 나태하고 수준 낮은 책과 그 저자에 대한 평가는 서릿발처럼 엄정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에 앞서, 이 책과 이 책 저자에 주어지는 수상이라는 꽃다발은 이제 여섯 분 밖에 남지 않으신 위안부 할머님들의 역사적, 개인사적 고난에 대한 모욕이다. 나아가 한국의 출판인들이 스스로 손으로 출판문화의 도덕성에 대해 울리는 조종(弔鐘)이다.
박유하 교수에 대한 <한국출판공로상 특별공로상> 결정이 반드시 각하되고 철회되어야 한다고 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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