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日총리에…李대통령 "과거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 재확인…'한일 사회문제 협의체' 출범키로

이재명 대통령이 부산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마주할 수 없다'는 이시바 총리의 UN 총회 연설을 언급하며 "과거를 직시하고 밝은 미래로 가자는 나의 생각과 같다"고 과거사 문제 해결을 에둘러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30일 부산 누리마루 회의장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 양국 간 의미있는 협력의 성과를 축적해 나간다면 양국의 현안관련 대화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이시바 총리의 언급이 있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사회문제를 비롯해 첨단 기술 분야, 그리고 여러가지 발맞추어 가는 과정들을 통해 결국 양국간의 합리적이고 정서적인 문제에 있어서 화합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성 말씀이 오갔다"고 답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23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전후 80년의 교훈을 강조하며 "역사를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고는 밝은 미래를 열 수 없다", "아시아 국가들의 관용이 일본이 국제사회에 복귀하는 기반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에 대한 두분의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는 다만 "양 정상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의 과제 대응에 함께 행동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북핵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우리 정부의 긴장 완화 및 신뢰 구축 노력과 정책 구상을 설명하고 일측의 협력을 당부했다"며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간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양국이 직면한 공통 사회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이들이 꼽은 한일 공통 사회문제는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 등이다. 양국은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양 정부의 해당 관계부처는 각 당국간 협의를 통해 얻은 시사점을 서로의 정책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각자의 정책 경험과 성공사례 등을 공유하고 필요시 전문가 등의 식견도 활용하여 의견을 교환하기로 했다. 이들은 양국 관계자 간 의사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한일 간 공통 사회문제에 관한 다층적인 연계와 협력 강화를 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물리적 거리만큼 정서적, 사회문화적으로도 가까워지길"... 이시바 "엄중한 환경 속에서 협력해야"

이 대통령은 앞서 언론에 공개된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지난 도쿄 정상회담에서의 '이시바 카레'를 언급하며 "음식을 잘 준비해주셨는데 그중에 이시바 카레가 최고였다"고 웃어보이며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이 거리만큼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안보상으로나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친분을 강조했다.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에 대해 "총리님께 다음 셔틀외교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시면 가급적이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뵙자고 말씀드렸는데 역시 총리님께서 지역 발전에 특별히 관심 있는 분이셔서 흔쾌히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주신데 대해 각별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이 대통령은 말했다.

그는 "오늘의 이 정상회담은 한국과 일본만 서로 할 수 있는 '셔틀 외교'의 진수"라며 "한국과 일본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이기도 하지만 제가 취임 100일만에 무려 총리님을 3번씩이나 뵀다"고 했다. 두 정상은 지난 6월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했고, 한 달여 전인 지난달 23일에는 이 대통령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이시바 총리를 만난 바 있다.

이어 "제가 지금 서울에서 전용 기차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마도 총리님이 일본에서 부산에서 날아온 게 거의 시간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시간이 짧았을 것 같다"며 "제가 처음 뵀을때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쓰는 이웃과 같은 관계라고 말씀드렸는데 세상이 점점 어려워질수록 가까운 이웃들간에 정리와 교류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셔틀외교를 정착시켜서 한국과 일본사이에 정말 시도때도 없이 함께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며 "쉽게 공감할 수있는 사회문제부터 경제문제를 넘어서 안보문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그런 아주 가까운 한일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오늘의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이 대통령께서 이렇게 저희를 부산에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해 주셔서 이렇게 실천한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부산)는 맑은 날에는 쓰시마가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비행기를 타고 2시간밖에 안 걸린다. 아마도 제 고향에선 1시간밖에 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며 "조선통신사의 상징들은 활발한 인적교류의 힘이고,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시바 총리는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의 60주년이 되는 해"라며 "오늘 발표할 문서에 따라서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농수산물의 낮은 자급률, 그리고 에너지의 낮은 자급률 등등 공통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양국 관계를 만들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오늘로 내각 총리대신으로 취임한 지 365일이 된다"며 "저의 마지막 외교 마무리를 이렇게 대통령님과의 정상회담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을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면서 그리고 빈번히 왕래하면서 교류하면서 이렇게 매번 만날 때마다 셔틀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앞으로 잘 노력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리고 카레라이스에 대해서 칭찬해 주셨는데, 대단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나중에 다시 자리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는 회담장으로 오기 전 일본 유학 도중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故) 이수현 씨의 묘를 참배한 사실을 알리며 "이렇게 남을 위해서 본인의 생명을,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그런 이수현 님의 사랑에 대해서 저희가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 배우자 김혜경 영부인은 이석증으로 인해 이날 정상회담 일정에 불참했다. 대통령 주치의인 박상민 교수는 "어제 저녁 김 여사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호소해 관저를 방문해 진료했다"며 "전문 검사를 시행한 결과 오른쪽 이석 이상으로 인해 생기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이석증)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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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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